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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 탐방] (18) '통기타 음율시인' 혜화동소년, 그 음악적 힘의 원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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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 탐방] (18) '통기타 음율시인' 혜화동소년, 그 음악적 힘의 원천은?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5.04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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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화 된 어쿠스틱 사운드로부터 탈출하다"

[스포츠Q 글 박영웅 · 사진 이상민 기자] 도전의 가치를 중시하는 스포츠Q가 야심 차게 기획 중인 인디레이블 탐방 18번째 주인공은 우리나라 인디신 대표 장르인 어쿠스틱(Acoustic)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혜화동소년'(본명 정현우)이다.

▲ 정현우가 팀명을 혜화동소년으로 결정한 이유는 단순하다. 본인이 어릴적부터 살고 있는 곳이 혜화동이었고, 소년같이 감미롭고 아름다운 어쿠스틱 음악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팀명을 이렇게 만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인디신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장르가 어쿠스틱이다. 음반 판매량, 인기밴드 수, 매달 발매되는 곡의 수 등 여러 분야에서 어쿠스틱 장르는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인디신을 주도하고 있는 어쿠스틱 장르는 영미권에서는 '포크'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부 포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인디레이블탐방에서는 가장 많이 쓰이는 용어인 어쿠스틱으로 명칭을 통일하겠다) 

그만큼 어쿠스틱 장르는 경쟁이 치열하고 성공이 쉽지 않은 장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이런 어려운 분야에서 1인 어쿠스틱 밴드 혜화동소년은 첫 번째 발매한 앨범부터 '대박'을 냈고 이후에도 발전을 거듭하며 두꺼운 팬층을 확보했다.

혜화동소년은 여느 어쿠스틱 밴드들과는 확실히 다른 음악적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

 

◆ 정현우, 강렬한 록 음악에서 감미로운 통기타로 전향 왜? '일시적 손가락 마비'

혜화동소년은 지난 2012년 베이시스트 정현우가 만든 1인 어쿠스틱 밴드다. 우선 밴드의 '핵심' 정현우의 음악 활동 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혜화동소년이 다른 어쿠스틱 밴드들과는 다른 색깔과 느낌을 내는 원동력이 그의 음악 활동 이력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정현우는 본래 어쿠스틱과는 정반대의 음악 활동을 10년 이상 해왔다. 그는 강력한 록사운드와 차력이라는 특이한 공연 방식으로 무장된 펑크밴드 '프리마켓'을 시작으로 하드코어 밴드 '프레디하우스'의 베이시스트로 활약해 왔다.

이런 이력 속에서 정현우의 음악적 기본 뿌리는 멜로디보다는 강력한 비트와 사운드에 자연스럽게 초점이 맞춰졌다. 그래서 혜화동소년의 음악에는 '강한 록'이 살아 숨쉬고 있다.

 

그렇다면 왜 정현우는 어쿠스틱 밴드로 방향타를 돌린 것일까?

"전 사실 매우 강력한 사운드를 추구하던 밴드들에서 음악 활동을 해왔어요. 솔직히 예전에는 사운드가 약하다거나, 포스가 없는 록은 진정한 록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계속 강한 음악만 할 줄 알았죠. 하지만 두 가지 계기로 강력한 사운드 대신 감미로운 멜로디가 중심인 어쿠스틱으로 전향하게 됐죠."

"우선 너무 연습을 많이 했던 이유였을 거예요. 느닷없이 손가락 하나가 (일시적으로) 제대로 움직이질 않는 상황을 맞았어요. 신경 쪽에 문제가 생긴 거죠. 베이스 자체가 피크보다는 손가락 연주가 많아서 감각이 매우 중요한데 그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어요. 피크로 섬세한 베이스 리듬을 계속해 친다는 것은 무리가 있더라고요."

"또 하나는 하드코어 밴드 시절 공연 무대에서 우연히 제가 노래를 부르는 기회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정말 많이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목소리가 아름답다고. 이를 계기로 홀로 음악을 해봐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죠."

 

◆ 홀로 어쿠스틱 맨이 된 정현우 '본인도 예상 못한 큰 성공'

혜화동소년을 만든 정현우는 곧바로 그해에 6곡을 수록한 정규 미니앨범 '사랑해 더 사랑할게'를 발매했다. 큰 성공보다는 어쿠스틱으로 전향한 자신을 알리겠다는 데 의미를 크게 둔 앨범이었다. 하지만 '대박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진다'는 말처럼 첫 번째 미니앨범은 인디신에서 놀랄 만한 성공을 거뒀다.

성공적인 음원 판매는 물론이고 혜화동소년이 단숨에 인디신 어쿠스틱 장르의 손꼽히는 밴드로 올라서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각종 공연 섭외가 이어졌다. 팬이 증가하면서 SNS와 온라인에서 스타로도 떠올랐다. 제7회 올레뮤직 인디어워드에서는 신인상까지 거머쥐었다.

"1집 싱글이 이렇게 크게 뜰 줄 몰랐어요. 당시 이 앨범은 그저 '혜화동소년이라는 밴드도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수단이었어요. 하지만 순식간에 대박이 나버리니 저도 어안이 벙벙했죠. (웃음)"

"각종 공연 섭외와 음원 판매 등 여러 부분에서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죠. 저에게는 정말 고마운 일이죠."

 

◆ 음악적 매력? "감미로운 목소리와 음악적 다양성 같아요"

이처럼 짧은 시간에 이름을 알린 혜화동소년의 음악적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정현우는 자신의 목소리, 강력한 록과 어쿠스틱 요소가 뒤섞인 곡의 다양성을 장점으로 꼽았다.

"주변 사람들이 제 목소리에 대한 칭찬을 많이 해 주세요. 자연스럽고 편하다는 평가들을 하고 계시죠. 솔직히 제 목소리는 매우 높은 고음이나 낮은 저음을 내는 목소리는 아니에요. 그렇다 보니 곡을 만들면서 키를 크게 낮추거나 높이는 작업을 하지 않아요.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음역에서 녹음을 합니다. 노래를 억지로 짜내지 않고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부르는 거죠. 이 부분을 팬들이 편안하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또한 혜화동소년의 음악에는 다양성도 살아 있어요. 제가 강력한 록음악을 해왔던 만큼, 강력한 록적 요소들이 곡에 스며들어 있어요. 강한 록음악을 어쿠스틱 연주로 바꿔놓았다는 느낌이 드는 곡들이 존재하고 있는 거죠. 실제 이런 작업은 8 대 2 수준으로 하고 있습니다. 10곡 중 8곡은 어쿠스틱, 2곡은 록음악 이런 식으로요."

 

◆ 세 번째 싱글 '빗방울은 떨어지고'는 매력의 결정체

정현우의 말처럼 혜화동소년은 다른 어쿠스틱 밴드들과는 차별화된 특이한 매력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런 매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지난 4월 발매한 싱글 앨범 '빗방울은 떨어지고'다.

이번 싱글은 7월~10월께 발표할 정규 앨범을 앞두고 발매된 3장의 싱글앨범 중 마지막 작품이다. 총 2곡으로 구성돼 있으며 혜화동소년이 앞으로 나아갈 음악적 방향성과 완성도를 담아냈다.

우선 타이틀곡 '빗방울은 떨어지고'는 일반적인 어쿠스틱 곡들의 형식을 파괴한 노래다. 획일적인 멜로디가 반복되는 다른 어쿠스틱 곡들과는 달리 여러 멜로디가 뒤섞인 구조로 돼 있다. 규모가 있는 밴드들의 록 음악을 어쿠스틱으로 가져온 느낌이다.

"이 곡은 예전에 만들어 놨던 거예요. 밴드 음악을 포맷으로 만든 곡이죠. 단순한 어쿠스틱 곡들의 구조를 탈피했죠. 서사구조를 집어넣었고 멜로디도 다양하게 삽입했죠. 요즘 나오는 어쿠스틱 곡들과는 분명 차별성이 있는 곡입니다."

다음 곡인 '엄마의 등'은 일반적인 어쿠스틱의 느낌을 최대한 살린 노래다. 시종일관 감미로운 멜로디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 곡은 아름다운 가사가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전형적인 어쿠스틱 곡입니다. 어쿠스틱 밴드라는 근본에 충실하기 위해 만든 곡이죠. 특히 가사와 서정적 멜로디에 주목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교향곡을 듣는데 계속해 엄마가 생각났고 '따뜻한 엄마'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가사와 멜로디를 만들지 않았어요. 즉흥적이고 감각적으로 곡을 만들어 냈습니다."

 

◆ "7월~10월께 나올 정규앨범 발매 기대해 주세요"

3장의 싱글앨범 작업을 마친 혜화동소년은 7월~10월께 대망의 정규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 이번 정규앨범은 앞서 보여준 3장의 싱글앨범 속에 담긴 음악적 방향을 고스란히 담을 예정이다. 다만 아직 1인 밴드로 가느냐 새 멤버를 영입해 정식 밴드로 가느냐의 고민은 계속해서 하고 있다.

"3장의 싱글앨범을 무사히 마무리했고 7월~10월께에 정규앨범이 나옵니다. 이미 정규앨범에 나올 곡들은 따로 준비를 마친 상태죠. 싱글앨범의 곡들은 단 한 곡도 들어가지 않아요. 하지만 이번 싱글들에서 말하려고 했던 혜화동소년만의 특색있는 곡의 구조와 가사 등은 그대로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여전히 고민하는 부분은 새로운 멤버들을 영입해 정식밴드로 가야 할 것인지, 1인 밴드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거예요. 이것은 혜화동소년이 좀 더 모던록이 강하게 느껴지는 어쿠스틱을 할 것인지 아니면 정통 어쿠스틱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인 거죠. 조만간 결론을 내릴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해요."

 

◆ "혜화동소년만의 완성된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2012년 미니앨범의 성공을 거둔 혜화동소년은 지난해부터 진정한 홀로서기에 나섰다. 1집 미니앨범을 발매했던 당시의 소속사를 나와 단독 음악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의 이런 선택은 음악적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미니앨범 이후 홀로서기를 했어요. 혼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실행에 옮긴 거죠. 모두 음악적 자신감에서 나온 것 같아요. 저 자신이 곡을 만들고 연주를 하는 등의 부분에서 완성돼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거죠. 개인적으로 국내에서는 델리스파이스와 국외에서는 킹오브컨비니언스(노르웨이) 스타일의 록을 좋아하는 데 이들의 스타일을 제 음악에 담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더욱 더 대중적이고 한국적인 요소가 살아 있는 혜화동소년만의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단순히 많이 팔고 이름을 알리는 성공이 아닌 완성된 작품으로 평가받는 앨범을 만들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제 음악으로 기뻐하시는 수많은 대중의 얼굴을 볼 수 있겠죠? 마니아와 일반 팬들을 넘나드는…." (웃음)

▲ 정현우는 음악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는 질문에 "전 머리로 멜로디를 기억해 곡을 만들어요"라는 뜻밖의 답변을 했다. 확실히 다른 재능을 지닌 뮤지션이었다.

[취재 후기] 혜화동소년을 홀로 이끄는 정현우는 음악적인 재치가 번뜩일 뿐만 아니라 매우 섬세하고 부드러운 감성을 지닌 아티스트였다. 이런 느낌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가 어쿠스틱 장르에서 빠른 시간 안에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머릿 속으로 멜로디를 기억해 곡을 쓴다'는 말에서 그의 남다른 재능을 엿볼 수 있었다. 앞으로 그가 이런 재능들을 바탕으로 얼마나 진화된 음악을 만들지 주목된다.

드라마/인디 전문기자 박영웅 press@sportsq.co.k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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