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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2' 개인과 시스템의 책임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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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2' 개인과 시스템의 책임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8.24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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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시스템이 문제라는 것은 단순한 담론일 수 있지만, 집단 내 문제가 개인의 책임인가에 대해서는 국가가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의 사건, 사고를 책임지려고 존재하는 것이 국가니까. 하지만 그런 종류의 일에서 항상 책임을 지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이 무력해지는 경우가 많았죠."

군 내 문제를 사실적으로 다뤘다는 평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가 시즌2로 새 문을 열었다. 새롭게 돌아온 'D.P. 2'는 준호(정해인 분)와 호열(구교환 분)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 없이 부딪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은 한준희 감독의 자신감은 준호, 호열 중심에서 더욱 확장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준희 감독. [사진=넷플릭스 제공]
한준희 감독. [사진=넷플릭스 제공]

한준희 감독은 최근 진행한 스포츠Q와의 인터뷰에서 군 내 문제를 다룬 이유에 대해 "저는 대한민국 군대 문화가 학교, 직장 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본다. 좋은 영향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제가 겪은 것 중에서는 부정적인 것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이나 직장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 쉽지 않은데 준호 같이 '그건 이상하지 않냐. 문제이지 않냐'라고 이야기하는 이상한 사람 한 명씩 있지 않냐"며 "번거로운 사람들. 그런 사람들 덕분에 주위를 뒤집어 볼 수 있는 상황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런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군 고증 문제에 대해서는 "많은 분이 군 생활을 경험하시는데 그 고증을 통해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장르적인 분위기가 있어서 D.P. 외 군 묘사가 각자 겪은 군 생활과 다르기도 할 것이고 시기나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있을 거다. 각자 느끼시는 바가 가장 잘 맞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시즌1이 군 내 폭력과 D.P.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시즌2는 군대라는 시스템적인 문제를 이야기한다. 이와 함께 군대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집단은 얼마나 책임을 지고 있는가 질문한다.

넷플릭스 오니지널 시리즈 ‘D.P. 시즌2’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니지널 시리즈 ‘D.P. 시즌2’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시즌2가 시스템 문제를 다루게 된 것은 필연적이었다고. 그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려는 것은 아녔지만 사건을 시작하고 끝내고 반복하다 보니 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더라. 하지 않으면 애매해지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이런 사건, 사고들에 대해 제가 어떠한 정치적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은 아니다. 개인으로서 국가나 집단이 조금 더 책임지고 사과하는 태도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고 소신을 말했다.

극중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폭력에 관한 이야기에는 "폭력에 대해 일관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아니지만 폭력이 작품에 나오는 것은 맞다. 시스템 안의 개인이 폭력과 멀리 있지는 않더라. 그러다 보니 그런 방식의 표현이 많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알렸다.

뼈 아픈 현실과 달리 군 내 폭력 문제에 대해 군이 직접 사과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또다시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로 이야기가 흘러간다면 시즌2를 만드는 의미가 있을까. '어떻게 저럴 수 있어. 말이 돼?'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사과하는 순간을 보여주고 싶어서 시즌2를 제작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준희 감독은 시즌2를 통해 '생명체의 가치'를 이야기하고자 했다. 시즌1의 엔딩과 시즌2의 시작이 준호, 호열 앞에서 스스로 목숨에 위해를 가하는 석봉으로 맺어진 만큼 인물들에 찾아온 변화가 중요했다.

그는 "시즌2를 처음 해보다 보니 어떻게 변주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했다. 인물, 캐릭터들이 어떤 상황을 겪고 풀어 가는지, 인물 자체를 좇아갔던 것 같다"며 "조석봉이라는 인물이 귀결 아닌 귀결로 끝을 맺고 준호, 호열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방향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사건을 겪고 이들이 어떻게 살아갈까. 기대해 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넷플릭스 오니지널 시리즈 ‘D.P. 시즌2’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니지널 시리즈 ‘D.P. 시즌2’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상대적으로 줄어든 두 주연의 분량도 이러한 생각이 바탕이었다. 그는 "누군가 눈앞에서 스스로 총을 쏜 이후 제대로 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럼에도 이어가야 한다면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 그런 과정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시즌2에서 가장 크게 변화한 인물은 김성균이다. 김성균은 석봉의 사건 이후 자신의 명예와 목숨을 걸며 군 내 문제에 반항하는 모습을 보인다. "12개의 시리즈를 이어오면서 점점 좋은 어른이 한 명 정도 보였으면 했다"는 한준희 감독은 "국가가 사과하는 순간, 우리가 어떤 결단을 내리는 순간에 분명히 존재했던 분들이 계신다. 그런 분들이 실제로 늘 좋은 결말을 맺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시리즈 안에서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시즌2의 시작점이었던 석봉이 다시 쿠키 영상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는 "시즌2를 조석봉의 말과 존재로 시작했기 때문에 석봉과 준호가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게 중점이었다. 인물들이 최소한의 따뜻함이라도 지니고 지냈으면 좋겠다"며 "저는 석봉이가 당연히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위해 애써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시즌3 가능성은 "아직까지 생각 없다"고 말하면서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또 있을까. 하지만 여기서 끝날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희망을 드러냈다.

끝으로 그는 현재를 살아가는 20대 청년들에게 "지금 하시고 계신 일, 공부가 됐든 일이 됐든 무엇이든 간에, 누구나 주변에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적든 많든 분명히 있으니 이를 생각하고 지내셨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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