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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설리 다큐 '진리에게' 왜 공개해야만 했나 [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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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설리 다큐 '진리에게' 왜 공개해야만 했나 [BIFF]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10.07 1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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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고(故) 설리(최진리)의 유작 '페르소나: 설리' 중 다큐멘터리 '진리에게'가 베일을 벗은 가운데 연출을 맡은 정윤석 감독이 영화와 관련된 오해를 풀었다. 

영화 '진리에게'(감독 정윤석)가 7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CGV 센텀시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첫 상영을 가졌다. 

설리의 유작으로 알려진 '페르소나: 설리'는 설리 주연의 단편 극영화 '4: 클린 아일랜드'(감독 황수아, 김지혜)와 장편 다큐멘터리영화 '진리에게' 총 2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 ‘진리에게’ 스틸컷.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진리에게’ 스틸컷.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그중 '진리에게'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섹션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7일을 시작으로 8일, 9일 3일간 상영되며 7일과 8일 회차에서는 정윤석 감독이 참석한 관객과의 대화(GV)가 진행된다. 이어 올 하반기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페르소나'는 앞서 가수 아이유가 출연한 바 있는 프로젝트로 다섯 명의 감독이 한 명의 뮤즈로부터 영감을 얻어 단편 영화 다섯 편을 제작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설리는 5편 중 2편의 촬영을 완료하고 3편을 남겨둔 상황에서 2019년 25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공개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으나, 제작사 미스틱스토리 측은 "우리에게 최진리는 좋은 배우였고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녀의 신작이자 마지막 작품인 '페르소나: 설리'를 통해 알려주고 싶었다"고 공개를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진리에게'는 배우이자 아티스트로서의 설리와 스물다섯의 최진리가 그 시절 느꼈던 다양한 일상의 고민과 생각을 인터뷰 형식으로 전한다.

영화 ‘진리에게’ 스틸컷.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영화 ‘진리에게’ 스틸컷.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정윤석 감독은 GV 첫 마디로 "어제 잠을 못 잤다. 중요한 순간을 상상하다 막상 그 순간이 다가오면 아무것도 못하는 일이 있지 않나"라고 첫 공개를 앞두고 역력했던 긴장감을 표현했다.

영화는 1시간 30분 가량 고정된 카메라 앞에서 답변하는 설리의 모습을 여과없이 담아낸다. 설리는 어려운 질문 앞에 한참을 고민하기도 하고, 끝내 대답하지 못 하기도, 울음을 쏟아내기도 한다.

정윤석 감독은 개인적인 해석이 아닌 설리의 답으로만 채워진 결과물에 대해 "영화를 만들 때 항상 주인공 중심으로 생각한다"며 "모든 다큐멘터리 감독의 원칙과 윤리는 주인공의 삶을 존중하면서 선을 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티스트로서 이 사람의 행동을 바라보는 게 중요했다. 저 사람이 보여주는 태도나 침묵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주인공이 대답할 때까지 기다렸다. 생각을 정리하고 자기의 솔직한 대답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영화에서 보면 설리 씨가 '너가 원하는 것이 뭐냐', '너의 생각이 뭐냐'는 질문을 처음 받아봤다고 말한다. 그래서 기다렸다"고 덧붙였다.

정윤석 감독.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정윤석 감독.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설리의 죽음 이후 공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법률 자문과 정신과 전문의 자문이 중요했다. 정윤석 감독은 "두 명의 여성 인권변호사와 정신과 전문의 권위자가 참여했다. 유가족 보호와 고인의 명예를 위해 수차례 검토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큰 슬픔을 가지고 있는 사건이고 애도라는 측면에서 다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공개를 강행한 이유에 대해서는 "주인공이 공개를 원칙으로 인터뷰를 하셨다"며 "무엇보다 고인의 말씀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말이 많다고 생각한다. 여성 문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약자의 문제일 수도 있고 평등의 문제일 수도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젊은 세대가 중요시 여기는 가치들을 함유하거나 설리 모녀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스태프들이 자처해 기존 계약보다 6개월 이상 시간을 쏟았다. 애니메이션팀은 그렸던 애니메이션을 전부 새로 그리는 일까지 흔쾌히 받아들였다. 모두가 그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힘 쓴 것. 특히 "주인공 진리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그분을 그리워 하는 수많은 진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참된 진리(眞理) 자체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페르소나: 설리’ 메인 포스터. [사진=미스틱스토리 제공]
‘페르소나: 설리’ 메인 포스터. [사진=미스틱스토리 제공]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하게 돼 의미가 남다르다고 전하기도. 그는 "배우로서 꿈이 크신 분이었다. 많은 사회적 주체들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며 "영화 안에서 설리 씨가 용서에 대해 말씀하신다. 이 부분에 집중해야 하는 거다. 그분이 남긴 말을 통해 각자의 질문을 생각해야 하고 이것에서 애도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화는 한국에서 약한 편이지만, 주인공의 말씀 안에서 우리의 삶을 잘 돌아보고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실천하며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날 설리의 오랜 팬이라고 밝힌 한 관객은 "설리의 생전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관객은 "내가 진리가 된 기분으로 영화를 감상했다. 이 여운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다"는 감상을 전달했다.

한편 '페르소나'의 또 다른 영화 '4'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곳 클린 아일랜드로의 이주를 꿈꾸는 4(설리 분)가 죄를 고백해야만 통과할 수 있다는 기묘한입국 심사장에서 어느 특별한 돼지의 이야기를 꺼내놓으면서 시작되는 작품이다. 지난달 27일 라이카시네마에서 단관 개봉해 관객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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