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안방 잠실이라서 더욱 뜻깊은 우승이다. LG(엘지) 트윈스가 홈에서 챔피언 세리머니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는 13일 끝난 2023 신한은행 쏠(SOL) KBO 포스트시즌에서 정상에 올랐다. 페넌트레이스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LG는 종합전적 4승 1패로 KT 위즈를 가볍게 누르고 무려 29년 만에 감격을 맛봤다.
구단주인 구광모 LG그룹 회장, 차명석 단장을 비롯한 트윈스 수뇌부, 주장 오지환을 비롯한 선수단은 전부 그라운드에서 기쁨을 만끽했다. 우승기념 티셔츠로 맞춰 입은 이들은 팬들과 함께 응원가를 열창하고 샴페인도 터뜨리는 등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그간 중립경기로 치러진 다른 팀 간의 한국시리즈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 SK 와이번스 등 강팀의 혹은 ‘한 지붕 이웃’인 두산 베어스의 잠실 세리머니만 잔뜩 지켜보던 LG가 마침내 집에서 한풀이에 성공한 셈이다.
이전 두 차례 우승은 전부 집밖이었다.
백인천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1990년 한국시리즈 4연승 우승 때는 삼성 라이온즈의 홈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이었다. 투수는 정삼흠. 포수는 심재원이었다.
이광환 감독의 산바람 야구로 리그를 강타한 1994년 우승 때도 LG는 4연승으로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는 바람에 인천 공설운동장 야구장에서 트로피를 들었다. 투수는 김용수, 포수는 김동수. 두 레전드가 이번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시구와 시포를 한 까닭이다.
이제는 삼성이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로 안방을 옮기면서 시민운동장 야구장은 사회인용이 됐다. 인천 공설운동장 부지는 이제 프로축구단 인천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변했다. 심지어 태평양 돌핀스는 현대 유니콘스에 인수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우승 4회를 달성, 한국야구사에 빼놓을 수 없는 명문 현대마저 현재는 사라진 지 한참 된 팀이다. LG가 V2를 V3로 만드는데 얼마나 오랜 세월이 흘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21년 바뀐 제도도 LG가 잠실에서 화려한 축제를 펼치는데 도움이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1년부터 정규시즌 우승팀에게 홈 어드밴티지를 부여하기 위해 한국시리즈 홈경기 편성을 기존 2-3-2 방식에서 2-2-3 방식으로 변경했다.
즉, 이전까지 1위 팀은 1~2, 6~7차전을 홈에서 치렀다면 2021년부터는 1~2, 5~7차전을 홈에서 치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2021년 우승팀인 올해 준우승팀 KT의 경우 이 이점을 누리지도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일 때라 포스트시즌 전 경기를 고척 스카이돔에서 치렀기 때문이다.
LG가 코로나 팬데믹 때 우승했거나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스윕 우승했다면 또 남의 집에서 세리머니를 할 뻔했다는 소리다. 결과적으로 1패 뒤 4연승을 한 덕분(?)에 LG의 이번 우승은 더욱 짜릿한 결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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