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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8) 대한민국 1세대 메탈의 역사 제로지 '전설을 말하다'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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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탐방](8) 대한민국 1세대 메탈의 역사 제로지 '전설을 말하다' (上)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5.02.02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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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박영웅 · 사진 최대성 기자]  도전의 가치를 중시하는 스포츠Q가 야심 차게 기획 중인 인디레이블 탐방 8번째 주인공은 28년 한국 언더그라운드 록밴드의 살아있는 역사 '제로지'다.

제로지는 지난 1987년도에 결성된 5인조 밴드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1세대' 언더그라운드 록그룹이다. 이들은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중반까지 국내에서 인기를 끌던 헤비 메탈을 주도했다.

 

◆ 제로지의 탄생은 전설의 시작 "역사를 만들었죠"

제로지라는 팀 명은 무중력 상태를 뜻한다. '아무 것도 첨가 하지 않은 정통 메탈 추구'라는 뜻이 담겨있다. 87년 12월 결성 당시에는 기타리스트 김태영의 주도 아래 드럼 연주자 김도형, 베이시스트 박창규 등이 소속돼 있었다. 이후 88년 보컬 김병삼을 영입하고 앨범 및 공연을 통해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87년도에 지금은 스윙 기타 사장인 김태영이 팀을 만들었죠. 그 후 1년 뒤 제가 합류했고요. 우리가 정식적으로 무대에 선 것이 88년으로 기억해요. 88년 8월 송도 해수욕장에서 열린 '록 콘서트(Rock Concert)' 였죠. 제로지의 본격적인 활동의 시작이었죠."

제로지가 활동을 시작한 당시는 한국 록 밴드의 전성시대였다. 현재까지도 대중들이 잘 알고 있는 백두산과 시나위를 비롯해 블랙신드롬, 아발란쉬 등의 실력파 1세대 메탈 밴드들이 음악 시장에 한 축을 이끌고 있었다.

"당시 록밴드의 인기는 아주 좋았어요. 전국 투어와, 록 페스티벌, 지역 공연이 넘쳐났어요. 사람들은 록밴드는 직접 공연장을 찾아와 즐기는 문화라는 인식이 강했죠. 제로지도 당시 이런 활동을 통해 큰 인기를 얻었죠."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대한민국에 찾아왔던 록의 전성시대에 제로지의 한 멤버로 활약할 수 있었다는 것에 저는 자랑스러움을 느낍니다. 우린 역사를 만든 거죠."(김병삼)

 

◆ 완성도 높은 앨범 두 장 '레전드 명반'

제로지가 발매한 앨범은 총 3장이다. 1집 '익사이팅 게임(Exciting Game. 1990 )'을 시작으로 2집 '이지 컴 이지 고(E.Z Come, E.Z go 1992)', 3집 '제로지 (Zero G. 1999)'다.

이 중 3집 앨범은 기타리스트 김태영이 제로지 해체 7년 만에 새로운 멤버를 이끌고 내놓은 가요 성향의 앨범이다. 제로지가 추구했던 메탈 사운드에서는 많이 빗나갔던 앨범으로 평가받는다.

결국 제로지의 실제 모습을 담은 앨범은 1집과 2집이 전부다. 사실 음반수는 매우 적다. 그러나 단 두 장의 앨범이 가진 파급력은 대단했다. 특히 2집의 경우 빅히트 넘버인 '지쳐버린 마음'을 비롯해 '아픈 상처', '마지막 선택' 등의 히트곡을 담고 있다.

음악 평론가들은 제로지의 1집과 2집을 두고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짧았던 대한민국 록의 전성을 압축해서 담은 명반"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제로지 멤버들은 이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사실 명반이니 좋은 음악이니 그런 것을 생각해서 활동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우리만의 음악을 추구하고 우리만의 사운드를 고집했던 것뿐이죠. 하지만 이런 평가를 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이죠. 지금 생각해 보면 더 많은 앨범을 냈어야 했다는 아쉬움도 큽니다. 그래서 앞으로 제로지는 영원히 음악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입니다."

 

◆ 해체를 맞은 전설 제로지 "조용필에게 이미자 노래를 요구했죠"

제로지가 정통 한국형 메탈 밴드로서 제대로 활동했던 시기는 사실상 5년여 정도에 불구하다. '팀 해체'가 원인이었다. 팀 내부 사정과 당시의 흐름 때문이었다.

"잘나가던 팀이 93년도에 해체를 맞게 됐어요. 음악적 방향을 두고 팀원들과 마찰이 일어났던 거예요. 당시 팀원들은 가수 김민종의 세션을 해주고 있었죠. 그 당시 우리나라에 유행하던 것이 발라드였죠. 회사와 당시 멤버들이 돌연 김민종 씨가 부르던 스타일의 노래를 요구하더라고요. 전 완강하게 거부했어요. 말이 됩니까? 정통 헤비 메탈을 하던 사람에게 발라드라니…."

"마치 조용필 선배님께 이미자 선배님 노래를 부르라고 요구한 것이나 다름없었죠. 계속 거부하자 전 그 길로 팀에서 나왔어요. 이후 저는 토이박스라는 메탈 밴드를 결성하고 그곳에 몸을 담았죠."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팀 해체는 여러 이유가 있었던 거예요. 당시 인기 헤비 메탈 밴드들이 모두 해체되는 상황이었고. 기존 발라드와 새롭게 등장한 댄스뮤직이 우리나라 음악계를 덮었던 시절이니까요."

"심지어 저 역시도 서태지와 아이들의 '로큰롤 댄스' 세션에 참여했을 정도니까요." (웃음)

 

◆ 제로지의 재결성 "원래 다신 안 하려고 했는데 운명을 느꼈죠"

제로지 리더 김병삼은 토이박스 활동 등을 유지하다 결혼했고 이후 음식점 사장으로 변신했다. 홍대에서도 유명한 '맛 좀 볼래' 라면 가게(현재는 육개장집) 사장이 된 것이다. 그에게 십여 년간 제로 지는 잊혀진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는 특별한 공연을 계기로 다시 제로지의 마이크를 잡았다. 운명을 느꼈다고 한다.

"2012년 12월에 롤링홀에서 '헬라이드'라는 공연 기획이 있었죠. 헬라이드는 80~90년대 송설 공연장과 파고다 극장을 중심으로 활동한 밴드들을 모아 공연을 했어요. 이곳에서 저는 20여 년 만에 제로지라는 이름으로 마이크를 다시 잡았어요."

"당시의 멤버들은 아니지만 젊고 새로운 친구들을 불러모아 무대에 서게 됐죠. 단발성이었어요. 재결성을 염두에 뒀던 공연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무대에 오르는 순간 전 울컥했어요.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때 문득 제로지는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로지를 살리겠다는 마음을 결정했어요."

당시 공연에서 제로지는 직장 일을 하는 멤버들로 인해 제대로 된 연습을 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당시 공연은 제로지의 독무대였다. 리더 김병삼은 스스로 제로지의 시간이 왔다고 느낀 것이다.

"단 세 번의 합주가 전부였죠. 멤버 전부가 다 모여서 합주를 한 거예요. 우린 망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너무 잘되더라고요. 이것이 운명 아니면 뭐겠어요. 당시를 계기로 제로지는 재탄생한 것입니다. 2년째 해오고 있는 거죠."

 

◆ '재결성' 제로지의 목표는 양질의 소리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20여 년만에 다시 부활한 제로지의 목표는 뚜렷하다. 양질의 소리와 메시지를 담은 메탈 음악을 추구하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일이지만 정통 헤비 메탈 음악은 막강한 수요층이 있어요. 실제 홍대신 집계를 봐도 알 수 있어요. 아예 말랑말랑한 음악을 하는 밴드와 강렬한 사운드를 중심으로 하는 밴드의 팬이 제일 많죠. 지금도 완성도 높은 헤비 메탈 음반은 수요층이 꽤 된답니다."

"이들 팬의 귀는 정말 고급스럽다는 얘깁니다. 결국 메탈 음악의 질을 높이기 위해 움직여야 해요. 그렇기 위해서는 이들의 몸을 때릴 정도의 강력한 사운드가 준비돼야 하고 메시지도 필요하고요."

 

하지만 양질의 소리와 전달력 있는 메시지를 만드는 일이란 쉽지 않은 작업이다.

"메탈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엄청난 사운드를 만들어낼 방법을 연구하고 있죠. 사실, 문제는 비용이죠. 하지만 이것을 극복해야 해요. 우선 공연에서만이라도 좋은 사운드를 관객들에게 들려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가사도 변화를 추구하는 중입니다. 사실 예전 우리나라 메탈 밴드들의 음악을 보면 대부분 영어 가사예요. 특히 우리 때는 영어가사가 당연했죠. 어릴 때부터 외국 메탈 밴드 음악만 듣다가 한국말을 붙이니 오히려 더 어색했던 거예요."

"하지만 이제 변화해야 합니다. 관객들이 더욱 더 와 닿을 수 있는 한글 가사를 통해 소통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이 모든 것을 담은 앨범이 곧 발매될 것입니다. 기다려 주세요."

[취재 후기] 30일 제로지는 롤링홀에서 주최한 기획공연 '킹 오브 록' 전설의 4대 밴드(블랙신드롬, H2O, 블랙홀, 제로지)에 이름을 올렸다. 분명한 사실은 제로지가 짧지만, 한국 언더그라운드 록신에 큰 획을 남겼고 슈퍼 그룹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다. 팬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기에 '킹 오브 록'이라는 타이틀을 그들에게 지어준 것이 분명하다.

"킹오브 록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역사 속에 있던 밴드들과 나란히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 힘들었던 로커의 인생에 모든 것을 보상받는 기분입니다."(김병삼)

◆ 멤버 소개

▲ 리더 김병삼

리더 김병삼= 제로지 원년멤버로 80~90년대 대한민국 록음악신에서 이름을 날리던 보컬이다. 전형적인 헤비 메탈 창법을 구사하는 보컬이다.

▲ 기타 한기택

기타 한기택= 기타리스트 이근형의 제자다. 들소 기타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강렬한 무대매너가 압권이다. 예전 밴드 '얀'의 멤버로 대중가요를 통해서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현재 킥스타트 밴드도 함께 활동 중이다.

▲ 베이스 노상엽

베이스 노상엽= 제로지의 막내 멤버다. 뛰어난 실력으로 이미 홍대에서는 유명한 베이시스트다. 현재 킥스타트를 비롯해 각종 밴드에서 활동 중이다.

▲ 드럼 류하림

드럼 류하림= 훌(wHOOL)에서 활동했던 드러머. 블랙신드롬 김재만 밑에서 음악을 공부했고 김병삼의 스카우트로 영입된 멤버다. 뛰어난 드럼 실력은 이미 홍대에서 유명하다.

▲ 기타 류병열

기타 유병렬= 유명 기타리스트로 예전 윤도현 밴드에서 활동했다. 현재는 솔로 앨범 활동과 밴드 바스켓노트를 이끌고 있다. 현재 제로지의 정식멤버는 아니지만 제로지와 함께 꾸준히 활동을 해나가고 있다.

[인디레이블탐방](8) 28년차 1세대 록밴드 제로지 "어설프니까 관객이 없는 것이다"(下)  로 이어집니다.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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