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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질감, 조인성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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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질감, 조인성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8.1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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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배우는 곧 상태예요. 제 상태가 화면에 고스란히 나온다고 생각하죠."

극장 침체기 우려를 딛고 46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밀수', TV쇼 부문 5개국 1위, 국내 화제성 중심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2023년 여름의 한 장면으로 기록될 두 작품에는 조인성(42)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밀수' 권상사(권필삼)와 '무빙' 김두식을 통해 남녀노소 심박수 급상승을 끌어내고, 한효주와의 케미로 '두식미현 앓이'를 형성하기 이전에 김혜수와 '춘자필삼 앓이'를 탄생시킨 그다. 정가영 감독의 단편 영화 제목 '조인성을 좋아하세요(2017)'가 그 어느 때보다 잘 어울리는 지금, 배우 조인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인성.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조인성.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류승완 감독의 신작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며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 조인성이 연기한 권상사는 '전국구 밀수 오야붕'으로, 춘자(김혜수 분)의 기지에 이끌려 바닷가 마을 군천에서 밀수 판을 벌이는 인물이다.

이번 작품은 영화 '모가디슈(2021)'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류승완 감독과의 재회작으로 화제를 모은 바. 인터뷰를 진행하며 가장 눈길을 끈 답변 역시 조인성 스스로 "류승완 감독님과 저 정도 사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긴밀한 관계성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가장 극심하던 시기, 모가디슈를 함께하며 쌓은 끈끈한 신뢰와 우정이 근거였다.

이름값과 대비되는 분량을 고민없이 선택한 이유도 류승완 감독을 향한 신뢰가 바탕이 됐다. "감독님과 저 정도 사이가 되면 역할 크기가 아니라, 방향성을 이야기한다"고 설명한 조인성은 "춘자, 진숙(염정아 분)의 이야기에 있어 강력한 브릿지가 필요했다. 감독님이 캐릭터를 써먹기만 하고 버리는 분도 아니고, 분명한 이유를 쥐여주는 분이기 때문에 역할을 어떻게 더 잘 해낼까 논의했다"고 말했다.

특별출연을 의미하는 '그리고 조인성' 크레딧에서는 류승완 감독이 표현한 마음을 느꼈다며 "'그리고'라고 쓰인 고마움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류승완 감독의 마음은 연출에도 묻어났다. 등장부터 퇴장까지 관객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을 강렬한 신들만 엄선해 선물한 것. 이는 조인성이 가진 매력을 완벽하게 담아낸 종합선물 세트였다. 이에 조인성은 "첫 등장 신이 너무 민망해서 시사할 때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동안 '등장!' 같은 느낌으로 나와본 적이 없었다"며 "(감독님이) 제게 고백하신 적은 없다. 성향상 '저 배우를 사랑해'라고 하지는 않으신다. 그날 제 얼굴 상태가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고 너스레를 더했다.

이어 "영화 자체가 인물 위주다 보니, 상황을 보여주는 모가디슈와 연출 차이가 있었던 게 아닐까. 감독님과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지만 '조인성을 잘생기게 찍어야지'라는 의도는 아녔을 거다. 잘생기게 봐주셨다면 감사한 일"이라고 겸손한 대답을 덧붙였다.

조인성.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조인성.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동시에 '나이 듦'에서 오는 이점을 언급했다. 10대 때 연기자 생활을 시작해 20대, 30대를 거쳐 40대 초반의 나이가 된 그는 "젊었을 때 연기했다면 이런 질감이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물론 나이 듦을 기분 좋게 받아들기 쉽지 않다. 싫은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잘 받아들인다면 좋은 향기가 나는 때가 있을 거다. 중요한 건 지금의 상태다. 지금 이러한 것들이 좋다면, 더 늙었을 때는 다른 면들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 듦을 잘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한다고 특별히 해결되는 건 없다. 1분 1초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데 나쁘게 생각하면 나만 괴롭지 않겠나"라며 "요즘에는 워라밸을 맞추려고 한다. 일과 일상이 잘 어우러지도록 해 내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다. 배우는 항상 몸을 쓰는 직업이니까 밸런스를 잘 맞추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요즘은 10시 이후 전화를 받지 않고 12시 전에는 취침하려 한다. 자신만의 루틴이 생기더라. 스스로를 매니지먼트 가능한 나이가 됐다. 그렇게 계획적으로 저를 보여주려고 한다"고 전했다.

2021년 첫 도전한 고정 예능 '어쩌다 사장' 또한 시간과 함께 달라진 조인성을 보여주는 요소 중 하나였다. 

"흐름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옛날에는 '신비주의'라는 명목이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어떤 식으로든 1년에 한 번, 길면 2년에 한 번 정도는 작품으로 봬야겠다는 목표가 생겼어요. 강박은 아예요. (좋은 작품이) 없을 때는 쉴 수밖에 없죠.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찾아봬야 얼굴을 잊지 않을 테니까요."

조인성.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조인성. [사진=아이오케이컴퍼니 제공]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찾아온 발상의 전환이었다. 거리두기 정책 등으로 영화관 티켓을 구매하는 관객이 급격히 줄었던 당시 상황에서 새로운 만남의 티켓을 마련해야 하는 쪽은 배우였다. 

조인성은 "코로나 기간만 3년이다. 개인이 안전하게 콘텐츠를 즐기는 방법으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OTT)가 등장했고 영화를 TV, 핸드폰 등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 반면 극장에 가지 못하는 상황은 지속됐다. '어떻게 하면 관객, 대중과 만날 수 있을까. 그동안의 만남을 새롭게 세팅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처럼 안방극장을 찾기에는 기다림이 마음에 걸렸다. 그는 "드라마 하나를 찍어서 선보이는 데 8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 그런 상황에서 '1년 후 안방에서 찾아뵙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건 너무 긴 사이더라. 그렇다고 '극장으로 나오세요'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생각 끝에 찾은 방법이 예능이었다.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는 대중들을 위해 안방으로 찾아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었다"고 고백했다.

시대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도전은 시청률이라는 황금알을 낳았다. 요리, 여행, 힐링 프로그램이 범람하던 때 시즌1 6.4%, 시즌2 7.5%(전국 가구 기준, 닐슨코리아)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 시즌3까지 제작을 확정했다. "잊히지 않기 위해" 준비한 티켓이 결국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골든 티켓'이 된 셈이다.

조인성의 2023년 티켓은 이미 매진이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 촬영차 해외로 나가 연말에 돌아올 계획이며, 예능 '어쩌다 사장3'으로 차태현 등과 미국에 머무른다. 대중 앞에 서기 위해 쉴 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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