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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센치 '서울재즈페스티벌'의 진정한 주인공이 된 의미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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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센치 '서울재즈페스티벌'의 진정한 주인공이 된 의미 [SQ현장]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5.27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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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박영웅 기자] 어쿠스틱 밴드 십센치가 '2015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이들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틈새에서 1만 명에 달하는 관객들을 불러모으며 한국 뮤지션의 자존심을 세우는 저력을 발휘했다.

 

지난 24일 서울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는 믿기 힘든 광경이 벌어졌다.

베벨 질베르토 같은 세계적 재즈싱어의 공연이 펼쳐지는 상황에서도 국내 밴드 십센치가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관객으로 가득 메우고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서울재즈페스티벌에서 십센치의 성공적인 공연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광경이었다. 9회째를 맞이하는 서울재즈페스티벌은 국제적인 재즈 아티스트를 보기 위한 공간으로 인식돼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 뮤지션들의 무대는 다른 세계 아티스트들의 무대와는 달리 '썰렁'하기 일쑤였다.

이런 9년간의 분위기를 국내 뮤지션 십센치가 바꿔놓았다.

이날 십센치 공연에 입장한 관객은 1만여 명은 족히 넘는 숫자였다. 1만 5000석인 올림픽 체조경기장의 1층 관객석과 경기장 내부 입석이 모두 관객들로 가득 찼다.

▲ 관객들은 '아메리카노' 무대가 시작되자 일제히 휴대폰 전등을 켜고 응원 포즈를 취했다. [사진=스포츠Q DB]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관객 수에 십센치 멤버들도 처음에는 놀라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보컬 권정열은 "(관객석이) 이렇게 꽉 찰 줄 몰랐다"며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정말 놀랍다"며 감격해 했다.

엄청난 숫자의 관객들이 들어선 만큼 공연은 처음 순서부터 불을 붙이고 달리는 분위기였다. 십센치는 첫 곡 '킹스타'를 시작으로 '냄새나는 여자', '오늘 밤은 어둠이 무서워요', '스토커', '죽겠네'를 연속으로 들려줬다. 관객석에서는 이들의 노래에 웅장한 환호를 뽑아내며 화답했다.

권정열은 "나는 오늘 공연장에서 여성 관객들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공연마다 난 애써 남성 관객들을 지운다"는 농담을 섞어가며 웃음을 끌어내기도 했다. 아무리 많은 관객이 들어차도 긴장감 없이 공연을 수행하는 십센치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 권정열 [사진='2015 서울재즈페스티벌' 제공]

공연 중반을 넘어서자 이들의 히트곡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청춘이다', '안아줘요',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 '오늘 밤에', '죽을래 사귈래', '아메리카노' 등의 무대가 이어졌다.

특히 십센치의 최대 히트넘버이자 전 국민적 사랑을 받은 '아메리카노' 무대가 시작되자 관객들은 합창과 동시에 휴대전화 전등을 동시에 켜며 열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십센치 멤버들은 이러한 관객들의 움직임에 "관객이 너무 많아서 신나게 달렸다"며 너무 뜨거운 무대에 우리도 놀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십센치는 마지막으로 12번째 곡 '쓰담 쓰담'과 13번째 'Nothing without you' 무대를 끝으로 이날 70분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 윤철종 [사진='2015 서울재즈페스티벌' 제공]

십센치의 공연은 특별했다. 반드시 국내 음악페스티벌에서는 국외아티스트들만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이들로 인해 무너질 수 있었다.

십센치는 이번 공연에서 세계적 아티스트들인 '바우터 하멜'과 '미카'의 등장 직전의 공연 순서를 맡았다. 하지만 '썰렁'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믿기지 않을 정도로 뜨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를 계기로 우리나라 페스티벌 문화도 변해야 한다. 매년 여름이 되면 10여 개에 달하는 대규모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들 행사는 대부분 이름값 있는 국외 아티스트 모시기 경쟁에 여념이 없다.

▲ [사진='2015 서울재즈페스티벌' 제공]

분명 관객들에게는 국내에서 보기 힘든 유명 국외 아티스트들을 접할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당연히 필요한 일들이다. 하지만 국외 유명아티스트 모시기 경쟁이 과열되면서 각종 페스티벌은 출혈 경쟁에 빠져들었고 공연의 질적인 하락을 보여주는 경우까지 나타나고 있다.

막상 공연의 뚜껑을 열면 만족할 만한 국외 아티스트들 보다는 한물간, 혹은 실제로는 그렇게 인기를 끌지 못하는 국외 아티스트들이 대부분인 현실이다.

이런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어설픈 국외 스타 여러 명에게 초점을 맞출 바에야 유명한 국외 스타 몇 팀을 포진시키고 그 주변에 실력 있는 국내 아티스트들을 세우는 것이 올바른 국내 페스티벌 문화 정착의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서울재즈페스티벌'은 많은 국내 아티스트들에게도 국외 스타들 못지않은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훌륭한 무대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서울재즈페스티벌' 같은 훌륭한 무대에서 십센치 같은 국내 자존심을 지키는 밴드들이 계속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인디/드라마 전문 박영웅 기자 pres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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