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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걸 김모미, 특수분장이 아닌 이유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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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걸 김모미, 특수분장이 아닌 이유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09.10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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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못생김을 특수분장한다고 했을 때 '어떤 게 못생긴 거지?'라는 물음과 함께 거부감이 들고 불편했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감독 김용훈)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달 공개 이후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시리즈(비영어) 부문 1위에 오르며 국내외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마스크걸이 주목받은 이유는 파격적인 이야기뿐만이 아녔다. 김모미라는 여성 캐릭터 하나를 두고 3명의 여배우가 모였다는 캐스팅 이슈에 이목이 집중됐다. 밤이면 밤마다 인터넷 방송을 켜고 숨겨둔 끼를 방출하는 사무직 여성 1대 김모미,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콤플렉스였던 외모를 바꾸고 숨어 사는 2대 김모미, 더 이상 자신을 숨기지 않고 죗값을 치르고 있는 3대 김모미. 타임라인에 따라 변화하는 김모미는 배우 이한별, 나나, 고현정이 차례로 맡았다.

김용훈 감독. [사진=넷플릭스 제공]
김용훈 감독. [사진=넷플릭스 제공]

2대 김모미와 3대 김모미의 변화 과정에서 나나와 고현정을 캐스팅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요소였지만, 외모 콤플렉스를 해소하는 과정에 두 배우를 배치했다는 점이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국내 영화, 드라마는 외모 콤플렉스를 해소하는 이야기를 푸는 경우 특수분장을 사용해 왔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는 배우 김아중이 6시간에 걸친 특수분장을 하고 95kg 여성을 연기한 바 있으며, 드라마 '드림하이' 아이유(이지은), '내일 그대와' 신민아, '돈의 화신' 황정음 등도 특수분장으로 색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마스크걸은 왜 기존 작품들과 다른 길을 갔을까. 김용훈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이 작품이 궁극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는 외모지상주의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김용훈 감독은 "외모지상주의는 표면적인 이야기다. 이한별이 연기하는 1, 2부와 나나가 등장하는 3, 4부, 고현정이 이끄는 5, 6, 7부는 각기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이야기를 풀어나갈 때 어떤 구조로 이야기를 다룰 건지 고민한다. 또 그 구조가 이야기의 본질에 맞닿아야 힘이 생긴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렇다면 마스크걸의 본질은 무엇인가. 외모지상주의와 관련된 여러 사회 문제, 섹슈얼리티한 부분, 부모와 자식 간의 비윤리적인 사회 현상 등 여러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진짜 본질은 인간의 이중성과 양면성이라고 생각한다. '모미가 가면을 쓴다'는 것 자체가 이야기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면성과 이중성을 다룰 때 하나의 시점으로 보기보다 다중 시점으로 바라봐야 본질에 가깝게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김모미 역에 3명의 배우를 캐스팅한 구조적인 이유를 밝혔다.

나나(왼쪽부터), 이한별, 고현정. [사진=스포츠Q(큐) DB]
나나(왼쪽부터), 이한별, 고현정. [사진=스포츠Q(큐) DB]

무엇보다 김용훈 감독은 1대 김모미를 특수분장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못생김을 특수분장한다고 했을 때 어떤 게 못생긴 거냐"는 질문을 던진 그는 "이 자체가 거부감이 들고 불편했다"고 전했다. 특수분장을 한 채로 표현하는 연기가 좋지 않다는 판단도 더해졌다. 

"처음부터 3인 1역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나이 들어가는 과정에서 다른 배우를 쓰는 건 익숙하지만 성형 전후는 보통 특수분장을 하잖아요. 베테랑 스태프들 사이에서도 배우를 쓰게 될 경우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우세했죠. 의견을 청취하고 특수분장 테스트를 하는데 '못생김'에 대한 표현이 굉장히 불편하고 거부감 들더라고요. '이건 안 되겠다' 싶어서 원래 생각했던 3인 1역으로 방향을 돌렸죠."

김용훈 감독은 3명의 배우가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해도 서사 진행에 무리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배우가 바뀌는 이질감은 있겠지만 이야기 시점, 인물 시점이 바뀌는 구조다 보니까 괜찮겠다 싶었다. 1시간 30분 간극으로 춘애(한재이 분)의 시점, 미모(신예서 분)의 시점 등이 있어서 시청자들이 변화하는 모미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단, 2대 김모미와 3대 김모미에 비해 비교적 짧은 시간인 1대와 2대의 변화는 차이를 줄이기 위해 기술적인 도움을 받았다. 1대 김모미가 BJ로 활동하는 장면에서 이한별의 목소리에 나나의 목소리를 섞은 것. 여기에는 하이브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수퍼톤의 '다화자 음성 모핑 기술'이 사용됐다. 두 배우의 목소리를 연기 톤과 음색 등의 요소로 분류한 뒤 다양한 비율로 재조합하는 기술이다. 또한 나나의 얼굴을 본뜬 마스크를 사용해 외형적인 이질감을 줄이고자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김모미와 반대로 김경자(염혜란 분)의 성형 전후는 특수분장으로 표현됐다. 김용훈 감독은 "김경자는 외모가 예뻐지는 특수분장이 아니었다. 변장인 것"이라며 "김경자의 외모도 3단계 변화를 겪는다. 처음에 나오는 일반적인 할머니의 모습이 있다면, 아들을 찾아 나서면서부터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속 하비에르 바르뎀 같은 강렬한 노역 분장이 있다. 그리고 뒷부분은 미모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푸근한 할머니의 모습이 된다. 이 변화를 위해 특수분장을 사용했다"고 알렸다.

안재홍의 특수분장도 이목을 끌었다. 안재홍은 깊은 이마 주름과 벗겨진 머리 등 주오남을 완벽 재현한 외형으로 "안재홍인 줄 몰랐다"는 시청자 반응을 끌어냈다.

김용훈 감독은 "외부 촬영 같은 경우는 새로운 제작팀이 당일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올 때가 있는데, 안재홍 배우가 촬영 현장으로 들어오려고 할 때마다 통제 당했다. 안재홍 배우는 들어올 때마다 '저 사실 안재홍입니다'라고 말했다"며 "심지어 팬분들 중에서도 안재홍 배우를 바로 옆에 두고 못 찾는 분들이 계셨다. 저는 분장한 모습만 보다 보니 분장을 지운 상태로 왔을 때 정말 잘생겨 보이더라. 머리숱이 이렇게 많았나 싶었다.(웃음)"고 현장 에피소드를 전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김용훈 감독은 마스크걸에 등장하는 인물에게 '연민'을 느꼈다. 연민은 원작 웹툰과 다른 결말을 탄생시키는 기점이 됐다. 그는 "작품 속 캐릭터들이 문제를 안고 태어난 건 아니다.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사회적 모습들 때문에 이러한 행동들을 한다. 그래서 모미가 성장과 동시에 편안한 엔딩을 맞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 이야기는 혐오적인 문제를 많이 다루고 있다. 모미로 인해 혐오적인 시선을 받게 된 미모, 엄마를 원망했던 딸이 마지막 순간에 도달해 엄마와 화해하고 그를 이해를 한다. 이것이 제가 이야기를 바라보는 시선"이라며 "혐오를 해소하는 이야기로 다루고 싶어 모미의 서사를 크게 바꿨다"고 알렸다.

마스크걸은 넷플릭스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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