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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수 금메달, 롯데 레전드 DNA '부전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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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수 금메달, 롯데 레전드 DNA '부전여전'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3.09.26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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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세월이 흐르면서 한국 체육계엔 우수한 DNA를 물려받아 상당한 실력을 뽐내는 2세들이 여럿 생겼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차범근-차두리(축구), 이종범-이정후(야구), 허재-허웅‧허훈(농구) 등이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사브르 금메달리스트 윤지수(30‧서울특별시청)도 이 대열에 포함될 자격을 갖췄다. 그의 아버지는 프로야구(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그리워하는 레전드 투수 윤학길(62) KBO 재능기부위원이다. 

윤지수는 26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개인전 결승에서 사오야치(중국)를 15-10으로 꺾고 애국가를 울렸다.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개인전 당시 8강 탈락으로 분루를 삼켰던 한을 푼 결과이기도 하다.

윤지수가 메달 시상식에서 1위를 상징하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지수는 사실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금메달을, 2021년 2020 도쿄올림픽에선 동메달을 획득한 바 있으나 당시엔 단체전 멤버라 이렇게까지 조명받지는 못했다. 국민의 주목도가 남다른 메가스포츠이벤트 개인전에서 생애 처음으로 입상인지라 아버지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윤학길은 2010년대 이후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완투형 투수였다. 이 부문 무려 100회로 단연 선두다. 2~10위는 고(故) 최동원(81회), 장호연(79회), 선동열(68회), 김시진(67회), 이강철(65회), 송진우, 조계현, 장명부(이상 64회), 이상군(62회). 올드 야구팬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이들이 전부 윤학길 밑이니 그의 위대함을 알 수 있다.

윤학길은 완봉승 부문에서도 20회로 정민철과 더불어 공동 2위다. 1위는 29승의 선동열. 롯데팬들은 그런 그에게 ‘고독한 황태자’라는 별명을 붙였다. 일각에선 최동원, 이대호만이 영예를 누린 롯데 영구결번에 윤학길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프로 통산성적은 117승 94패, 평균자책점(ERA) 3.33. 

윤지수가 금메달을 확정짓고선 투구를 벗은 채 벅찬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버지의 이런 우수한 운동재능을 물려받은 윤지수는 지난 4월 2012 런던 금메달리스트 김지연이 국가대표에서 은퇴하면서 사브르대표팀의 맏언니가 돼 부담감을 짊어지고 중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2002년 부산 이신미, 2010년 광저우 김혜림, 2014년 인천 이라진에 이어 역대 4번째 여자 사브르 개인전 우승자 반열에 오르는 영예를 누렸다.

현역 시절 승부욕이 대단했던 아버지처럼 윤지수는 싸움닭 기질을 발휘했다. 2년 전 도쿄올림픽 개인전 16강 그리고 3개월 전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전 상대로 눈물을 쏟게 했던 자이나 다이베코바(우즈베키스탄)를 준결승에서 15-14로 눌렀다. 기세를 올린 그는 결승전에선 안방팬의 일방적인 성원을 등에 업은 사오야치마저 완파하고 크게 포효했다.

윤지수의 어린 시절, 아버지 윤학길과. [사진=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윤지수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운동 신경은 아버지를 닮았다. 그리고 마지막 라운드까지 버틸 수 있는 멘털도 아버지를 닮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윤지수의 활약으로 ‘펜싱 코리아’는 사흘 연속 개인전 금메달이란 대단한 성과를 냈다. 첫날 여자 에페 개인전에서 최인정(계룡시청)이, 둘째날 남자 사브르에선 오상욱(대전시청)이 웃었다. 은메달리스트도 전부 우리 선수였다. 이로써 한국은 개인전을 금메달 셋, 은메달 둘, 동메달 하나로 마감했다. 27일부터 사흘간 이어질 남녀 에페·플뢰레·사브르 단체전에서 추가 메달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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