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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찬사·화면비·카메라... 김혜수, 영화같은 청룡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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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찬사·화면비·카메라... 김혜수, 영화같은 청룡 엔딩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11.25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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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청룡영화상과 함께한 김혜수(53)의 30년이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연말을 별들의 축제로 수놓던 김혜수는 그 누구보다 빛나는 '청룡의 별'이었다.

제44회 청룡영화상이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홀에서 진행됐다. 이번 시상식은 청룡영화상의 안주인 MC 김혜수의 마지막 무대였다.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김혜수는 1993년 제14회 청룡영화상을 통해 처음으로 MC를 맡으며 30년째 자리를 지켜왔다. 그는 1993년 제14회 청룡영화상에서 영화 '첫사랑'으로 역대 최연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후 1995년 '닥터 봉', 2003년 '타짜'까지 세 차례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최다 여우주연상 수상자 타이틀을 20년간 유지하고 있다.

김혜수. [사진=연합뉴스]
김혜수. [사진=연합뉴스]

한 평생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인을 응원하는 마음을 전달한 김혜수가 자리를 내려놓는 만큼 시상식은 동료 영화인들의 헌사로 채워졌다.

'밀수'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고민시는 수상 소감과 함께 "혜수 선배님의 청룡영화상 30주년이 되시는 소중하고 빛나는 날에 이렇게 한 번만 받을 수 있다는 신인여우상을 수상할 수 있어 감사드린다"며 "'밀수'에서 옥분이(고민시 분)가 춘자(김혜수 분) 언니를 롤모델로 생각했던 것처럼 저도 선배님이 잘 닦아놓으신 멋진 길을 따라가는 좋은 배우가 되겠다"고 전했다.

인기상을 수상한 송중기는 "고생하셨고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존경한다"고 말했고, 남우조연상(밀수)을 수상한 조인성은 "누구보다 제일 기뻐해주실 김혜수 선배님과 뜨거운 포옹하고 들어가겠다"며 김혜수와 포옹하는 훈훈한 장면을 만들었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은 "권위는 자기가 만들고자 한다고 생기는 게 아닌 것 같다. 오랜 시간 신뢰를 쌓으면서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 권위가 아닌가 싶다. 그 한 가운데 김혜수라는 분이 있다"며 "30년 한 자리에서 훌륭한 센스로 진행해 왔기 때문이 아닐까. 30년 긴 세월 동안 너무나 고생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30회째면) 다섯살 때부터 시작하셨냐"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김혜수(왼쪽), 유연석. [사진=연합뉴스]
김혜수(왼쪽), 유연석. [사진=연합뉴스]

'잠'으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안은 정유미는 "저에게 영원한 '미쓰 김' 선배님. 10년 전 선배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계속 배우 일을 했을지 모르겠다.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선배님 덕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항상 응원하겠다. 너무 수고하셨고 언제 어디서든 항상 아름답게 계셔주길 바란다. 선배님과 이 상 영광을 함께 나누겠다"고 존경을 표현했다.

김혜수가 출연한 '밀수'는 44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의 주인공이 되며 신인여우상, 남우조연상, 음악상, 인기상 등 총 5관왕에 올랐다. '밀수'를 제작한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는 "김혜수가 배우가 30년 전 청룡영화상 안주인을 시작했을 때 저는 영화를 몰랐다. 1993년 영화를 시작하고 30년 뒤 이렇게 매번 청룡영화상에서 조우하는 것이 개인으로서도 영광"이라며 "영화인 한 사람으로서 혜수 씨 정말 그동안 수고많으셨다고 말하고 싶다"고 수상 영광을 돌렸다.

시상자들의 찬사도 이어졌다. 김혜수와 함께 청룡영화상 역대 최연소 주연상을 기록하고 신인상, 남우주연상, 신인감독상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이정재는 신인감독상 시상자로 참석해 김혜수와의 추억을 공유했다. 그는 "아주 한참 전에 신인상을 받았을 때와 작년 신인감독상을 받았을 때, 청룡영화상의 아름다운 순간에 항상 김혜수 선배님이 함께 해주셨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시상식 당일 김혜수에게 꽃다발을 선물해 눈길을 끈 한지민은 감독상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청룡영화상 수상 때) 눈물을 흘리면서 어떻게 소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 그래도 저에겐 평생 잊지 못할 장면이 있다. 당시 MC석에 계신 김혜수 선배님이 함께 눈물을 흘려주셨다"이라며 "정말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한지민이 김혜수에게 전달한 꽃다발. [사진=김혜수 인스타그램]
한지민이 김혜수에게 전달한 꽃다발. [사진=김혜수 인스타그램]

남우주연상 시상자 박해일은 "오랜 시간 영화인의 품격을 올려주셔서 감사하고 고생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여우주연상 시상자 탕웨이는 "수상 당시 백스테이지에서 김혜수 선배님이 꼭 안아주셔서 진정되고 안정을 느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달했다.

김혜수를 위한 특별 무대가 펼치지기도. 김혜수와 각별한 사이인 가수 김완선은 '리듬 속의 그 춤을' 등을 선보인 뒤 "김혜수 씨를 저의 뮤즈라고 생각한다. 오래전부터 팬이었고 존경하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김혜수 씨의 삶을 응원하겠다"고 애정을 표현했다. 여기에 제30회 청룡영화상 축하 무대에 올라 김혜수와 댄스를 선보였던 가수 박진영이 14년 만에 재회해 함께 커플 댄스를 재현했다.

모든 시상이 끝나고 김혜수의 30년 역사가 기록된 헌정 영상이 송출됐다. 청룡의 얼굴로 한국영화 곁을 지킨 김혜수의 모습이 담겼다. 이어 정우성이 깜짝 등장해 김혜수에게 '청룡영화상'을 전달했다. 정우성은 "올해 영화 데뷔 30년차를 맞았다. 저는 시상식에 초대받으면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이 크다. 하지만 청룡영화상은 편안한 마음으로 왔다. 아마도 영화인을 아우르는 따뜻함과 깊은 공감으로 진행해주는 김혜수라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며 "마지막을 이렇게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영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픈 마음이 크다. 김혜수를 청룡영화상에서 떠나보내는 건 오랜 연인을 떠나보내는 심정과 같다"가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30년이라는 시간동안 청룡영화상을 이끈 김혜수라는 사람을 어떻게 하나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김혜수가 영화인들에게 줬던 응원, 영화인들이 김혜수를 통해 얻었던 위로와 지지, 영화를 향한 김혜수의 뜨거운 애정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청룡영화상이 있을 수 있었다"며 "그녀가 함께한 청룡영화상 30년은 청룡영화상이 곧 김혜수, 김혜수가 곧 청룡영화상인 시간이었다. 영원한 청룡의 여인 김혜수에게 이 '청룡영화상'이라는 이름이 적힌 트로피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에 모든 배우가 기립해 김혜수를 향한 박수를 보냈고 염정아는 눈물을 보였다.

[사진=제44회 청룡영화상 갈무리]
[사진=제44회 청룡영화상 갈무리]

트로피를 받아든 김혜수는 "생방송 리허설할 때까지만 해도 우성 씨가 등장하는 건 없었다. 이 상에 '1993년부터 2023년, 청룡영화상'이라는 글씨가 각인돼 있다. 고맙다. 그 어떤 상보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상"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일이든 관계든 떠나보낼 때는 미련을 주지 않는다. 다시 돌아가도 그때만큼 열정을 다할 수 없고 후회없이 임했다고 자부하기 때문"이라며 "영화를 소중히 하는 모든 이들과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 자리가 제게도 배우로서 성장을 확인하고 한해를 마무리하는 자리로 자리잡았다. 서른 번의 청룡영화상을 함께하면서 우리 영화가 얼마나 독자적이고 소중한지, 진정한 영화인의 연대를 알게 됐다. 매년 생생하고 감동적인 수상소감을 들으면서 경외심과 존경심을 배웠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배우 김혜수라는 삶의 서사에 청룡영화상이 함께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청룡영화상이 영화를 나누고 마음껏 사랑하는 시상식으로 존재하길 바란다. 생방송을 앞두고 가졌던 부담을 내려놓고 22살 이후로 처음 시상식 없는 연말을 맞이하는 김혜수도 따뜻하게 맞이해 주시길 바란다. 1993년부터 지금까지 저와 함께한 청룡영화상, 여러분과 함께한 순간이 유의미했고 영광이었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김혜수. [사진=제44회 청룡영화상 갈무리]
김혜수. [사진=제44회 청룡영화상 갈무리]

청룡영화상은 30년간 함께한 김혜수의 마지막 순간을 영화처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들였다. 진행은 물론 촬영에도 공을 들여 MC 촬영시 일반 중계 카메라가 아닌 특수 카메라를 사용해 화려하고 반짝이는 장면을 선보였다.

김혜수가 마지막 소감을 전달하는 동안에는 화면비를 시네마스코프 비율로 조정했다. 이는 김혜수의 30년이 영화 그 자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뭉클함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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