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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이태신은 '정의'일까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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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이태신은 '정의'일까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12.04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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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삶은 정의로울 수 없다고 생각해요. 선택하고, 행동하고, 함께 무리 지어 사는 것뿐이죠."

김성수 감독의 신작 '서울의 봄'이 개봉 2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 4일 기준 '서울의 봄' 누적 관객 수는 465만명. 올해 개봉작 중 '천만 관객' 타이틀을 쥔 '범죄도시3' 이후 두 번째로 빠른 흥행 속도다. 개봉 전 시사회, 개봉 후 관객평은 만장일치 호평을 자아냈다. 관객은 저마다 이야기 전개, 극적 연출, 배우 열연 등에 극찬을 보냈다. 무엇보다 12·12 사태를 뭍으로 끌어올린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영화는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다. 1979년 12월 12월은 전두환, 노태우 등이 이끌던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 중심의 신군부가 반란을 일으킨 날이다. 같은 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사망한 뒤 신군부는 당시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전두환을 중심으로 정권을 장악한다. 사건은 전두환, 노태우가 차례로 정권을 잡으며 오랜 시간 정당화됐다.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의 봄'은 한국의 뼈아픈 근현대 역사를 전두광(황정민 분)과 이태신(정우성 분)이라는 두 인물의 구도로 그려낸다. 신군부 반란을 일으킨 전두광이 악이라면 그를 막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은 선에 속한다. 이러한 극적 구도는 많은 관객을 사로잡는 포인트인 동시에 역사를 한정적인 대립각으로 그려낸다는 아쉬움을 불러오기도 했다.

최근 '서울의 봄' 인터뷰를 위해 만난 정우성(50)은 선과 악, 흑백논리로 구분되는 사건의 겉면에 대해 다른 시각을 내놓았다.

정우성.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우성.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우성은 "감독님이 12·12 사태를 무대로 만들고 영화를 연출하실 때 선과 악, 정의, 이런 것들을 보고자 하는 건 아니었다. 영화 속 상황 안에는 전두광이 있고, 우유부단한 군인들이 있고, 이태신이라는 인물도 있지 않나. 이들 모두 인간에게 내재된 모습"이라며 "무고한 사람은 없다는 냉소적인 시선으로 인간 본성을 탐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태신이 전두광과 대적하며 정의롭게 비치는 듯하지만, '정의'보다 '책임'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이태신을 정의롭다고 할 수는 없어요. (이태신을 연기하며) 명분과 정의를 울부짖는 인간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고요. 그는 자기 직무에 충실한 군인, 책임을 감당하려는 사람이에요. 정의롭다는 말은 이태신의 모습을 제3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평가하는 거예요. 거기서부터 의미 부여가 되는 거죠."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감독님이 '서울의 봄'이라는 무대에 인간을 올려놓고 바라본 거리감, 냉소적인 관심 속에는 한 개인의 인간성이 다 들어있다"며 "대신 12.12 사태에 있어서 만큼은 바람직한 대상이 저들 무리 대척점에 있길 원하셨고 제삼자가 이태신을 응원하길 바랐다. 관객들은 그저 자신 안에 있는 한 부분을 이태신을 통해 본 것뿐이다. 그래서 더 이태신을 응원하고 싶은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삶은 정의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선택하고, 행동하고, 무리 지어 함께 사는 것뿐"이라며 "감독님은 관객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이태신을 발견하고 응원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을 강요하지 않는 언어로 잘 담아놓았다. 그렇기에 관객이 편하게 이태신에게 다가가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정우성.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우성.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정우성과 이태신, 이태신과 정우성

'서울의 봄'이 뜨거운 인기를 끌면서 관객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배우들에게 향했다. 이중에는 배우와 '서울의 봄' 사이 연결고리를 찾으며 작품 보는 재미를 더하는 이들도 있었다. 앞서 학생 운동가 출신 배우 안내상이 12·12사태 주역인 한영구 제1군단장 중장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영구 중장은 황영시 전 육군참모총장을 모티프로 한 인물로 반란 혐의로 재판에 회부돼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정우성 또한 긍정적인 사회 메시지를 전파해 온 건실한 이미지가 이태신과 부합한다는 평을 받았다. 정우성은 2015년부터 유엔난민기구(UNHCR) 친선대사로 세계 전역 난민들을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 3일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과 만나 세계 난민 동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실제로 김성수 감독은 이태신의 예시로 정우성이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하며 진행한 뉴스 인터뷰 영상 등을 제시했다고. 정우성은 "처음에는 '감독님이 미치신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내 모습을 보고 뭘 찾으라는 건지. 알고 봤더니 인터뷰에 임하는 저의 태도, 자세가 12·12 사태에 놓인 이태신의 태도, 자세였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었다"고 회상했다.

"타자의 이야기를 타자에게 전할 때 굉장히 조심스럽거든요. 감정에 치우치거나 강요해서는 안 되고 단어 선택도 신중해야 해요. 그런 제 모습을 보고 감독님께서 '불(전두광)과 물(이태신)의 싸움에서 이태신은 저런 태도여야 하지 않냐'라고 하신 거죠."

그는 "물론 저는 이태신일 수 없다. 이태신이 아무리 좋은 배역으로 평가받아도 저는 새로운 역할로 또 관객 앞에 서야 한다.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영광이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새로운 고민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고 연기 호평에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마음을 고백했다.

정우성.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우성.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 정우성의 '김성수 예찬'

"감독님은 저라는 사람을 배우를 넘어 영화인으로 만들어주신 분이에요. 젊은 나이에 영화 경력도 얼마 되지 않은 배우를 동료로 대해주셨고, 배우 이상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격려하고... 영화인으로서 확장된 꿈을 가질 수 있는 용기를 주신 분이죠."

지금의 정우성을 있게 만든 '비트'(1997)부터 배우 이정재라는 특별한 인연을 만들어준 '태양은 없다'(1999), 누아르 팬덤을 거느리게 해준 '아수라'(2016)까지.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의 페르소나'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함께 진득하게 작품을 만들어 온 두 사람이다.

'서울의 봄'의 호평이 그 누구보다 기쁜 이유는 작품에 참여한 배우이기 이전에 김성수 감독을 향한 열렬한 애정과 지지를 보내는 한 사람이기 때문. 정우성은 "감독님과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아수라'를 보고 "야구공에 맞은 기분"이었다면, '서울의 봄'은 그야말로 "기가 빨리고 후들거리는 느낌"이었다고. 특히 '아수라'를 함께하며 김성수 감독이 "인간을 신뢰하지도, 미워하지도 않는구나"를 느꼈다.

영화 ‘서울의 봄’ 현장 비하인드.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 현장 비하인드.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수라'의 첫 대사가 '인간들이 싫어요'였어요. 그때는 '감독님이 인간에게 왜 실망하셨지'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실망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에게 얼마나 따뜻할 수 있는지, 동시에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지 등 인간에 대한 이해를 영화에 담아보고자 한 것 같아요."

정우성에게 김성수 감독은 '늘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는 "감독님에겐 매번 경신하는 집요함과 끝없는 에너지, 이 작품이 내 마지막 작품이 될 수 있겠다는 마음가짐, 집념이 있다. 또 모든 사람을 동료로 대하고 상대가 누구든 배우려고 한다"고 감탄했다. 이어 "김성수 만세!"라는 위트 넘치는 애정을 더했다.

'서울의 봄'은 전국 영화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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