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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유치 홍보에 '한국이 싫어서'? 그 이유는 [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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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유치 홍보에 '한국이 싫어서'? 그 이유는 [BIFF]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10.05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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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홍보에 나선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한국이 싫어서'라는 파격적인 제목의 한국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장건재 감독의 장편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장강명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한국에서의 삶에 회의감을 느끼는 주인공 계나(고아성 분)가 피로와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뉴질랜드로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한국에서 살아가는 20대 청춘들이 겪는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주며 한국을 '탈출하고 싶은 공간'으로 그려낸다. 어둡고 추운 곳으로 표현되는 한국과 달리 뉴질랜드는 밝고 따뜻한 보금자리로 전달된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 스틸컷.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한국이 싫어서' 스틸컷.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개최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줘야 하는 시기인 만큼 해당 영화가 엑스포 유치 홍보와 어울리는가에 대한 우려가 이어진 바. 영화제를 방문한 외신들도 해당 제목이 부작용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한 외신 기자는 "외국인으로서 바라보는 한국은 굉장히 밝고 젊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국가인데, 엑스포 유치를 앞두고 한국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줘도 괜찮은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4일 오후 진행된 개막작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이 싫어서'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유를 밝혔다.

남동철 대행은 "영화 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주인공 계나를 비롯한 인물들의 공통점은 '젊은 친구들'이라는 부분이다. 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진 사람들"이라며 "'한국이 싫어서'라는 제목이 특정 국가를 지칭하고 있지만 결국 보편적인 젊은 세대가 갖고 있는 어려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제가 영화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는 영화가 얼마나 우리의 삶을 정직하게 반영하고 있느냐인데, 그런 면에서 가치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부산 엑스포 유치를 앞두고 많은 국가들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주목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비틀고자 했다. 남동철 대행은 "K팝, K드라마, K영화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판타지를 갖고 있는 분들이 있다. 이분들은 한국이 잘 사는 나라, 행복 지수가 높은 나라라고 생각할 수 있을 거다. 이 가운데 한국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 중 영화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며 "우리 또한 한국을 조금 더 제대로 알기 위해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을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부산국제영화제가 한국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하면서 생긴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사진=연합뉴스]
남동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왼쪽부터), 장건재 감독, 배우 주종혁, 김우겸, 윤희영 프로듀서. [사진=연합뉴스]

장건재 감독 역시 "인물을 판단하려고 만든 영화가 아니다. 한국 사회 내 위치에서 느끼는 피로감,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 등 각자의 의견을 경청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왜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 사회를 힘들어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과연 청년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 보고 있는가. 저는 영화를 7~8년 준비하면서 청년에서 중년으로 변했는데, 그 시간을 거치며 다른 방식의 질문을 하게 됐다"며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당사자성이 있었다면 지금은 그 시기를 거쳐 '한국 사회가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있는가', '공정하게 기회가 돌아가고 있는가' 질문하고 싶어졌다"고 덧붙였다.

윤희영 프로듀서는 "제목이 강렬하다 보니 선입견을 느낄 수 있는데 영화는 한국이 싫다고 마침표를 찍는 것이 아니다. '한국이 싫어서' 다음에 올 말을 다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입견을 걷어내고 영화를 재미있게 관람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독려했다.

장건재 감독. [사진=연합뉴스]
장건재 감독. [사진=연합뉴스]

'한국이 싫어서'는 지난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프로젝트 마켓을 통해 선보인 작품이다. 마켓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제작에 돌입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해외 촬영의 어려움을 겪으며 7년 만인 올해 완성됐다.

장건재 감독은 "2015년 출간된 동명 소설을 출간된 그 해에 읽었다. 2015년은 여러분들도 다 아시겠지만 한국 사회가 가장 뜨거웠고 큰 변화를 겪은 시기였다. 그 한 가운데 있던 소설이고 저에게도 공명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야기를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2014년과 2015년의 한국은 세월호 사건과 강남역 사건을 겪고 미투 운동을 이어가면서 크게 변화했다. 작품이 여성 화자를 통해 한국 사회를 거침없이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 목소리를 영화로 옮기겠다는 것이 동기였다"며 "물론 저는 20대 후반의 여성이 아닌 남성이며 다른 위치에 있다. 그럼에도 한국 미래를 그렸을 때 '우리가 잘 살아가고 있나', '이대로 살아가도 되는가' 질문하고 싶었다. 선언적인 제목임에도 도전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작품 제작 계기를 알렸다.

소설의 배경이 호주에서 뉴질랜드고 변경된 것에 대해서는 "영화 준비를 위해서 2017년 호주와 뉴질랜드 양국을 취재 차 방문했다. 당시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 이민자, 유학생을 인터뷰했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결이 달랐다"며 "뉴질랜드는 당시 여성 총리가 있었다. 출산 휴가를 처음으로 쓴 총리였다. 무엇보다 뉴질랜드는 여성인권, 포괄적 인권, 자연의 생명권 등을 소중히 하는 나라라 인상 깊었다"고 답했다.

또한 극중 등장하는 '추위를 싫어하는 펭귄 이야기'를 예로 들며 "펭귄이 따뜻한 나라로 떠나는 것이 뉴질랜드를 은유하는 부분이 있겠다 싶어서 바꾸게 됐다"고 말했다.

장건재 감독(왼쪽부터), 주종혁, 김우겸. [사진=연합뉴스]
장건재 감독(왼쪽부터), 주종혁, 김우겸. [사진=연합뉴스]

한편 주연인 고아성은 최근 개인 일정을 소화하던 중 천추골 골절로 전치 12주 부상을 당해 참석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티빙 '춘화연애담'에서 하차하기도. '춘화연애담'은 고아성 대신 고아라가 출연한다.

장재건 감독은 "고아성 배우는 며칠 전까지 영화제를 오고 싶어 했다.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회복하고 있다. 천추골 골절은 시간이 지나야 회복이 된다고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주종혁은 "마음이 아팠다. 이 영화는 아성 배우 단독 주인공이다. 여기 앉아 있어야 할 사람은 아성 배우인데 제가 대신 온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 이 영화를 잘 전달하고 가고 싶다"고 말했고, 김우겸도 "아성 누나가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오늘 영화를 보고 나가는 길에 문자 한 통을 했다. 누나 짱이라고, 연기 너무 잘 봤다고 했다"며 고아성의 쾌유를 빌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13일까지 열흘간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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