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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 김도훈의 완성 과정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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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 김도훈의 완성 과정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9.02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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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배우 김도훈(25)은 어릴 적 과학고등학교를 준비할 정도로 학업에 열정적이었다. 성적이 뒷받침돼야 진학할 수 있었던 만큼 학업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고. 반면 스트레스를 견디면서까지 학업에 열중한 이유는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미래의 명확한 꿈보다 학생이라는 본분에 가까웠다.

학교에 적어내는 '장래 희망'이 아닌 자신만의 '꿈'을 가지려면 계기가 필요한 법이다. 김도훈의 계기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찾아왔다.

어린 김도훈이 연기를 접하고 배우의 꿈을 가지며 '무빙'과 만나 이강훈으로 사랑받기까지. 김도훈과 나눈 대화를 삶의 타임라인 순서대로 정리했다.

김도훈.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김도훈.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배우 김도훈'으로 가는 길

"과학고 진학을 위해 배워야 하는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았어요. 스트레스가 많으니까 탈출구를 찾고 싶더라고요. 길거리 캐스팅이 돼서 연습생 생활을 아주 잠깐 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아, 이런 일을 해 봐도 재밌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졌죠."

일명 길거리 캐스팅. 입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던 김도훈에겐 달콤한 제안이었다. 김도훈의 스트레스를 이해한 부모님은 조건을 걸고 일탈을 허락했다. 평일은 학업에 열중하고 연습은 주말에만 나갈 것. "회사에서도 그 조건을 인정해 줬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게 가능했던 것도 신기해요.(웃음)"

학교생활이 전부였던 김도훈에게 다가온 별세계는 '연기자'라는 꿈을 선사했다. 그러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입시를 준비해 온 학생에게 흔쾌히 다른 길을 허락할 부모는 없었다.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다 반대하셨어요. 입시가 바로 앞인데 다른 걸 하겠다고 하니까. 그래서 예고 시험만 보게 해달라고 부탁드렸죠."

간절함이 통했던 것일까. 연기의 '연'도 모르던 그는 계원예술고등학교 연극영화학과에 합격했다. 이후 학교에 다니면서 연기를 배우고 연극을 해보며 '반드시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를 다졌다.

"처음으로 연극 무대를 했을 때 연기를 정말 못했거든요. 무대에서 하는 대사가 객석까지 들리지도 않았어요. 그런데 부모님께선 제가 방학 내내 연습하고 노력한 걸 아시니까 첫 공연을 보시고 '그래도 하고 싶은 걸 해서 다행이다'라고 인정해주셨어요."

"과학고 진학을 포기한 것에 후회는 없다. 연기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는 김도훈은 "부모님도 제 뜻대로 가길 잘했다고 해주셨다. 당시 2주에서 한 달 정도 반대하셨는데, 지금은 그 일을 미안해하신다"고 부모님의 자랑스러운 '배우' 아들이 된 지금에 뿌듯함을 표현했다.

김도훈.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김도훈.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김도훈과 '무빙'의 만남

2016년 영화 '미행'으로 이른 나이에 데뷔식을 치른 그는 드라마 '의사요한', '절대 그이', '오늘의 웹툰', '법대로 사랑하라', 영화 '얼굴없는 보스', '최면' 등에 출연하며 경력을 조금씩 쌓았다.

그간의 경력이 빛을 본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은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됐다. 무빙은 강풀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로, 한국형 히어로와 그들의 능력을 물려받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도훈은 "무빙 오디션을 앞두고 친구에게 이 작품의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듣게 됐다"며 "기대감을 갖고 웹툰을 봤는데 너무 재밌는 거다. 초능력 히어로 액션이라는 부분이 부각되기는 하지만, 저는 작품이 갖고 있는 휴머니즘적인 이야기에 끌렸다"고 회상했다.

이야기 재미에 더해진 류승룡, 조인성, 한효주, 차태현 등의 출연 소식은 '이 작품을 꼭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만들었다. 그는 "좋은 배우분들이 출연하신다는 사실을 알고 가니까 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오디션을 보는 내내 손을 덜덜 떨었다. 감독님이 아픈 것 아니냐고 걱정하실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강훈 역 김도훈.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이강훈 역 김도훈.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오디션은 여러 역할을 열어두고 진행됐지만 김도훈이 연기하고 싶은 인물은 '이강훈'이었다. 메인 캐릭터인 김봉석이 아닌 이강훈을 택하자 박인제 감독도 놀라움을 표현했다고. 김도훈은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게 가장 컸다. 캐릭터의 매력도 있었고 아버지와의 서사도 와닿았다. 이 친구가 하는 행동과 말이 크지는 않지만 가지고 있는 신조 등이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감독님이 이유를 물으실 때 '지금의 제가 하면 잘할 수 있는 캐릭터인 것 같다'고 말씀 드렸어요. 매년, 혹은 상하반기로 나뉘는 저만의 온도가 있거든요. 지금 나의 온도가 낮다면 그것에 맞는 캐릭터를 연기할 때 자신감이 생겨요. 당시에는 차분한 캐릭터인 강훈이가 끌렸죠. 요즘은 밝은 텐션이니까 밝은 캐릭터를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도훈의 자신감과 달리 500억 대작의 캐스팅 확정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김도훈은 단 한 번의 오디션만 보고 두세 달가량을 기다림 속에 보내야 했다. 그는 "초조한 마음이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했다. 오디션이 한 번 더 있었다면 확신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런 상황이 아녔다. 그래서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기뻤다"고 전했다.

"캐스팅 이유는 묻지 못했다"는 김도훈은 "그 질문이 무서웠다. 시큰둥한 대답이 나오면 어떡하지 싶었다. 제가 강훈이와 이미지가 잘 맞고 현장에서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봐주셨겠지 하고 짐작만 했다. 감독님이 외치는 '오케이'가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감독님께서 모니터를 보며 '자연스럽고 좋다'라고 하시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이강훈 역 김도훈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김도훈에서 이강훈으로 

김도훈이 연기한 이강훈은 표정 변화가 크지 않고 무뚝뚝하며 어딘가 차가워 보이는 인물이다. 반대로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드는 호감형 성격의 김도훈은 현장의 '분위기메이커'로 통했다. 이러한 차이에서 오는 간극은 연기 고민으로 이어졌다.

김도훈은 "처음에는 이 친구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 친구가 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서브 텍스트이자 중요한 말일 텐데, 어떻게 하면 강훈이가 의도한 대로 힘을 실어 말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평소의 저는 말이 많은 편이라 컷 소리가 나면 참았던 말을 전부 내뱉곤 했다"고 당시의 답답함을 표현했다.

이 고민은 강풀 작가의 힌트에서 도움을 얻었다. 그는 "작가님이 강훈이가 왜 친구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지 말해주셨다. 강훈이는 정원고등학교에 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뚜렷한 목표가 있는 친구다. 담임과 공유한 비밀도 있다"며 "보통 친구라면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내고 공유할 수 있어야 하는데, 희수(고윤정 분)와 봉석이(이정하 분)랑 친해졌다고 한들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없는 속사정이 있는 거다. 그러니 쉽게 다가갈 수 없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이어 "웹툰에서 본 두 가지 이미지가 잔상으로 남아있다. 강훈이가 정직하게 바라보는 표정과 부끄러운 얼굴을 할 때 볼에 그려진 만화적 표현. 연기를 준비하면서는 첫 번째에 치중했다. 그런데 시간을 갖고 보다 보니까 작가님이 볼에 표현해 놓은 미묘한 감정을 놓치면 안 되겠다 싶더라"며 "이 감정이 어디서 왔을까 생각해 봤다. 이 친구도 아직 어린 친구이지 않나. 순수한 마음이 있을 거고, 친구들에게 능숙하게 다가가는 스킬도 없다. 그 부분을 염두에 두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무빙' 스페셜 팝업을 방문한 이정하(왼쪽부터), 고윤정, 김도훈.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무빙' 스페셜 팝업을 방문한 이정하(왼쪽부터), 고윤정, 김도훈.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희수를 향한 감정 또한 애정이 아닌 호기심,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를 갖고 싶은 마음 등으로 정리됐다. 김도훈은 "저도 처음에는 희수, 봉석이를 이분법적으로 보려고 했다. 그런데 맞아떨어지는 게 없더라. 작가님과의 대화 끝에 복합적인 마음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에 따라 우선순위 차이가 있지만, 여러 감정이 뒤섞여 있다"며 "강훈이는 자기도 모르는 외로움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가 실제로 삐졌던 순간이 있어요. 봉석이와 희수에게 '너네 어디 갔다 와. 야자시간이잖아'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희수가 '뭐 어때 자율이잖아'라고 해요. 그런데 (이)정하가 뒤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입 모양으로 '자율' 이렇게 하는 거예요. 그걸 보자마자 눈이 동그랗게 떠졌어요.(웃음) 컷하자마자 정하한테 '너 이거 왜 했어? 진짜 얄미운 거 알아?'라고 따졌죠."

강훈, 희수, 봉석은 쉽게 친해질 수 없었지만 김도훈, 고윤정, 이정하는 학창 시절 단짝처럼 끈끈한 사이가 됐다. 촬영 종료 후 1년이 지났음에도 학생 역할을 맡은 신재휘(방기수 역), 박한솔(한별 역), 심달기(심혜원 역)와 함께 단체 채팅방에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중 이정하는 23살 때부터 알고 지낸 동네 친구로, 서로 바빠지며 연락이 뜸해졌다가 무빙을 하며 다시 절친한 사이가 됐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이재만 역 김성균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 이재만 역 김성균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김도훈은 부자 관계로 호흡한 김성균(이재만 역)을 향한 애정도 드러냈다. 그는 "성균 선배님을 만나기 전부터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만났을 때도 역시나 기대만큼 너무 친절하셨다. 초반에는 강훈이가 아버지랑 대사가 많이 없어서 리딩보다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편해지는 시간을 가졌다"며 "첫 만남 이후 4개월이 지나서야 아버지와 만나는 신을 찍었는데 현장에서 많이 응원해 주셨다. 촬영을 시작하고 끝날 때까지, 지금도 여전히 너무 감사한 선배님이자 아버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평상에 앉아 있는 아버지를 보면서 '죄송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액션을 하기 전에 붙는 장면이라 학교에서 마지막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성균 선배님이 '왔어?'라고 물으며 보내는 눈빛에 울컥한 거예요. 갑자기 목이 메고 눈물이 났어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다시 촬영했지만 연기하는 제가 묘한 감정을 많이 느꼈던 순간이었어요."

김성균과 김도훈은 괴력과 스피드라는 초능력을 공유한다. 그는 "저희 부자가 가장 강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막을 수 없다. 아버지도 화가 나면 굉장하시다"고 귀여운 초능력 자부심을 부렸다. 이에 다른 캐릭터의 초능력이 부럽지는 않냐고 묻자 "최근에는 나는 능력을 가지면 어떨까 생각해 보긴 했다. 그런데 미확인 비행물체로 감지돼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지 않나"라며 현실감 넘치는 상상을 전하곤 "그렇게 말하니까 정하가 '독수리 옷을 입고 날면 되잖아'라고 하더라. 그것도 괜찮을 것 같긴 하다"고 쉽게 수긍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도훈.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김도훈.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김도훈의 오늘

평소 걱정이 많아 고윤정이 '도훈워리(도훈+Don't worry)'라는 별명을 지어줄 정도인 김도훈은 무빙을 통해 '생각을 없애자'라는 좋은 피드백을 얻었다고. 

그는 "평소 저라는 사람 자체가 생각과 걱정, 고민이 많다 보니 연기할 때도 어쩔 수 없이 나오더라. 연기하는 순간에는 집중해야지 하면서도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은 감독님이 슛 들어가기 전에 기습 디렉팅을 주셨다. 준비가 안 된 상태인 제게 좋지 않은 상황이라 생각해 감독님에게 말씀드렸는데 '일부러 그랬다. 생각을 안 하고 내뱉을 때의 연기가 더 좋더라'라고 하셨다"며 "'생각하지 말고 바로 해보자'라는 피드백은 무빙 이후 다른 촬영을 할 때도 좋은 피드백으로 작용했다. 제게 필요했던 피드백이었다"고 고백했다.

무빙은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의 반격이라 불릴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외 디즈니+ TV쇼 부문 1위를 기록하는 것은 물론 매주 수요일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될 때마다 뜨거운 화제성을 낳고 있다.

드라마 인기는 김도훈을 향한 관심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이에 가장 기뻐한 것은 김도훈의 가족들이었다. 그는 "가족들도 궁금해하던 드라마였다. 저희 어머니가 눈물이 많으신데 시사회가 끝나고 우시더라. 7년이라는 시간 동안 활동하고 연기했던 것을 모두 지켜보다 보니 감정이 북받치셨던 것 같다. '엄마가 우니까 나도 눈물 나잖아'하고 같이 울었다"며 "아버지는 상남자 스타일이어서 이런저런 말보다 '멋있어' 딱 한 마디 해주셨다. 그런데 이후에 명단을 가져와서 종이에 쭉 사인해달라고 하시더라.(웃음) 아버지도 재밌게 봐주고 계시구나 싶었다"고 말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김도훈은 무빙을 '시작'이라고 표현했다. 배우가 되리라 마음 먹었던 순간부터 지금의 김도훈까지 매일이 시작투성이지만 지금이야말로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무빙을 촬영했던 1년은 잊지 못할 추억의 1년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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