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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글러브 김하성, 편견마저 깬 위대한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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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글러브 김하성, 편견마저 깬 위대한 업적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11.0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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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아시아 야구계 전체와 어린 애들이 날 지켜보고 있다. 분명히 (골드글러브는) 정말 대단한 개인적 성취가 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아시아의 많은 애들에게 (메이저리그에서) 내야수로 뛸 수 있고 이곳에 오는 꿈을 꿀 수 있게 해줄 수 있다는 게 더 행복하다.”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은 지난 9월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매체는 “김하성은 골드글러브(gold glove)상이 있는 수십 년간 태평양 반대편에서 태어난 내야수 누구도 이 상을 얻지 못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했다. 김하성은 “왜냐하면 아시아 내야수들은 빅리그에서 낮은 성공률을 가지고 있다는 의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어 “꿈을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메이저리그 선배 박찬호 샌디에이고 고문은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미국에 오기 전엔 한국인 투수나 한국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걸 생각해 본 적 없었다”며 “하지만 우린 해냈다. 그러다 ‘어쩌면 투수나 타자라면’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야수? 유격수? 2루수? 우린 그것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었다”며 김하성은 ‘그래, 우리도 할 수 있어’라는 생각을 시작하게 해줬다”고 했다.

김하성. [사진=AFP/연합뉴스]
김하성. [사진=AFP/연합뉴스]

김하성이 한국인이자 동양인 내야수로는 최초로 MLB에서 골드글러브를 받으면서 아시아인들의 희망이 됐다. 6일(한국시간) 발표된 2023 MLB 양대 리그 골드글러브 수상자 중 내셔널리그(NL) 유틸리티 야수 부문에서 호명됐다. 디애슬레틱은 “한국의 부천 출신이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김하성의) 꿈은 더욱 생생해졌다”고 했다. 김하성은 부천북초와 부천중을 졸업했다.

아시아 출신으로는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뛴 외야수 스즈키 이치로(일본)에 이어 2번째다. 이치로는 2001~2010시즌 무려10년 연속 아메리칸리그(AL) 외야수 부문 골드글러브의 왕좌를 유지했다.

골드글러브는 수비에서 뛰어난 선수에게 주는 상으로 유틸리티 부문은 만능 야수로 평가받은 선수가 받는다. 이 부문은 2022년 제정됐다. 김하성은 함께 후보에 올랐던 무키 베츠(LA 다저스), 올해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한국계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따돌렸다.

김하성의 위대한 업적이다. 불과 몇 년까지만 해도 한국인 선수가 MLB에서 골드글러브를 받는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다. 올해 장현석(LA 다저스)까지 MLB 문을 두드린 한국인 선수는 프로와 아마 출신까지 총 80명이다. 하지만 골드글러브와는 거리가 멀었다. 주전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에 이를 뚫기 위해서는 공격력을 먼저 입증해야 했다. MLB 진출에 성공한 박병호(KT 위즈), 김현수(LG 트윈스), 이대호(전 롯데 자이언츠) 등 거포들은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이 덜한 외야수나 1루수였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홈페이지에 오른 김하성의 골드글러브 수상 소식. [사진=샌디에이고 트위터(X)]

야수 중에서는 강정호가 2015~2016시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지만 수비보다는 공격이 훨씬 뛰어났다. 오랜 기간 주전으로 활약한 박찬호(전 다저스)나 현역인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등 투수들이 가장 많이 MLB에 도전해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도 했지만 골드글러브 후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김하성은 달랐다. 2014년 넥센 히어로즈(키움 전신) 데뷔 후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했고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활약을 인정받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당시 계약 조건은 4+1년에 최대 3900만달러(약 424억3000만원). 2021시즌 입단 첫해를 앞두고는 주전 2루수 경쟁을 뚫거나 외야수로도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역시 내야수가 알맞은 옷이었다.

2021시즌 첫해에는 백업으로 주로 뛰면서 117경기에 출전했지만 2년 차였던 2022시즌 주전 유격수로 자리 잡았다. 주전 유격수였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부상을 입었고 복귀를 앞두고는 도핑 적발로 시즌을 날린 틈을 꽉 붙잡았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 주전 유격수로 131경기에서 1092이닝의 수비 이닝을 소화하면서 실책 8개를 범해 0.982의 수비율을 보여줬다. 수비 실력을 인정받아 시즌을 마치고 골드글러브 유격수 부문 최종 후보 3인에 이름을 올렸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가장 수비가 어렵다는 유격수 위치에서 김하성이 MLB 상위권이라는 증명된 것이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잰더 보가츠가 팀에 합류하면서 김하성은 유격수 자리를 내주고 2루로 이동했다. 2루수로 가장 많은 106경기(98회 선발 출전)에 나섰고 3루수(29회 선발 출전)로 32경기, 유격수로 20경기(16회 선발 출전)에 출전했다.

2022시즌 3루수와 유격수, 2개 포지션에 나섰던 김하성은 올 시즌에는 3개 포지션에 출전했다. 수비 포지션은 좀 더 다양해졌지만 견고한 수비는 여전했다. 2루수로 가장 많은 856⅔이닝에 나서 4개의 실책만 범해 수비율 0.991을 기록했다. 3루수(0.986)와 유격수(0.966) 수비도 좋았다. 다만 김하성은 함께 후보로 올랐던 2루수 골드글러브 부문에서는 수상에 실패했다.

김하성은 수비수가 얼마나 실점을 막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인 DRS(defensive runs saved)에서 2루수로 10, 3루수(3), 유격수(3) 모두 합쳐 16을 기록했다. 이는 2루수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수상자인 니코 호너(시카고 컵스·12) 다음으로 리그에서 높았다. 평균 대비 아웃 기여(OAA·Out Above Average)는 +7이었다. 2루수 골드글러브 또 다른 후보인 브라이슨 스토트(필라델피아 필리스)가 +16, 호너가 +15였다.

골드글러브는 MLB 30개 구단 감독과 팀당 최대 6명으로 이뤄진 코치진의 투표, 미국야구연구협회(SABR)의 수비 지표를 합쳐 수상자를 결정한다. 코치진의 투표 비중이 75%로 수비 지표(25%)의 3배에 이른다. 다만, 유틸리티 부문은 SABR과 협업해 독자적으로 고안한 수비 지표로 가린다. 수상자의 구체적인 득표 평점이나 수비 지표 점수를 공개되지 않았다.

김하성. [사진=AP/연합뉴스]
김하성. [사진=AP/연합뉴스]

다만 김하성은 SABR 지표에서는 9.0으로 내셔널리그 전체 야수 중 9위에 올랐다.

샌디에이고에서는 페르난 타티스 주니어가 우익수 부문 골드글러브를 수상해 2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김하성은 6일 자신의 에이전시인 서밋 매니지먼트 유튜브에서 “2023년 큰 관심과 응원을 보내준 팬 여러분과 야구 관계자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덕분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야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메이저리그에 한국 야구를 알리게 된 점,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한국 후배들에게 동기 부여가 된 것 같아 가장 기쁘다"고 골드글러브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 야구를 더욱 빛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하성은 포지션별 최고 공격력을 뽐낸 선수에게 주는 실버 슬러거에도 도전한다. 김하성은 베츠, 코디 벨린저(시카고 컵스), 스펜서 스티어(신시내티 레즈)와 함께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수상자 발표는 오는 1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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