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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12) 기타리스트 유병열 거장의 삶을 연주하다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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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12) 기타리스트 유병열 거장의 삶을 연주하다 (上)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3.04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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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박영웅 · 사진 최대성 기자]  도전의 가치를 중시하는 스포츠Q가 야심 차게 기획 중인 인디레이블 탐방 12번째 주인공은 대한민국 기타연주의 거장이자 1세대 록커 유병열이다.

대한민국 록 음악사에서 기타리스트 유병열의 존재는 특별하다. 윤도현밴드 리더 출신으로 이름을 날린 그는 이후 비겐후를 거쳐 현재 바스켓노트 생활을 이어오면서 한순간도 기타리스트로서의 활동을 놓지 않았다.

솔로 연주 앨범 발매부터 공연, 여러 유명 가수들과의 세션 활동, 후학양성까지 수십 년간 활동을 이어온 그는 분명 대한민국의 진짜 '기타리스트'다. 비록 3대 기타리스트라는 겉으로 화려한 타이틀은 없지만 순수한 실력과 활동으로 보면 대한민국 기타리스트 거장이 분명하다.

 

기타리스트라는 이미지가 음악의 장단을 맞춰주는 단순한 보조 연주자라는 왜곡된 시선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 기타리스트들의 활동 상황만 봐도 이런 현실이 이해가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소위 3대 기타리스트라는 백두산의 김도균, 부활의 김태원, 시나위의 신대철이 있다.

수십 년째 이들은 각각 테크닉, 블루지한 감성, 속주 등 기타리스트가 갖춰야 할 여러 부분에서 최고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세 사람은 오랜 시간 대한민국 3대 기타리스트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순수한 기타 연주자로서의 활동은 기대만큼 자주 눈에 띄지 않는다.

기타리스트들에 대한 대우가 좋지 못하다 보니, 순수한 기타리스트 활동은 웬만한 뮤지션들은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이처럼 척박한 환경을 생각하면 유병열이 '전설'을 써나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 독학으로 기타를 배운 아이 '최고가 되다'

유병열이 순수하게 기타를 잡은 지는 35년째가 됐다. 중학교 2학년 당시 우연히 교회에서 통기타를 시작한 것이 기타 인생의 첫 출발이었다. 이후 고교 시절 스쿨밴드를 거쳐 졸업 후 정식 록 뮤지션의 길을 밟을 때까지 그에게 기타는 연인이자 가족이 됐다.

특이한 부분은 이런 긴 세월을 기타와 함께해 왔지만, 누구에게도 기타를 배운 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 홀로 음표를 읽고 연주를 하며 '최고'가 됐다.

"중2 때 교회에서 연주를 보고 그냥 통기타를 치고 싶었죠. 전 스승이 없었어요. 누구에게 배운 적도 없고 독학으로 기타를 쳤어요. 이후 스쿨밴드를 거쳐 고교 졸업 후 해비메탈 시대를 맞았죠."

"방미와 바람꽃에서 진정한 음악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당시로서는 진짜 실력 있는 뮤지션들만 설 수 있다는 호텔 나이트클럽부터 미 8군까지 다양한 무대를 경험했어요. 이런 경험이 제 음악 인생의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이후 28세 때 (윤)도현이를 만나서 윤도현 밴드를 시작했어요. 리더로서 '먼 훗날', '가리지 좀 마' 등의 히트곡을 만들었죠. 음악인생에서 화려한 시절이었죠. 이후 비겐후를 거쳐 바스켓노트까지 밴드 활동을 이어오고 있고 기타리스트로서도 단독 공연과 앨범 활동을 꾸준히 활동을 지속 중이에요."

"누구에게 배운 적 없는 기타로 이 정도의 삶을 산 것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 유명 세션으로 크게 알려진 유병열의 '기타 세계'

유병열은 윤도현 밴드 당시부터 빼어난 연주실력으로 기타리스트로서 이름을 크게 알렸다. 하지만 기타리스트로서 그의 특이한 이력은 또 하나가 있다. 바로 세션 활동이다. 그의 손을 거쳐 간 가수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YG 소속의 휘성, 거미, 빅뱅, 세븐 등 아이돌 출신들은 물론이고 인순이, 빅마마 등 실력파 중견 가수들의 음악까지 모두 세션을 담당했다. 유병열은 기타리스트가 서기 힘든 척박한 우리나라에서 세션이라는 방법으로 자신만의 '기타 세계'를 펼쳤다.

"도현이랑 헤어지고 나서 먹고살 길이 막막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으로 레슨을 시작하다가 세션 활동을 했어요. 처음에는 진입하기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확 들이대는 성격인 제가 근면 성실함으로 꾸준히 문을 두드리니 서서히 일이 들어왔죠. 결국, 세션 분야에서 제 경제적 음악인생을 유지하게 해 줄 만큼 수익과 명성을 얻게 됐죠."

 

◆ 스승이 없던 유병열. 지금 그가 스승이 됐다 '후학양성'

유병열이 기타리스트로서 대중들에게 찬사를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의 후학양성 활동 때문이다. 그는 현재 국내 기타리스트 중에서는 수 년째 유일하게 기타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현재 전남도립대학교 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어요. 기타리스트가 정기적인 기타 캠프를 하는 경우는 저뿐이에요. 단발로 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이렇게 장기적으로 하는 경우는 없어요."

"전 기타 캠프를 통해 음악 후배들이 기타에 대해 전반적으로 느끼는 부분과, 기타를 치는 데 정신무장을 해야 하는 부분을 커버해 주고 있어요. 음악을 보는 시각을 넓혀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대학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중입니다. 지금은 많은 제자가 사회에 나와 기타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무척 뿌듯합니다."

후학양성 이야기가 이어지자 유병열은 기타 레슨에 대한 자신의 철학도 밝혔다.

"사실 활동 초기시절에는 레슨을 생각하지 않았어요. 윤도현 밴드 때도 안 했죠. 당시 저도 아직 음악을 다 모르는 데 누구를 가르친다는 것이 사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연륜이 쌓이고 음악의 맛을 알고 나니 레슨을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된 겁니다. 실력도 없으면서 레슨을 한다는 요즘 친구들을 보면 그래서 안타까운 겁니다."

 

◆ 솔로 기타리스트 '최초' 기록제조기 유병열, '29일 롤링홀 첫 기타리스트 단독공연' 연다

유병열에게 기타리스트 활동에서만큼은 '최초'라는 수식어는 낯설지 않다. 색다른 음악적 시도를 한 솔로 연주 앨범 발매는 물론이고 솔로 독주 콘서트 등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

특히 유병열이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롤링홀' 단독 기타 독주 공연은 주목할 만하다.

"오는 29일 5시에 롤링홀에서 단독 기타 연주 공연을 합니다. 롤링홀 기타리스트 단독공연은 최초에요. 이 공연은 제 인생의 일부나 다름없죠."

"2시간 단독공연으로 연주곡을 10곡(총 16곡) 이상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요. 사실 우리나라 분위기상 연주곡은 무대에 올라오기 쉽지 않거든요. 이걸 제가 시도하는 겁니다. 많은 관객이 같이 즐겨 주시길 바랍니다."

*이번 롤링홀 단독공연에는 유병열의 기타 세계뿐만 아니라. 화려한 게스트들도 대거 출연한다. 서문탁, 김재만, 김병삼 등이 무대에 오른다.

 

◆ 기타리스트 외길 유병열의 음악 인생목표는 '후회 없는 삶'

유명밴드의 리더이자, 대한민국 최고의 기타리스트, 후학양성을 하는 교수까지 유병열이 이룬 일들은 성공적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신중하고 또 신중한 음악 인생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음악을 관둘 때까지 후회만 없었으면 좋겠어요. 사람이 한 인생을 살다 보면 후회하는 일이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전 제 살아온 인생을 돌이켰을 때 후회를 남기지 않길 바랍니다. 제 인생 전부가 기타인 만큼 인생에서 후회 없는 기타리스트가 되겠다는 소리입니다."

"전 사실 많이 연구하는 타입입니다. 섬세함과 강함을 동시에 가진 기타리스트가 되기 위함이었죠. 이것이 완성돼야 제 인생에 후회가 없을 것 같아요."

[취재 후기] 기타리스트라는 생소한 느낌으로 시작한 유병열 인터뷰는 인생의 많은 것을 배웠다는 느낌이 강했다.  척박한 록음악 환경에서 기타리스트로서 사명감을 잃지 않고 활약하는 그의 모습이 신기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런 활약으로 이미 발전이라는 정점을 넘어선 유병열. 그는 분명 대한민국 기타리스트의 거장이었다.

[인디레이블탐방⑫] 기타리스트 유병열의 리듬세계 "테크닉은 '허상'인거죠" (下)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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