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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의 거울, 어디를 비추는가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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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의 거울, 어디를 비추는가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12.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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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원래 인문학은 상당히 비겁해요. 꿇리지 않으려고 없는 답을 만들어야 하고... 하지만 영화 존립에 철학적 질문조차 없다면 그 한없는 가벼움을 못 참지 않을까요. 그러니 만들어내야 하는 거죠."

영화 '독전'(2018)의 마약 밀매 조직을 추적하는 형사 원호로 열연해 520만명이 넘는 관객의 호응을 이끈 배우 조진웅(47)이 넷플릭스 영화 '독전2'으로 돌아왔다. 스크린에서 관객을 맞이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OTT)에서 시청자를 기다리는 입장이 됐다. 시대 변화에 따라 플랫폼이 달라진 것처럼 조진웅 역시 5년 사이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을 달리하고 있었다.

'독전2'는 용산역에서 벌인 지독한 혈투 이후 여전히 '이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와 사라진 락(오승훈 분), 다시 나타난 브라이언(차승원 분)과 사태 수습을 위해 중국에서 온 큰칼(한효주 분)의 독한 전쟁을 그린다. 1편에서 펼쳐진 용산역 혈투와 노르웨이 결말 사이의 공백을 채우는 한국 영화 사상 첫 '미드퀄' 영화다. 

조진웅. [사진=넷플릭스 제공]
조진웅. [사진=넷플릭스 제공]

'독전2' 공개 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조진웅은 "속편이 제작된다는 이야기를 듣고선 엄두도 안 났다. 제작사 대표님께서 '독전2' 어떠냐고 물었을 때 '모르겠다'고 대답했다"고 제작 논의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2편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든 생각으로는 "원호는 전작보다 깊게 들어가는 부분이 생기더라. 관객들이 엔딩을 어떻게 판단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전편보다 더 먹먹해진 느낌이 들었다. 1편에서는 다 드러내지 못한 이야기가 들어있었다"고 답했다.

'독전'에서 원호를 움직이게 만드는 목표는 이선생이었다. 이선생은 사건의 중심이었고 원호는 이선생이 있기에 존재하는 인물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이선생의 정체가 드러남과 동시에 원호의 목표가 사라진다. 목표가 사라진 원호는 갈 곳을 잃는다.

"원호는 지금껏 이선생을 잡으려고 쫓아왔는데 이선생은 정작 다른 인물이 잡으니 갈 곳이 없어진 거죠. 결말이 그렇게 되니 슬퍼지더라고요. 더 외로워지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고 눈물이 나기도 하고. 시야에 들어오는 게 믿기지 않는 상태가 됐어요."

조진웅은 원호의 상태가 모든 인간에게 적용된다고 말했다. 하나의 목표만을 바라보며 맹목적으로 달려온 이가 마주하는 허무는 눈물 날 만큼 허탈하면서도 해방감을 선사하는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였다. "이런 이야기까지 끝내야 원호를 잘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죠."

조진웅. [사진=넷플릭스 제공]
조진웅. [사진=넷플릭스 제공]

'독전2'는 넷플릭스 공개 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관객과 만났다. 그는 "부국제 GV를 시작하면서 관객들에게 '영화가 던지는 질문을 자신의 삶에 빗대서 재미있게 가지고 놀아보자'라고 말했다. 소화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을 텐데, 끊임없이 안으로 들어가서 자신의 정서, 처한 환경, 위치 등이 고민을 해보는 건 어떠냐고 물었다. '독전'은 재미로 볼 수도 있겠지만 본인 스스로에 빗대어 철학적인 자세를 가지고 보면 더 좋은 작품"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 과정을 '철학적인 거울'이라고 표현했다. "저도 거울을 안 본 지 꽤 됐더라"라며 "'독전'을 하면서 저 스스로를 돌아봤고 이는 제게 있어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 배우라는 직업은 '철학적인 거울'을 항상 들여다보고 사는 직업이다. 살아가며 놓치는 것들을 이번 작업을 통해 더 크게 느꼈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진웅이 말하는 조진웅은 철학적인 사람이기보다 이성적이고 경제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저도 사람이다 보니까 감정의 소용돌이가 치면 한없이 들어간다. 제 속의 동굴로 들어가는 것과도 같다. 하지만 해야 할 것들이 있으니 금방 나온다. 작품을 통해 스스로를 깊게 고민하는 계기를 얻었지만 가만히 앉아 고민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말했다.

조진웅은 최근 제작사를 설립하며 '제작자' 직함 아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프로젝트를 위해 목숨을 걸고 뛰어든 멤버들도 있다. 이들은 밤낮으로 기획서를 작성하고 영상을 제작하고 컨펌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데 저 혼자 고민에 빠져 있으면 되겠나. 책임이 있으니 감정에 너무 빠지려고 하지 않는다"고 사업가적인 면모를 보였다.

또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며 "끈기가 있어야 한다. 자신이 밀고 있는 콘텐츠에 대한 확신을 쌓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가지고 버텨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재미있다. 2년 정도 준비하고 있는 작업인데 프로젝트를 해나가면서 몰랐던 부분을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조진웅. [사진=넷플릭스 제공]
조진웅. [사진=넷플릭스 제공]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제작사가 어려움을 겪던 시기 도전을 선택했다. 지난해에는 아시아창업엑스포에 참석해 제작사 대표로서 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코로나 때 제작사 선배들이 회사 문을 닫았어요. 어떤 선배는 '우리 영화인들이 난민이 됐다'고 말하셨죠. 이 시기에 제작에 손을 대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모두가 말렸는데 이런 시기일수록 더 준비를 해놔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에요. 같이 준비하던 공동 제작사가 문을 닫기도 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직원들 월급 줄 날이 돌아오더라고요."

일을 하다 보니 "영세해졌다"고 농담 섞인 고백을 건넨 그는 "직원들이 뭐 필요하냐고 물어보면 필요 없다고 하고, 밥 먹을 거냐고 물어보면 먹고 왔다고 말한다"는 너스레를 떨며 '찐' 대표 바이브를 자아냈다.

2023년 영화 '대외비', '독전2'을 비롯해 영화 '소년들', 드라마 '나쁜엄마' 특별출연으로 대중과 만난 조진웅은 지난해 촬영을 마무리한 웨이브 오리지널 영화 '데드맨' 공개를 앞두고 있으며 현재 드라마 '노 웨이 아웃' 촬영이 한창이다. 그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가 생겼다. (제작사 유지를 위해) 돈도 많이 벌어야 한다"며 책임감 드러냈다.

제작 진척도에 대해서는 "올 한해를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눈 감았다 떴는데 지금이다. 개인적인 작업은 아직 정말 미비한 수준"이라며 "그러나 팀원들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한 땀 한 땀 쌓아간다. 성격 자체가 준비할 때 완벽하지 않으면 잠을 못 잔다. 몇 번을 무너뜨리고 다시 쌓고 있다. 이 치열한 과정이 없으면 관객을 사로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딸도 있으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지금 4살인데 세상 예쁠 때다. 말도 많이 하는데 아직 잘하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웃음) 확실히 딸이라 예쁜 걸 좋아하고 거울보고 화장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엄마를 많이 따라 한다"고 아빠의 딸바보 사랑까지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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