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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의 막내린 첫 가을, 누가 비난하랴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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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의 막내린 첫 가을, 누가 비난하랴 [프로야구]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10.1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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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국민 타자’의 첫 가을이 끝났다. 초보 딱지를 붙이고 시작한 첫 시즌. 하지만 이승엽(47) 두산 베어스 감독의 2023시즌이 쉽게 끝난 건 아니다.

몇 년씩이나 사령탑을 해도 가을 문턱에서 좌절하는 감독이 부지기수다. 몇몇 구단 팬들은 ‘가을야구’에 가보는 게 소원일 정도다. 몇 년씩이나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한 팀들도 꽤 있다는 걸 웬만한 야구팬들이라면 다 안다. 2022시즌 9위에 그쳤던 팀을 한 시즌 만에 5위로 끌어올렸다는 건 큰 성과다.

이승엽 감독이 이끈 두산은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의 2023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9-14로 졌다. 5위로 포스트시즌 진출 막차를 탄 두산은 포스트시즌 첫 판에서 탈락했다. 

19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두산 이승엽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엽 감독은 경기 후 "내년에는 더 높게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올 시즌 내가 부족한 점이 많았다. 이를 잘 채워서 내년에 더 높이 올라가겠다"고 했다.

이승엽 감독은 은퇴 후 코치 한 번 경험 없이 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KBO리그에선 삼성 라이온즈에서만 15시즌을 뛰었지만 감독으로는 곰 유니폼을 입었다. KBO리그 통산 최다 홈런(467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서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레전드가 사령탑이 된다는 소식은 야구계를 뒤흔들었다.

어쩌면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일 수도 있었다. 선수로서 얻을 수 있는 명예와 명성을 다 얻었기 때문. 감독으로 웬만큼 성적을 내지 않는 이상 그 명예와 명성에 금이 간다는 건 안 봐도 뻔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0월 감독 취임식에서 “23년을 선수로 뛰는 동안 스트레스, 압박감, 승리에 관한 부담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면서도 "그런데도 야구가 내 천직이다. 얼마나 힘들지 알고 있지만, 내가 사랑하는 야구를 다시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팀을 재편하고 2023시즌에 돌입했다. 하지만 변수가 워낙 많았다. 타선에서는 양의지와 양석환이 활약했지만 김재환, 허경민 등 고액 연봉 선수들이 제 몫을 하지 못했다. 특히 김재환은 타율 0.220 10홈런 46타점에 그쳤다. 뚜렷한 성장세의 유망주가 드물었고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컸다. 리그를 압도하는 선수가 없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두산은 뚝심의 팀답게 끈끈함으로 뭉쳤다. 지난 7월에는 구단 역사상 최다인 11연승을 이끌었다. 한때 3위까지 올라왔던 팀이 두산이다. 

곽빈은 2018년 데뷔 후 최다인 12승(8패)을 거뒀고 김명신도 데뷔 후 최다인 24홀드(3승 3패 1세이브)를 거뒀다. 부침이 있었지만 홍건희도 22세이브(1승 5패 5홀드)로 뒷문을 잘 막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면 그 또한 감독의 역량일 수 있다.

9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두산 포수 양의지가 8회 말 2사 1·2루 상황 NC 포수 8번 김형준에게 홈런을 허용한 후 허탈해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두산 포수 양의지가 8회 말 2사 1·2루 상황 NC 포수 8번 김형준에게 홈런을 허용한 후 허탈해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시즌 막판에는 주전들의 부상과 체력 저하가 잇따라 나온 게 사실이다. 이승엽 감독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도 분명했다.

이승엽의 가을은 쓸쓸했을지도 모른다. 지난 16일 홈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팬들의 야유소리가 울려 퍼졌다.

두산의 가을야구는 일찌감치 막을 내렸다. 하지만 초보 딱지를 떼고 나서는 내년 시즌 이승엽 감독은 또 다른 준비로 팬들을 맞이할 것이다.

19일 오후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두산 베어스 대 NC 다이노스 경기. 4회 말 2사 만루 때 NC 서호철이 만루 홈런을 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오후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두산 베어스 대 NC 다이노스 경기. 4회 말 2사 만루 때 NC 서호철이 만루 홈런을 친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산을 꺾은 NC에서는 5년 차 내야수 서호철의 활약이 빛났다. 0-3으로 뒤진 4회 두산 선발 곽빈에게 만루홈런을 뽑아냈다. 6-3으로 앞선 7회에는 정철원을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처음 나선 포스트시즌에서 홈런 1방 포함 4타수 3안타 6타점으로 공룡군단의 영웅이 됐다. 서호철은 데일리 MVP(최우수선수)로 뽑혀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NC 투수 중에서는 4번째 투수로 나온 류진욱이 돋보였다. 2이닝 1피안타 1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그 역시 가을야구는 처음이다. 이날 승리는 3번째 투수로 나온 김영규가 챙겼다.

NC는 오는 22일 정규시즌 3위 SSG 랜더스와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를 치른다.

19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7회 초 NC 투수 류진욱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일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7회 초 NC 투수 류진욱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원형 SSG 감독은 경기 후 구단을 통해 “정규시즌 막바지에 선수단의 좋은 분위기와 집중력 그리고 이기고자 하는 하나 된 힘으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며 “그런 모습을 이번 시리즈에도 계속 보여줄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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