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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숙제" 김성수 감독이 직접 겪은 '서울의 봄'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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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숙제" 김성수 감독이 직접 겪은 '서울의 봄' [SQ현장]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11.09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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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1979년 12월 12일 한국 역사를 바꾼 사건이 일어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뒤 군사반란이 일어난 것. 반란을 주도한 이들은 전두환, 노태우 등이 이끌던 육군 내 사조직 '하나회' 중심의 신군부. 김성수 감독은 그날 한남동에서 목격한 일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이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서울의 봄'이 최초로 공개되는 날로 출연한 배우들 또한 결과물과 첫 만남을 가졌다.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에 선 배우 황정민은 끓어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분노, 설움 등이 섞인 그의 얼굴은 작품이 주는 무게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모습처럼 보였다.

황정민. [사진=연합뉴스]
황정민.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다. 황정민이 전두환을 모티프로 한 전두광 역을 맡았으며, 정우성은 전두광과 하나회 일당에 맞선 수도경비사령관 장태완 소장을 모티프로 한 이태신 역을 연기한다.

이 밖에도 박해준이 노태건(노태우)를, 이성민은 육군참모총장 겸 계엄사령관 정상호(정승화), 김성균은 육군본부 헌병감 김준엽(김진기), 정동환은 제 10대 대통령 최한규(최규하), 김의성은 국방장관(노재현), 유성주는 육군참모차장 안성태(윤성민) 등으로 분한다. 특별 출연한 정만식, 정해인, 이준혁은 각각 특전사령관 공수혁(정병주), 특전사 소령 오진호(김오랑), 참모총장 경호원으로 함께했다.

각 인물은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지만 허구의 이야기로 재현됐다. 이에 따라 실존 인물과 다른 새로운 이름을 사용했다.

'서울의 봄'은 김성수 감독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당시 19살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김성수 감독은 한남동 자택에서 총성을 듣고 거리로 나섰다. 군사들이 대치한 상황을 두 눈으로 확인했음에도 어떤 상항인지 알 수 없었다. 전두환, 노태우가 차례로 정권을 잡으며 군사반란이 정당화됐기 때문. 이후 12.12사태는 김영삼 정부에 의해 쿠데타 사건으로 규정됐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군사반란 가담, 뇌물 수수 등으로 기소돼 1997년 징역형과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김성수 감독. [사진=연합뉴스]
김성수 감독. [사진=연합뉴스]

김성수 감독은 "30대가 되고 나서야 사실을 알고 당혹스러웠다. '이렇게 우리나라가 하룻밤 사이 쉽게 무너져 내릴 수 있구나'라는 놀라움과 의구심이 들었다"며 "지금은 총소리를 들었던 겨울 밤으로부터 44년이 지났다. 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날의 사건이 한국 현대사의 운명적인 전환점이 됐는지, 가슴 속에 있던 오래된 숙제를 영화로 보여주려고 했다"고 제작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1979년 12월 12일로 돌아가서 제가 생각하는 상황을 재현하고 상상력을 더했다. 영화가 끝나고 궁금증이 생기시면 진짜 역사를 관심있게 찾아보지 않으실까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처음에는 고사한 시나리오였다. 다큐멘터리처럼 촘촘하게 짜여진 시나리오라 극영화의 매력이 덜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2020년 여름, 시나리오를 다시 읽어보며 영화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는 "신군부 패거리와 끝까지 맞섰던 군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범죄가 입증된 거다. 아무도 맞서지 않았다면 신군부는 영원한 승리자로 기록됐을 것"이라며 "그들과 맞선 '진짜 군인'의 시선으로 역사를 보면 관객들이 그들의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알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 생각을 장르적으로 흥미진진하게 구성하면 재미있게 보시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역사를 기반으로 하지만 신군부 일원들이 그날의 사건을 함구하고 있기에 허구의 이야기가 더해질 수밖에 없다. 김성수 감독은 "제가 80학번이다. 제 20대는 절망감과 패배감, 참을 수 없는 최루탄 연기에 갇혀 있었다"며 "그 관점 안에서 제가 생각하는 그들의 모습을 제멋대로 만들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극 말미 전두환, 노태우 등 쿠데타에 성공한 이들이 함께한 사진이 등장하며 이 이야기가 역사와 완전히 동떨어지지 않은 '사실'임을 보여준다. 김성수 감독은 "저는 역사에 입각해 표현했지만 어떻게 보면 허구가 많이 가미된 이야기다. 하지만 맨 마지막 장면은 이야기의 출발점이었던 신군부 사진으로 돌아오면서 영화를 끝내고 싶었다. 멋대로 해석한 부분도 있지만 그들이 승리의 기록으로 남긴 사진을 보여주면서 제가 여기서 출발했고 여러분도 시대를 돌아보고 생각해보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역사적인 사건의 중심이 되는 막중한 책임을 맡은 황정민은 "시나리오에 철저하게 입각한 인물을 만들어냈다"며 "'곡성', '아수라' 등에서 악역을 수없이 해왔다. 저는 다 다르게 연기했다고 생각한다. 전두광 역시 다른 색깔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해서 연기했다"고 전했다.

파격적인 탈모 헤어스타일에 대해서는 "대머리 가발 분장은 어럽지 않았다. 특수분장 팀이 워낙 잘하신다. 4시간 걸리던 게 익숙해져서 3시간 30분 정도 걸렸다"며 "콜타임이 아침 7시면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했는데 그 부분이 힘들었다. 그것 외에는 불편함이 없었다"고 답했다.

김성수 감독(왼쪽부터), 김성균, [사진=연합뉴스]
김성수 감독(왼쪽부터), 김성균, 정우성, 황정민, 이성민. [사진=연합뉴스]

제작발표회가 끝나갈 무렵 소소한 농담을 던진 황정민은 "이제야 농담이 나온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감정의 소용돌이가 친 것이 이제 안정되는 것 같다"며 "작년 7월에 영화가 끝나 1년을 기다렸다. 좋은 배우들과 함께 고생했던 결과물이 보여서 너무 기분이 좋다. 이 영화로 인해 관객분들이 극장을 많이 찾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김성수 감독은 "배우들이 어떻게 볼까 하는 마음이 내내 있었다. 같이 앉아서 영화를 보는 것도 못했다. 밖에서 기다리며 '이들이 영화를 어떻게 볼까' 이런 생각만 했다"고 말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영화가 극장으로 가고 관객들에게 가면 감독의 손을 떠난 거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만든 영화고 제 나름대로는 여러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인생의 숙제를 풀어낸 작품이기도 하다"며 "제가 자부하는 것이 있다면 한국 최고의 영화 스태프들이 완성도 높은 영화들 만들었고 60명이 넘는 배우들이 훌륭한 연기의 향연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자부심이 크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서울의 봄'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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