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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하키 ‘득점 기계’ 천은비의 마지막 꿈 [SQ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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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하키 ‘득점 기계’ 천은비의 마지막 꿈 [SQ인터뷰]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08.11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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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한국 여자하키는 오는 9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명예 회복’을 노린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여자하키는 2016 리우데자이네루 올림픽에서 조별리그 탈락,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4위에 그쳤다. 2020 도쿄 올림픽에는 아예 출전도 하지 못했다.

이번 항저우 대회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 공격수 천은비(31·평택시청)에게 기대를 건다. 주장 천은비는 공격수로 이름을 날린 선배 김종은, 한혜령, 박미현(이상 37), 김다래(36)의 계보를 잇는 대표팀 에이스다. A매치 143경기에서 37골을 넣었다. 이번 대표팀 18명 중 최다 득점자다. A매치 출전은 153경기를 뛴 안효주(36·인천시체육회)에 이어 2번째로 많다.

천은비는 “반 박자 빠른 슈팅을 많이 날리려고 한다”며 “특히 오른발을 앞에 두고 많이 날리는데 이렇게 하면 달리면서 슈팅을 하게 된다. 상대 골키퍼들이 공 날아오는 타이밍 잡는 걸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 골키퍼를 바라보며 골문이 어느 곳이 비어있는지 침착하게 살펴보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여자하키 국가대표 천은비. [사진=국제하키연맹]

한진수(58) 여자하키 국가대표팀 감독은 “천은비는 아픈 적도 없는 성실한 선수”라며 “드리블이 좋아 공이 딱 잡으면 ‘뭔가 하겠다’는 기대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천은비는 “상대에게 공을 잘 안 뺏기는 편”이라고 웃었다.

그는 2022 아시아컵에서 7골을 넣어 득점왕에 올랐고 4개국이 참가한 2021 아시아 챔피언스트로피 대회에서는 한 골도 넣지 못했지만 MVP(최우수선수)에 올랐다.

태장고 3학년이던 2011년 처음 국가대표 마크를 단 천은비는 차세대 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기대받았다.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 올림픽에도 출전했다. 리우 대회에서는 조별리그 마지막인 스페인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렸다. 자신의 올림픽 데뷔골이자 지금까지 유일한 골이다. 하지만 그에게 그 경기는 7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 아픈 경기”로 남아 있다. 2-3으로 역전패했기 때문이다.

여자하키 국가대표 천은비. [사진=국제하키연맹]
여자하키 국가대표 천은비. [사진=국제하키연맹]

여자하키는 리우 대회에서 1무 4패로 세계 강호와의 격차를 뼈저리게 느꼈다. 준비를 많이 하고 떠난 대회였기에 천은비에게도 충격이었다. 성적에 대한 부담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어졌다.

천은비는 “올림픽이 끝나고 대표팀으로 출전하는 것에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행복과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하키를 하는 건데 그러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대표팀 은퇴를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2017년 7월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떠나 소속팀에만 전념했다. 겨울에는 주짓수를 연마해 국내대회에 일반인 자격으로 출전, 은메달과 동메달을 1개씩 따기도 했다. 그는 “팔 힘이 좋아져 슈팅 능력이 향상됐다”고 했다.

여자하키 국가대표 천은비(왼쪽). [사진=국제하키연맹]
여자하키 국가대표 천은비(왼쪽). [사진=국제하키연맹]

대표팀에 복귀한 건 약 2년이 지난 2019년 5월 인도와의 테스트 매치를 앞두고서다.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따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다.

“어릴 때는 올림픽을 당연히 나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언니들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위를 해 올림픽에 최종 예선 없이 출전할 수 있었던 거죠. 저도 언니들의 나이가 되니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후배들의 미래를 위해서예요. 올림픽에 꼭 갔으면 좋겠거든요. 그래서 한국 하키가 침체되지 않고 다시 올라서서 좋은 환경에 훈련하면 좋겠습니다.”

도쿄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실패한 천은비는 2024 파리 대회를 늘 떠올린다. 파리에 가기 위해서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야한다. 올림픽 출전권을 후배들의 손에 쥐어주고 국가대표를 떠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천은비는 “내겐 마지막 아시안게임이기 때문에 부담감이나 압박은 있지만 후배들을 위해 무조건 금메달을 따겠다”고 했다. 

여자하키 국가대표 천은비. [사진=국제하키연맹]

제주도 출신인 천은비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수원으로 이사 왔다. 처음에는 축구와 육상에 관심이 많았다. 중학교에서 육상을 하려고 했지만 초등학교 6학년 때 키가 138cm밖에 되지 않아 거절당했다. 대신 육상부 감독이 하키 감독에게 그를 추천했다. 천은비는 하키라는 종목이 뭔지도 몰랐지만 스틱을 잡았다. 하루에 1000번씩 스틱으로 타이어를 때리는 고된 훈련이 이어졌지만 “이것만큼 재미있고 즐겁게 해 본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늦깎이 대학생으로 내년에 건국대 스포츠건강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다. “(은퇴 후) 생각한 건 아직 없지만 아무래도 제가 잘하는 게 스포츠니까요.”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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