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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 탐방](3) 인디 슈퍼그룹 '더 히스테릭스' 그들의 '투잡'은 이런 것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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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레이블 탐방](3) 인디 슈퍼그룹 '더 히스테릭스' 그들의 '투잡'은 이런 것 (上)
  • 박영웅 기자
  • 승인 2014.12.27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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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박영웅 · 사진 노민규 기자 ] 도전의 가치를 중시하는 스포츠Q가 야심 차게 기획 중인 인디레이블 세 번째 순서다. 이번에 살펴볼 그룹은 80년대 LA 메탈 사운드를 들고 나타난 '더 히스테릭스'(이하 히스테릭스)다.

이들의 가치는 대단하다. 남들이 하지 않는 음악을 다룬다는 부분도 특별하지만, 이들은 인디레이블 시장 주류밴드로서 어떤 경제적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교과서처럼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게 현 인디 레이블 신의 구조와 모순 방향을 들을 수 있었다.

▲ 풍부한 음악적 경험과 역량을 지닌 '더 히스테릭스'는 국내 인디음악의 한계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다.

◆ 히스테릭스 인디레이블이 먹고 사는 법을 말하다

히스테릭스 멤버들 대부분은 밴드 활동 외에 다른 직업들이 있다. 리더 김세헌은 큰 가게를 하는 사장님이다. 또한, 리드기타 정유화는 기타 교습학원 원장, 베이스 이창현은 특이하게도 아이돌을 키우고 있는 작곡가다. 또 한 명의 기타를 맡은 닉은 현재 가톨릭 대학교 교수로 활동 중이다.

이처럼 히스테릭스의 대부분 멤버들은 그룹 활동 외 다른 직업들을 갖고 있다. 홍대신 대부분의 밴드가 이런 경제적 활동 방식의 구조로 되어 있다. 다만 히스테릭스 멤버들은 음악 활동의 연륜만큼 탄탄한 음악외 직업들을 보유 중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탄탄한 음악 배경 외에 직업을 갖고 있음에도 인디신에서의 음악 활동은 쉽지 않다고 말한다. 히스테릭스가 이 정도 인데 직업 기반이 약한 (쉽게 말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밴드들은 힘겨운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여기(홍대신)가 미국이나 일본 같은 큰 시장이 아니라는 건 딱 보셔도 알죠? 신 자체가 작다 보니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는 애초부터 아니예요. 한 예로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이 잘나갈 때 앨범이 3만에서 7만 장이 나가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들었으면 말 다 한 거죠."

"그렇다 보니 음악 외에 다른 일들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탄탄한 직업 기반을 가지고 있으면 모를까.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하면 몸도 힘들고 음악도 질이 떨어지고 악순환의 연속이죠. 모두 우리나라 인디신의 협소함에서 나오는 문제예요. 거기에 최근에는 경기까지 안 좋아 지면서 더 힘든 상황이에요."

▲ 더 히스테릭스 리더 김세헌

◆ '구조적 모순',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히스테릭스 멤버들은 의견을 같이 했다. 작은 시장인 홍대신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모순 때문에 현 인디 시장이 더욱 상태가 안 좋아 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인디레이블 시장이 침체하고 힘든 데에는 아까 말한 협소한 시장 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아요. 일단 팬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에요."

"왜 그런 줄 아세요? 90년대까지만 해도 밴드가 많이 없었어요. 그렇다 보니 밴드보다 클럽이 많았죠. 밴드들은 스스로 공연할 기회가 많았고 팬들이 늘어가는 구조였죠. 하지만 지금은 밴드가 너무 많이 늘어났고 공연할 클럽은 줄었죠."

"클럽들도 밴드 공연도 해야 하고 힙합, 아이돌 등 다른 장르의 공연들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요. 밥그릇은 하나인데 여러 내용물이 들어오는 상황까지 온 거죠."

"신예 밴드들이 무대에 설 기회가 확 줄어버린 겁니다. 클럽들은 공연하겠다는 밴드는 많고 거기에 인기도 내림세다 보니 검증받은 인디 그룹들만 선호하니까요. 결국, 팬들은 늘어나지 않았어요. 완전히 구조적인 모순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 리드 기타 정유화

◆ 공연 수준이 안되는 밴드들도 난무

히스테릭스 멤버들은 우리나라 인디신의 침체 원인에 대해 또 하나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수준이 떨어지는 신인들이 난무하게 됐다는 것이다.

"저렇게 구조적 모순이 드러나니까 일부에서는 밴드가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행사를 초점으로 하는 등 그런 거죠. 그렇다 보니 수준도 안되는 어린 친구들이 밴드를 하겠다고 하고 있고…. 아이돌 흉내를 내는 밴드까지 등장하고 있어요."

"특히 여성밴드들이 많이 늘어났는데 음악적 실력보다는 비주얼에만 신경을 쓰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실제 대중적인 아이돌보다 음악적으로나 비주얼 적으로 부족하다는 거예요. 이런 것들이 현재 우리나라 인디신을 괴롭히는 문제들이죠."

▲ 더 히스테릭스의 연습실

우리나라 인디신에 대한 일부 팬들의 편향된 관심도 꼬집었다.

"일부 팬들에게도 문제가 있어요. 일단 인디레이블은 보러오는 사람들만 와요. 아까도 말했지만 새로운 팬이 잘 안 늘어나고 있죠. 더 큰 문제는 이들의 팬덤이 일시적인 경우가 많다는 거죠."

"이들은 대중 연예인과는 쉽게 접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접하기 쉬운 홍대신의 밴드를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런 팬들의 문제는 밴드 멤버가 결혼을 하거나 하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이들이죠. 고정 마니아층에 크게 기대는 밴드들에는 좋은 일이 아니예요."

▲ 베이스 이창현(로커)

◆ 히스테릭스 그들이 말하는 해결책은?

이들은 이런 많은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히스테릭스가 제시하는 대안은 밴드들의 마인드 변화였다.

"일단 밴드들은 마인드를 바꿔야 해요. 예쁜 척하고 아이돌스럽게 밴드를 유지하려는 발상 자체를 접어야 합니다. 뮤지션이라는 마음을 키워야 해요."

"또한, 유행에 목을 매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인디레이블의 문제가 되는 장르라는 소문이 나면 전부 따라 합니다. 그러니 포화가 되는 거죠. 독창적인 음악성을 키워야 합니다."

홍대신의 시스템 변화에 대한 지적도 이어나갔다. 이들은 오랜 시간 홍대신에서 활동을 해온 연륜만큼 시스템 면의 한계와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그동안 인디신 공연을 하면서 느낀 건 공연 시스템적으로 달라진 게 많이 없다는 거예요. 특히 공연 스태프와 엔지니어들의 수준이 발전이 없어요. 뭐 돈이 크게 안 들어오니까 문제일 수 있는 거지만, 분명 클럽들 혹은 인디신의 주요 공연장들은 이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좋은 질의 공연을 보여줄 시스템만 갖춰도 관객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거니까요."

▲ 드럼 강대희

◆ 더 히스테릭스의 대안법

연륜과 경력이 넘치는 멤버들로 구성된 밴드답게 히스테릭스는 인디레이블의 문제점과 해결책에 대해 소중한 지적들을 알알이 쏟아냈다.

그러고 나서 이들은 본인들만의 구체적인 발전방향을 제시했다. 2부에서도 말하겠지만 바로 국외진출이었다.

"지금 우리가 음반을 내는 방식은 간단해요. 팬들에게 소셜펀딩을 받아서 비용을 모으고 이 돈으로 음반을 만드는 거죠."

(참고로 이런 음반발매 방식은 많은 인디레이블 밴드들이 취하는 방식이다. 특히 소속사가 없는 진짜 인디레이블 밴드들은 이런 방식을 통해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개미투자자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눈을 돌려야 할 때가 왔습니다. 우린 분명히 길을 정했어요. 세계 2위의 음반시장인 일본과 최대 음악 수요국으로 떠오르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이죠. 이를 위해 우리는 음악의 질적인 면부터 그룹의 퍼포먼스까지 모두 국외를 겨냥한 기획을 거쳐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 기타 닉

[취재 후기] 인디레이블 취재를 해온 이래 가장 진지한 대화를 나눈 것이 히스테릭스였다. 이들은 현 인디문화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었고 고쳐야 할 방향까지도 알고 있었다. 확실히 인디신의 대선배들다운 예리한 지적이었다. 이들의 말처럼 홍대신의 시스템 변화와 밴드들의 발전을 통해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나라 인디신 전체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계속>

★ 더 히스테릭스

더 히스테릭스는 올해초 결성해 지난 7월 8일 정규1집 앨범 'Take It Sleazy'를 발매하고 평균 주 2회 공연을 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홍대 주류 밴드다. 80년대 LA매탈을 추구하는 이 밴드는 대중 록밴드 이브와 걸의 보컬이었던 김세헌과 기타리스트 정유화가 주축이돼 결성됐다. 현재 베이스 로커, 골드멤버 출신의 기타 닉, 해리빅버튼 등 다수의 그룹에서 활약한 전문 드러머 강대희까지 5인조로 활동 중이다. 공연 위주로 활동하는 더 히스테릭스는 앞으로 국외 진출을 목표로 2월께 2집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다.

[인디레이블 탐방](3) 더 히스테릭스 80년대 LA매탈 사운드 복원 '21세기와 접속' (下) 도 함께 보세요^^

dxhero@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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