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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132) 허재혁] 야구선수 트레이너가 되려면 알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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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132) 허재혁] 야구선수 트레이너가 되려면 알아야 할 것
  • 스포츠잡알리오
  • 승인 2023.12.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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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세현 객원기자] 야구선수는 찰나의 순간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매 경기 성적표가 디테일한 숫자로 공개될 정도로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그래서 늘 준비돼 있어야 한다. 

기량 향상은 선수 본인의 노력에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더해져야 한다. 그중 트레이너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 이들은 선수의 부상을 예방하고 행여나 다치면 빠른 회복을 돕는다. 퍼포먼스 극대화를 위해 밤새 머리를 맞대기도 한다. 즉, 존재만으로도 선수에게 안도감을 준다. 

스포츠잡알리오 기자단 스미스가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를 거친 트레이너를 만났다. 프로선수의 완성을 이끌다 현재는 아마선수의 성장을 돕는 허재혁 트레이너다. 그의 트레이닝 철학, 선수 트레이너(AT)가 되는 과정, 좋은 트레이너가 가져야 할 역량 등을 담았다. 

허재혁 선수 트레이너. [사진=김세현 기자]
허재혁 선수 트레이너. [사진=김세현 기자]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AT이자 스포츠 영양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허재혁입니다."

- 어떤 업무를 하나요?

“운동선수들은 직업 특성상 자주 다치고 수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상 당한 선수의 재활을 돕고, 건강한 선수는 트레이닝을 통해 경기력 향상을 유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AT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요.

“작년까지 프로구단에 있다가 올해부터 외부 센터에서 일하고 있어요. 업무 일과가 많이 바뀌었죠. 보통 오전 9시에 출근해서 김용진 박사님, 정태승 투수코치님과 간단하게 미팅을 합니다. 이후 10시부터 예약된 선수들을 담당하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죠.”

- 처음부터 꿈을 AT로 설정한 건지?

“학창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는데 운동을 좋아해서 미식축구와 육상을 했어요. 특히 미식축구는 플레이가 거칠다 보니 부상이 잦을 수밖에 없어요. 당시 저도 AT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기에 비록 내가 운동선수로서 성공할 건 아니지만 그들과 함께하는 직업을 갖고 싶었어요. 그렇게 AT이자 스포츠 영양코치의 길을 걷게 되었죠.”

시카고 컵스에서 선수와 함께. [사진=본인제공]
시카고 컵스에서 선수와 함께. [사진=본인 제공]

- 많은 종목 중 야구 AT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야구는 제가 좋아하는 종목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처음 일하게 된 곳이 미국 마이너리그팀이었죠. 남미 선수들이 많다 보니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트레이너를 구했어요. 근데 2007년 겨울에 처음으로 한국어를 할 줄 아는 트레이너를 구했죠. 시카고 컵스가 이대은 선수와 계약하고 '한국 아마추어를 많이 데려오겠다'고 한 시점이었어요. 그렇게 운 좋게 일하며 야구에 빠지게 되었죠. 항상 느끼는 거지만 야구를 보는 건 재미가 없는데 선수를 트레이닝하는 건 재밌더라고요."

- AT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과정이 궁금합니다.

“대학교에서 관련 학과를 전공하면서 스포츠과학을 중점적으로 공부했어요. 대학원에서는 운동생리학을 공부한 후 AT 석사 과정까지 밟았죠. 졸업 후에는 뉴욕 컬럼비아대 체력코치 인턴으로 6개월간 무보수로 일했어요. 경력을 쌓기 위한 선택이자 노력이었죠. 이를 바탕으로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트레이너가 됐습니다. 이후 SK 와이번스 수석 트레이너, 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사이언스 팀장으로까지 근무할 수 있었죠."

- KBO 구단 내 AT 구성은?

“한 구단에 AT는 대략 10명 이상입니다. 1군, 2군, 잔류군, 재활군 4개 파트로 나뉘며 트레이너들은 각각 배정되죠. 보통 재활과 트레이닝을 담당합니다. 최근 몇몇 구단들은 멘탈 트레이너를 고용하는 추세이기도 합니다."

시카고 컵스에서 선수 트레이닝 중. [사진=본인제공]
시카고 컵스에서 선수 트레이닝 중. [사진=본인 제공]

- 선출과 비선출 비율은?

“보통 비선출 비율이 더 높습니다. 평생 하던 야구를 놓았다가 다시 공부하는 건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저 같이 처음부터 관련 학과를 나와 준비해 트레이너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도 최근엔 선출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선출과 비선출은 각각의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선출은 본인이 야구를 해봤으니 이해도가 굉장히 높고 선수 심리도 정확히 파악합니다. 비선출은 오랜 기간 공부했다 보니 지식이 탄탄합니다. 하지만 선출, 비선출 상관없이 본인만 노력하면 좋은 트레이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AT 직무의 장단점?

“매일을 다이내믹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집니다. 그래서인지 직업 만족도에 99점까지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1점은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진 않아서 살짝 감점했습니다. 저의 경우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해서 조금 힘들곤 했으니까요.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평생 직업이 아니라는 점도 단점으로 꼽을 순 있겠네요. 하지만 1점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선수들과 즐기며 일할 수 있다는 점’이 모든 걸 커버하는 것 같습니다.”

- AT에게 필요한 역량?

“스포츠과학과 의학을 어우르는 탄탄한 지식. 그리고 무엇보다 소신을 갖춰야 합니다. 구단 윗선의 눈치를 보기보단, 선수 보호를 위해서라면 정당하게 싸울 수 있는 강한 성향도 필요하죠. 즉, 결과를 떠나 해당 과정엔 이렇게 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일컫죠. 성실히 쌓아온 전문 지식은 소신에 큰 힘을 실어줄 거예요. 이 두 가지를 겸비한다면 훌륭한 AT로서 인정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센터에서 선수 트레이닝 중. [사진=김세현 기자]
센터에서 선수 트레이닝 중. [사진=김세현 기자]

- 전공은 중요한가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이론적 지식이 부재한 채 현장을 배우면 여러 한계가 따릅니다. 확실히 깊이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관련 학과에서 스포츠를 전공하는 건 꼭 필요해요. 최소 석사 과정까지는 마쳐야 전문 지식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AT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이것만은 꼭 해라?

“보통 후배들을 보면 재활과 트레이닝 파트만을 파고들더라고요. 하지만 그 외에도 자신만의 분야를 갖는 것이 좋아요. 마치 부전공처럼요. 스포츠심리학이나 영양학, 역학 같은 것들이 될 수 있겠죠. 저한테는 그게 영양학이었고 같이 일하는 박사님이나 투수코치님에겐 역학이었죠. 자신만의 관심 분야 하나를 딱! 정하세요. 관련 서적과 논문 자료, 잡지를 가까이하며 깊이 공부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 워킹홀리데이나 해외경험에 대한 생각?

“국내에서 착실히 공부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후배들에게 여건이 된다면 1년이라도 미국에 나가 시각을 넓히고 오라고 말해요. 어쨌든 미국이 스포츠선진국이기에 스포츠과학·의학 분야가 정말 잘 발달돼 있어요. 전공 공부든 실습이든, 해외에 나가 큰 무대를 겪고 오는 걸 추천드립니다."

강연 중. [사진=본인제공]
충남대학교에서 강연 중. [사진=본인 제공]

- 다양한 무대에서 강연과 교육을 진행하는데요. 

“감사하게도 좋게 봐주셔서 그런 제의를 받기도 합니다. 아마추어 야구선수들이나 학부모님 대상으로 강의하기도 하고, 대학교 학회나 KBO 코치아카데미 같은 곳에 나가기도 합니다. 요즘엔 영양학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아진 만큼 스포츠 영양교육에도 임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트레이닝 관련한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센터에서 선수들을 코칭하고 있는데 구단과 비교하자면?

“구단에선 365일 매일 똑같은 선수들만 봅니다. 그리고 틀에 박힌 구조에서 메뉴얼대로 움직이죠. 하지만 센터에선 누구의 관여도 받지 않고 저희만의 프로그램을 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엔 간절한 선수들이 문을 두드리죠. 특히 프로의 꿈을 키우는 눈빛이 반짝이는 선수들이 찾아옵니다. 이들의 간절함은 '코치로서 더 분발해 큰 도움을 주고 싶다'는, 제 안의 의욕과 다짐이 되어주죠. 그들의 미래를 함께 그려가는 제 업에 자부심을 느끼며 매일매일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 트레이닝 시 중점 두는 요소?

“선수들이 루틴을 빨리 배워갈 수 있도록 가장 노력해요. 그들이 평생 저희와 함께할 순 없기에 방법을 익히게끔 하는 것이죠. 화려한 운동에 중점을 두지 않고 스스로에게 꼭 필요한 운동을 반복해서 알려주고 체화시킬 수 있도록 해요. 즉, 물고기를 잡아다 주는 것이 아니라 잡는 방법을 터득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 AT는 선수 실력 향상에 있어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전 고등학교 때 운동하면서 엄청 다쳤어요. 하지만 지금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절대 다치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이젠 공부를 하며 많은 경험을 했고 어떻게 몸을 관리해야 하는지 아니까요. 즉, 이 부분에서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부상 위험률을 낮춰주고 경기력 향상을 돕는 거죠.”

센터에서 선수 트레이닝 중. [사진=김세현 기자]
센터에서 선수 트레이닝 중. [사진=김세현 기자]

- AT는 어떤 루트를 통해 채용되나요?

“구단의 경우 가끔 공개채용을 합니다. 하지만 많지는 않아요. 300장이 넘는 이력서를 살피며 선별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죠. 그래서 커넥션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바로 인적 네크워크죠. 제가 구단에 있을 때도 결국은 추천이나 실습생 내부 승계 방식으로 후배들이 들어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실습 같은 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이런 걸 도전하지 않은 친구에겐 기회가 없으니까요. ‘무보수로 왜 실습해야 돼?’라는 마인드보다는 무조건 일단 뛰어드세요. 우선 첫발을 빨리 들여놓는 게 가장 중요해요. 기회는 본인이 만들어가는 것임을 꼭 기억하세요.”

- 대략적인 수입은?

“사실 AT란 직업은 돈만 보고서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닌 것 같아요. 미국에서 처음 AT 수업에 들어갔을 때 트레이너 교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어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말 생생한데요. 돈 벌기 위한 목적으로 AT를 준비하는 친구들은 당장 수업을 캔슬하고 나가라고 하셨어요. 그만큼 돈이 중요한 직업은 아닌 것 같아요. 물론 본인 역량을 쌓아서 몸값을 높일 순 있겠지만 구단 내에서도 연봉 격차는 정말 크고, 일의 양과 수입이 비례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어요. 그러므로 AT 일 자체를 좋아하고 본인이 진심으로 즐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 직무에 있어 SNS 운영은 도움이 되나요?

“정직하게만 운영한다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많은 선수들이 SNS를 보고 찾아오곤 하더라고요. 홍보 수단으로 적절하게 활용하되 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가끔 트레이너로서의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기보단 SNS만 화려하게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하는 건 좋지만, 본인의 실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 AT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경험이 가장 중요합니다. 열심히 공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많은 걸 겪어야 해요. 경험이 하루 있는 사람과 한 달 있는 사람은 정말 다른 것처럼 1,2,3년 쌓을수록 시야가 넓어지고 아이디어도 많아집니다. 그러므로 물불 가리지 말고 무조건 뛰어드세요. 현장과 더 많이 부딪치면 스스로 분명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정태승 투수코치(왼쪽부터), 허재혁 트레이너, 김용진 박사 [사진=김세현 기자]
정태승 투수코치(왼쪽부터), 허재혁 트레이너, 김용진 박사. [사진=김세현 기자]

- 개인적인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

“10년 넘게 같이 일하고 있는 김용진 박사님과 정태승 코치님과 함께 상업적이지 않은 ‘선수 친화적 센터’를 만들고 싶어요. 마치 키즈카페처럼 우리도 즐겁게 일하고 선수들도 즐겁게 뛰어놀며 운동할 수 있는 그런 곳이요.”

- AT와 더불어 야구업계 진로를 꿈꾸는 분들께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엔 저도 스스로에 대한 불안과 의심도 많았죠. 하지만 꿈 하나만을 보고 열심히 달리다 보면 기회는 꼭 오더라고요. 어떤 방식에서든 무조건 옵니다. 그 기회를 절대 놓치시면 안 됩니다. 그러므로 경험을 많이 쌓으면서 준비라는 무기를 장착하세요. 밑바닥부터 간절하게 쌓은 경험은 분명 꿈을 이뤄줄 멋진 자양분이 되어줄 것입니다. 힘든 시기가 있었기에 누구보다 즐겁게 일하는 저도 있는 것 같아요. 꿈에 확신이 있다면, 수없이 도전하며 주저하지 말고 뛰어드세요!"

*감수, 편집국 통합뉴스룸 팀장 민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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