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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 (13) 킥스타트, 한기택이 만든 '대중을 홀리는 실험주의 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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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 (13) 킥스타트, 한기택이 만든 '대중을 홀리는 실험주의 록'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3.12 10: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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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박영웅 · 사진 노민규 기자] 도전의 가치를 중시하는 스포츠Q가 야심 차게 기획 중인 인디레이블 탐방 13번째 주인공은 국내에서는 드물게 포스트 그런지 록을 지향하는 밴드 '킥스타트'다.

▲ 킥스타트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포스트 그런지 록 음악을 추구하는 밴드다. 이들의 음악은 다양한 록 장르가 뒤 섞인 실험주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왼쪽부터 노상엽, 박성준, 에이먼, 한기택.

포스트 그런지 록이라는 말 자체는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실제 정의 자체도 매우 애매모호하다.

포스트 그런지 록의 역사는 80년대 중반 등장했던 그런지 록에 기반을 둔다. 그런지 록은 당시 유행하던 얼터너티브 록의 하위장르로 시애틀을 중심으로 유행해 '시애틀 사운드'라고도 불렸다. 너바나를 시작으로 펄젬, 사운드가든, 앨리스 인 체인스 등 대표적인 그런지 밴드들은 형식에 매달리던 70~80년대 메탈 성향의 음악을 깨버렸다.

이들의 성공은 90년대를 빈티지하고 거친 인디 중심의 사운드를 추구하던 그런지의 시대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세기가 바뀌면서 그런지 록은 사실상 명맥이 끊어졌다. 그런지의 황제라고 불리던 커트 코베인의 자살 이후 사운드가든, 앨리스 인 체인스 등 슈퍼그룹은 사실상 해체되다시피 했고 펄젬 정도만이 그런지 1세대의 명맥을 이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류 록신은 새로운 시도를 했다. 그런지를 기반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한 사운드의 얼터너티브 록을 추구한 것이다. 이것이 포스트 그런지 록밴드의 시발점이다.

전 세계 록 시장을 이끄는 미국과 영국에서조차  포스트 그런지의 정의는 쉽지 않다. 포스트 그런지 록은 그런지 록의 특징인 두툼하고 왜곡된 듯한 기타 사운드를 추구하면서도 좀 더 미학적이고 방송과 상업 친화적인 특징을 지닌다.

무척이나 모호하고 힘든 음악이 분명하다. 국외에서조차  많지 않은 성향을 보여주는 록 장르이기 때문이다. 이런 장르를 킥스타트는 국내에서 해오고 있다.

 

◆ 킥스타트의 탄생과 역사 그리고 '포스트 그런지 록'

'오토바이 시동을 건다'는 뜻을 담은 킥스타트는 록 사운드의 역동성을 중시하는 밴드다.

첫 시작은 2003년 2월이다. 얀 출신의 유명 작곡가 한기택의 주도로 그룹이 탄생했다. 하지만 10여 년의 세월을 거쳐 멤버들의 교체가 이어졌고 지금은 베이스 노상엽, 보컬 에이먼, 드럼 박성준이 포진돼 있다.

언뜻 이름만 들어서는 강력한 메탈 음악을 추구하는 밴드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포스트 그런지 밴드다.

"우리는 포스트 그런지 밴드입니다. 얼핏 들으면 메탈을 하는 밴드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물론 메탈의 요소도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포스트 그런지 음악 자체가 얼터너티브 록 중 가장 많이 섞여 있는 장르다 보니 메탈은 한 부분에 불과하죠."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크리드나 니켈백처럼 우리 음악에는 강한 것, 말랑말랑한 것, 감미로운 것 등 여러 가지가 섞여 있죠. 원래 포스트 그런지 록 자체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음악이잖아요."

▲이들은 국내 무대에서 라이브를 통해 실력을 인정 받고 있다. 실제 기타와 드럼, 보컬의 실력은 홍대신 다른 밴드들보다 잘한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로 정교하다.

◆ 국내에서 보기 드문 록을 하는 밴드 "힘겨움도 많아요"

킥스타트가 하는 '포스트 그런지'라는 음악 자체는 시작 당시부터 지금까지 10년간 국내에서 주류로 자리한 적이 없는 장르다. 현재 홍대신에서조차 이 장르를 소화하는 밴드는 킥스타트, 해리빅버튼 정도다.

홍대신 메인을 장악하고 있는 음악은 통기타 위주의 감미로운 록음악들이 대부분이고 이 와중에 엄청난 파워로 무장된 메탈록이 일부 자리하고 있다. 포스트 그런지 록 자체가 설 자리는 많지 않다. 하지만 킥스타트는 이런 힘겨운 상황에서도 이 장르를 고집한다. 왜일까?

"솔직히 현재 인디신 메인은 통기타 음악이 장악하고 있는 게 맞아요. 우리가 하는 포스트 그런지 록 자체가 서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죠. 차라리 강한 메탈로 마니아층을 끌어안고 사는 게 현명할지 모르죠. 이런 이유로 사실 소속사를 구해서 활동도 해봤지만 힘겨운 부분이 많았고 지금은 무소속인 진정한 인디밴드가 됐죠." (웃음)

"그러나 분명 한 건 이렇게 힘들지만, 우리가 포스트 그런지 록을 하는 이유가 있어요. 우리 스스로 우리 음악에 자신이 있기 때문인 거죠. 우리 곡들은 음악의 완성도를 잘 모르시는 분들이 들어도 '기승전결'이 느껴지실 겁니다. 세세한 부분 하나하나까지 정성이 들어간 교과서 같은 완성도가 있는 음악들이죠."

 

이들이 이토록 자신 있어 하는 '음악적 완성도'는 실제 1집 EP앨범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총 5곡이 들어있는 1집 앨범은 메탈과 거친 사운드의 정통 그런지, 감성적인 대한민국 록발라드 성향까지 여러 성향의 음악적인 느낌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 록 음악이 섞여 있지만, 어느 곡 하나 군더더기나 억지로 다양한 장르를 섞어놨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특히 3번째 곡인 '탈출'이라는 곡은 정통 그런지 기반의 사운드에 한국적 록 사운드 성향이 그대로 묻어나오는 주목할 만한 곡이다.

"킥스타트가 뿌리는 10년이 됐지만, 이름을 여러 번 바꾸면서 '킥스타트'라는 이름으로 낸 앨범은 지난해 3월 나온 EP앨범이 처음이나 다름없죠. 그래서 많은 신경을 썼고 음악 역시 우리만의 색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 해외진출 첫 단계로 일본 시장 준비중 '자신감 충만'  

킥스타트는 현재 국외진출을 목표로 앨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의 국외진출 계획은 구체적이다. 우선 일본 쪽 무대를 노크할 계획이다. 이후 중국, 동남아 시장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미국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꿈이 있다. 현재 일본 관계자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특이하게도 이들은 다음 앨범을 일본 현지에서 발매할 계획이다.

"우리의 국외 진출계획은 구체적입니다. 일단 일본 무대를 노크할 계획이죠. 올해에 일본에서 앨범을 내고 라이브 클럽 쪽으로 활동을 시작해요. 이어 일본 최대 록 페스티벌인 서머소닉까지 올라가는 것이 첫 번째 계획입니다."

"특히 우리는 현지 분위기에 맞춘 현지 발매 앨범을 가지고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동안 국외에 진출하겠다던 다른 록밴드들과는 방식이 다르죠. 현재 관계자들과 최종 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자신이 있어요. 음악적인 완성도부터 우리는 라이브 무대력 역시 한 번도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본 적 없죠. 오히려 극찬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런 힘을 바탕으로 이후에는 일본을 넘어 중국, 동남아 최종적으로는 미국 무대 진출까지 꿈꾸고 있어요. 솔직히 미국 진출은 꿈이 될 수도 있지만, 끝까지 목표로 삼으며 활동할 겁니다."

▲ 킥스타트 리더 한기택

이처럼 이들이 국외 진출을 최종 목표로 삼은 이유가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음악을 공짜로 듣는 것이 당연하다는 국내 분위기 때문이다.

"이번에 음악을 공짜로 들을 수 있다는 삼성밀크 어플 사건 아시죠? 지금 상황이 심각합니다. 음악은 공짜라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뮤지션들이 힘든 상황입니다. 음악을 만들면 음원 한 곡당 이쑤시개값도 안 나오는 수익을 올리고 있죠."

"작업에 들어가는 비용이 수백, 수천만 원이 드는데 결국 수익은 않나고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국내 활동보다는 국외 활동에 무게를 두는 뮤지션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우리가 국외 진출을 선택한 이유도 이런 부분이 큽니다.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뮤지션들도 분명 좋은 음악을 끊임없이 만들어야 하는지만, 우리 대중들의 분위기도 음악은 공짜라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뮤지션도 살고 대중도 사는 것으로 생각해요."

 

◆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음악을 하는 것이 최종 목표예요"

킥스타트 멤버들은 국외 진출 계획의 구체성 이외에도 음악적인 면에서의 각오도 남달랐다. 이들은 특정 장르를 넘은 완성도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포스트 그런지 록 자체가 여러 음악이 뒤섞인 장르죠. 우리의 음악적 목표와 잘 맞아 떨어진다고 봅니다. 최대한 우리 멤버들 각자의 감성이 반영된 여러 느낌을 담은 완성도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예전에 저의 음악 스승이신 이근형 작곡가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좋은 음악에는 주류 비주류가 없다. 사람들에게 계속 들리는 음악은 분명 성공하게 돼 있다고요. 이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감미로우냐 강하냐, 어떤 장르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눈과 귀를 홀리는 음악을 만들 겁니다. 지금 멤버들과 영원히요."

[취재 후기] 킥스타트가 시도하고 있는 포스트 그런지 록은 높은 완성도와 수준을 요구하는 장르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다. 하지만 이들은 험난한 이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다. 비록 많은 돈을 벌고 풍족한 자금력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들의 음악을 추구하고 있다. 이들의 말처럼 현실은 힘들지만, 대중이 계속해 듣고 싶어하는 음악을 만들 수 있다면 성공은 머지 않아 보인다.

■ 멤버소개

▲ 한기택

▲ 리더 겸 기타 한기택= 국내 최고의 기타리스트이자 '서시'와 '말리 꽃'을 작곡한 이근형의 제자다. 들소 기타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강렬한 무대매너가 압권이다. 예전 밴드 '얀'의 멤버로 대중가요를 통해서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특히 10여 년 이상 유명 세션 작업을 꾸준히 해왔고 유명 편곡가이자 작곡가다. 현재 제로지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 노상엽

▲ 베이스 노상엽= 킥스타트의 핵심 멤버다. 뛰어난 실력으로 이미 홍대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유명 베이시스트다. 현재 킥스타트를 비롯해 각종 밴드에서 활동 중이다.

▲ 에이먼

▲ 보컬 에이먼= 킥스타트의 보컬을 맡고 있다. 이모티콘과 다이아몬드 더스트라는 밴드를 거치며 노래 실력을 인정받았다. 잠시 연극과 뮤지컬 배우로도 활동한 그는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다. 그는 소리를 지르는 전형적인 록 보컬이 아닌 새로움이 담긴 목소리로 팬들을 사로잡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 박성준

▲ 드럼 박성준= 지킬과 핑크레이디라는 밴드를 거쳐 현재는 킥스타트 드럼을 맡고 있다. 다양한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그는 록과 팝, 심지어 클래식까지 접목한 새로운 포스트 그런지 록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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