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2900만원' 구승민, '6억원' 김광현에 맞선 씩씩투
상태바
'2900만원' 구승민, '6억원' 김광현에 맞선 씩씩투
  • 민기홍 기자
  • 승인 2015.05.27 21: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2이닝 4피안타 4실점, 5회까지 투구수 60개-무사사구 강렬한 인상

[문학=스포츠Q 민기홍 기자] 씩씩했다. 야구팬이 잘 모르는, 스타킹을 바짝 올려 신은 70번의 투수는 KBO리그 최고 투수 김광현을 맞아서도 전혀 기죽지 않았다.

구승민(25)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가 쏟아졌다. 최저연봉이나 다름없는 2900만 원을 받는 선수가 자신보다 20배가 넘는 연봉을 받는 6억 원 몸값의 현역 최고 투수를 상대로 당당히 맞선 것에 대한 환호이자 격려였다.

구승민은 2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벌어진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원정 SK전에서 5.2이닝 동안 76개의 공을 던져 4피안타(2피홈런) 2실점하고 임무를 마쳤다. 강영식이 박정권에게 좌중간 싹쓸이 2루타를 맞으며 실점은 4점으로 늘었다.

▲ 롯데 선발 구승민이 현역 최고 투수 중 한 명인 SK 김광현을 상대로도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지난 21일 사직 KIA전에서 공을 뿌리고 있는 구승민.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피안타는 김광현보다 적었다. 볼넷, 사구는 하나도 없었다. 5회까지 투구수는 단 60개, 5연패에 빠져 쫓기는 SK 타자들을 상대로 3구 이내에 빠른 승부를 걸었다. 1회말 박재상에게 우월 솔로포, 4회말 박정권에게 우중월 솔로포를 맞은 것을 제외하고는 크게 흠잡을 곳이 없는 피칭이었다.

청원고, 홍익대를 졸업하고 2013년 롯데 6라운드 52순위 지명을 받은 구승민은 지난해 단 한 경기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올해 시범경기 등판 기록도 없다. 그러나 퓨처스리그에서 11경기에서 6승 2패, 평균자책점 4.36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특히 4월에는 5연승을 내달리며 1군 코칭스태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롯데는 팀 타율 2위(0.286), 팀 홈런 1위(73개), 팀 득점 1위(290개), 팀 타점 1위(279개) 등 타격으로 버티는 팀이다. 반면 마운드는 팀 평균자책점 8위(5.18), 팀 세이브 공동 8위(8개), 팀 최다 피홈런 2위(50개) 등 약하기 그지없다.

송승준이 복귀했다지만 선발 로테이션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내 최고 백업 포수인 장성우를 내주면서까지 케이티에서 영입한 박세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선발로 전환시킨 김승회도 뭇매를 맞으며 시름을 안겼다. 이인복, 이재곤도 선발 마운드에 올랐지만 시원치 않다.

이종운 감독은 경기 전 “구승민은 경험이 부족하지만 잘 해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구승민은 지난 21일 사직 KIA전에서 4.1이닝 6피안타 2실점으로 성공적인 프로 데뷔전을 치른 데 이어 김광현을 상대로도 자신있는 공을 뿌리며 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주축 선수가 없어도 된다”며 “경기에 나서는 선수가 최고”라고 신인급 선수들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심어주는 이종운 감독의 철학으로 보나 롯데 마운드의 현 상황으로 보나 구승민은 당분간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이번 시즌 야수 쪽에서 오승택이라는 보물을 발굴했다. 투수 쪽에도 스타가 나온다면 그것은 구승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리그 최고 투수와 맞붙어서도 기죽지 않고 던지는 담력을 가진 신인급 투수는 흔치 않다.

sportsfactory@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