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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광주 이정효 [SQ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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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광주 이정효 [SQ인터뷰]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3.12.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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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간결하고 명료했다. 군더더기가 없었다. 어떤 대답 질문에도 자기 생각과 소신을 분명하게 말했다. “광주FC가 명문 구단으로 가는 데 있어 초석을 다진 해였습니다.”

광주의 축구는 이정효(48) 감독을 닮았다. 광주의 색깔은 확실하다. 공격축구를 잘하면서도 수비를 잘하는 것. 한 시즌 내내 이 목표 아래 선수들이 똘똘 뭉쳤다.

광주는 올 시즌 47골을 넣었다. 광주 위로는 울산 현대, FC서울(이상 63골), 대전하나시티즌(56골), 포항 스틸러스(53골)까지 4팀밖에 없다. 총 35골을 내줘 전북 현대와 최소 실점을 기록했다.

광주FC 이정효 감독이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진행된 ‘하나원큐 K리그 어워즈(시상식) 2023’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광주는 지난 시즌 K리그2 우승팀. 하지만 2022시즌 기준 광주 선수단 전체 연봉은 50억1879만9000원. 지난 시즌 선수단 전체 연봉 1위인 전북 현대(197억 1399만3000원)의 ¼수준. 올 시즌 K리그1으로 승격한 광주는 3위(승점 59·16승 11무 11패)로 시즌을 마쳤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플레이오프(PO) 티켓까지 따냈다.

광주는 그 동안 K리그2와 K리그1을 왔다 갔다 하는 팀이었다. 2010년 창단 후 2011시즌 K리그에 뛰어든 지 13시즌 만에 최고 성적을 거뒀다.

그 중심에는 2년차 감독 이정효가 있다. “우리 광주는 어느 팀하고 만나든, 어느 선수가 경기를 나가든 항상 콘셉트가 똑같아요. 상대가 잘하는 걸 막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잘하는 걸 더 돋보이게 하는 팀입니다. 그런 모습을 올해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K리그1으로 승격한 뒤 곧바로 3위에 오르는 경우는 드물다. 감독의 다양한 전략과 작전, 리그를 압도하는 스타플레이어의 조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어렵다.

광주에는 ‘이정효의 아이들’이 있다. 안영규(34), 이순민(29), 정호연(23), 엄지성(21)은 이름이 크게 알려진 선수는 아니었다. 이들은 이정효 감독을 만나고 달라졌다. 안영규는 지난 시즌 K리그2 MVP(최우수선수)에 올랐다. 엄지성은 K리그2 영플레이어(신인상)에 선정됐다. 이순민은 올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정호연은 4일 2023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영플레이어에 이름을 올렸다. 정호연은 이날 시상식을 마치고 "감독님은 제가 알고 있던 축구에서 새로운 축구라는 개념을 다시 정립하게 해 주신 분"이라고 했다.

이정효 광주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정효 광주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선수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를 만들어주는 이정효 감독의 리더십이 있다. “미팅을 자주 하고 선수들에게 확실하게 피드백을 줬습니다. 그리고 만족이라는 단어는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계속 더 높은 곳을 봐야 한다고 얘기해줬어요. 더 좋은 선수가 되려면 경기를 뛰기 위해서가 아닌, 이 목표를 위해 계속 성장해야 한다고요.”

물론 선수를 성장시키는 게 쉽지는 않다. 이정효 감독의 말에 따르면 “잠깐 한눈팔면 또 원상 복귀”가 된다. 그는 “선수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걸 계속하려고 한다. 하기 싫은 걸 안 하려고 한다”며 “그러면 그 부분을 다시 수정해 주고 다시 잡아준다”고 했다.

이어 “끊임없이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게 없게끔 방법을 계속 제가 준다. 저도 마찬가지지만, 배우려고 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배우려고 하고 있고 저도 제가 부족하다는 걸 느끼고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는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선수들의 성장을 결과로 보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머릿속이 복잡하다. “선수… 모르겠어요. 전 아직도 멀었죠. 그렇게 생각해요. 배움에 대한 부족함은 진짜 언제까지 채워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정효 광주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정효 광주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정효 감독은 주말 경기를 마치면 하루 쉬고 24시간 카페에서 코치들과 전력 분석에 공을 들였다. “실력이 없으면 모르고 배우면 엉망진창이 됩니다. 스스로 어떤 축구를 할 건지에 대해서 딱 정립을 한 뒤에 파고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설프게 보고 따라 가다는 결국엔 다시 돌아가겠죠.”

이정효 감독은 현역 시절 1998시즌 부산 아이파크의 전신인 대우 로얄즈에 입단해 ‘원클럽맨’으로 뛰다 2008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222경기에서 13골 9도움을 기록했다. 2011년 모교인 아주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13년 아주대 감독에 올랐다. 2016시즌 광주, 2018년 성남FC 코치를 역임했고 2020시즌 제주 유나이티드 수석코치를 맡았다.

이정효 감독은 “그 기간에 선수를 어떻게 관리할 건지, 선수들 개인에게 피드백을 어떻게 줄 건지, 그다음에 훈련은 어떻게 할 건지 그리고 제가 어떤 축구를 해야 K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광주가 올해 관심을 많이 받았는데 어떠냐’에 대한 질문에는 “관심을 받는 게 아니라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우리를 함부로 우습게 못 본다는 거잖아요. 우리도 좀 인정해 주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광주의 성적 못지않게 올 시즌 이정효 감독의 어록도 화제가 됐다. 특히 올해 3월 5일 FC서울과의 2라운드에서 0-2로 진 이후에는 “저렇게 축구하는 팀에 졌다는 게 분하다”고 말했다. 안익수 당시 서울 감독과 서울의 축구를 비하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지만 그라운드 밖에서 화제를 낳았다. 이정효 감독은 “서울전 끝나고(한 인터뷰)는 의도가 아니었는데 이슈가 됐다”며 “‘어라?’ 이런 느낌이었다”고 했다.

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울산 현대와 광주FC의 경기에서 광주 이정효 감독이 손뼉을 치며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광주 구단을 알리는 데 있어 의도적인 것(인터뷰)도 있었다. 선수가 자책골을 넣었다거나 퇴장을 당했을 때 어떻게 하면 그 선수를 보호할 수 있을까, 다른 걸로 끌고 가볼까 생각하면서 인터뷰했었다”며 “선수들도 제 마음을 아니까 응집력이 생겼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제 비시즌. 이정효 감독은 휴식 겸 공부 겸 축구를 보러 영국으로 떠난다. “제가 딱 마침 좋아하는 2경기를 보러간다”고 웃었다. 단, 어느 경기인지는 끝까지 말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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