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3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 하이라이트는 9회였다.
7회까지 0-3으로 꽁꽁 묶인 KT 위즈 타선은 8회 2점을 내며 꿈틀거렸다. 9회 박병호와 장성우의 연속 안타로 무사 1·3루 찬스를 만들면서 동점의 기대에 부풀어 올랐다.
NC 마운드 위에는 이용찬. 포스트시즌에서 내내 흔들리고 있었기 때문에 KT팬들의 함성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이용찬은 만만치 않았다. 문상철을 3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고 김준태에게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 스트라이크를 던져 삼진으로 처리했다.
배정대를 고의 사구로 내보내고 맞은 2사 만루. 볼카운트 1-2에서 4구째를 때린 오윤석의 타구는 내야 오른쪽을 그대로 뚫을 듯이 떠올랐다. 이때 NC 유격수 김주원(21)이 타구를 쫓아가다가 그대로 날아올랐고 공이 땅에 닿기 직전 글러브로 잡아냈다. 그대로 3-2 NC의 승리로 경기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승리가 확정되자 NC 선수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일부 선수들은 김주원에게 다가가 기쁨을 나눴다. KT의 요청에 비디오 판독을 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유격수 김주원은 NC의 3년 차 주전 수비수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 127경기에서 1030이닝을 소화했다. 정규시즌 타율(0.233)은 다소 아쉽지만 수비는 거뜬히 해낸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발탁돼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훈훈한 외모로 NC의 유니폼 판매량 선두를 다투기도 한다. 그의 별명은 ‘창원의 아이돌’이다.
경기 뒤 만난 김주원은 “마지막에 (오윤석의) 배트에 공이 맞는 순간 바운드가 되면 무조건 (1루에서) 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생각 안하고 몸을 날렸다”고 했다.
이날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김주원은 3회초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3루타를 터뜨렸다. 다음 타자 손아섭의 땅볼을 KT 1루수 박병호가 놓친 사이 홈을 밟았다. 타석에서는 3타수 1안타 1득점 1삼진. 김주원은 타격감에 대해선 “항상 똑같은데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타석에서 팀에 도움이 안돼 마음이 쓰였는데 3루타를 쳐 마음이 놓였다”고 했다.
강인권 NC 감독은 “(오윤석의 타구가) 안타인 줄 알았다”며 “형들이 어려움을 만들어 놨는데 막내인 김주원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며 웃었다. 6⅓이닝 2탈삼진 1볼넷 무실점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된 신민혁은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아서 좋았다. 체인지업이 잘 들어가서 (타자와) 승부할 때 편했다”고 했다. 신민혁은 데일리 MVP(최우수선수)에 뽑혀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이날 신민혁의 투구 수는 81개. 완봉에도 도전해 볼 법한 투구 수였다. 그는 “오늘 같은 경기는 저희 불펜 투수들이 좋으니까 믿고 내려왔다”고 했다. 이어 “한국시리즈에 가게 되더라도 오늘처럼 잘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신민혁은 포스트시즌 2경기에서 1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0을 기록 중이다.
강인권 감독은 “이렇게 잘 던질 줄 사실 잘 몰랐다. 큰 경기에 강한 선수인 것 같다”며 “신민혁도 호투했지만 포수 김형준이 이끌어가는 모습도 좋았다. 그러면서 신민혁이 빛나는 것 같다”고 했다.
2패로 플레이오프 벼랑 끝에 몰린 이강철 KT 감독은 “투수들이 전반적으로 잘하고 야수들도 잘했는데 마지막에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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