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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VS 체육회 3R, 국가스포츠정책위 출범부터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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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VS 체육회 3R, 국가스포츠정책위 출범부터 잡음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3.12.2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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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스포츠정책을 총괄하는 민관합동 기구가 성대하게 닻을 올렸다. 그런데 이를 적극 추진한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체육회를 위시한 체육계가 강한 반대의사를 내비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회 회의를 열고 5개년 스포츠진흥기본계획을 공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1973년 사라예보 탁구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이에리사 전 태릉선수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정책위는 2021년 8월 제정된 스포츠기본법에 근거해 발족한 국무총리 산하 기구다.

한덕수 총리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1차 회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국가스포츠정책위 민간위원들. 허구연 KBO 총재(왼쪽부터), 조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이에리사 민간위원장, 한덕수 총리, 이종각 전 체육과학연구원 원장, 박종훈 가톨릭관동대 스포츠건강관리학과 교수, 김석규 동국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연합뉴스]

정책위원회는 앞으로 정부와 민간으로 흩어진 체육 관련 정책을 통합해 장기 로드맵을 작성하며 국민의 스포츠권을 보장하는 주요 시책을 평가·점검한다. 또 심의를 거쳐 5년마다 스포츠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하며 국제경기대회 개최와 관련된 주요 정책을 마련하고 조정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정책위가 야심차게 내놓은 기본계획의 핵심은 △ 스포츠로 국민건강·지역 활력 제고 △ 최강의 경기력, 안정된 삶 △ 함께 성장하는 생활-전문 스포츠 △ 국가 신성장동력, K-스포츠 △ 스포츠정신의 글로벌 리더라는 5대 추진 전략이다.

핵심 과제 15개 중 눈에 띄는 내용은 △ 운동 인센티브 지급 대상 확대(올해 1만명에서 2028년 50만명) △ 유휴공간을 활용한 체육시설 조성 지원 △ 국가대표 훈련수당 인상 등 엘리트 선수 육성 체계 안정화 △ 골프 대중화 등을 통한 레저산업 육성·스포츠관광 활성화 △ 초등학교 1‧2학년 '즐거운 생활'로부터 '체육' 교과 분리‧독립 편성 등이다.

한덕수 총리가 20일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위촉식에서 이에리사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책위는 2028년까지 국민의 일상 스포츠 참여율을 70%로 끌어올리고 스포츠 강국 주요 7개국(G7)으로 도약하며 국내 스포츠 시장 규모를 105조원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한덕수 총리는 이에 더해 "우수 인재 해외 파견, 체육시설 개발 협력 등을 통해 국제스포츠계와의 교류도 강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시작부터 일이 꼬인 형국이다. 문체부가 “체육에 특화한 협의체가 처음으로 출범했다”고 의미를 부여하는데 반해 대한체육회는 82개 회원종목단체, 17개 회원 시도체육회, 228개 시군구체육회의 의견을 한데 모아 “문체부의 일방적인 업무 추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2년 임기인 정책위 민간위원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 조현재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KSPO) 이사장 3명의 당연직 위원과 이에리사 공동위원장,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이종각 전 체육과학연구원장, 박종훈 가톨릭관동대 교수, 김석규 동국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 6명의 위촉직 위원까지 총 9명. 정책위 총 구성원은 한 총리와 정부 15개 부처 장관까지 정부위원 16명과 이에리사 위원장을 더한 25명이다.

이중 당연직 민간위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첫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반발 의사를 명확히 나타낸 셈. 체육회는 올해 1월 스포츠기본법 시행령 개정으로 일찍 출범했어야 할 정책위가 위원 인선으로 표류하자 이기흥 회장이 지난 9월 정책위 위원을 사임할 뜻을 내비친 문서, 정책위 구성 발표 때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한 서류 등을 성명서에 공개했다.

이기흥 체육회장이 서명한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위원 사임서.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체육회는 "정책위의 민간위원은 체육 단체의 의사를 대표하지 못하는 인사들”이라며 “정책위 구성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1월 문체부 요청으로 전직 대한체육회장 등으로 구성된 원로회의를 거쳐 체육계를 대표할 정책위 민간위원 후보자를 추천했으나 원천적으로 배제됐다는 논리를 펼친 체육회다. 

나아가 김정길‧박용성‧김정행 등 전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한 체육계 원로들의 의견이 지금처럼 무시‧묵살된다면 정부 산하 기구에서 벗어나 체육계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별도의 독립 중앙행정기관을 만드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뜻까지 내비칠 정도로 강경한 노선을 택했다.

문체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반박 성명을 통해 "민간위원 위촉은 정부의 고유 권한으로 이를 두고 대한체육회가 일방적으로 정책위에 불참을 통보하고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공공기관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스포츠기본법 시행령에 나온 대로 대한체육회장은 정책위원회 당연직 위원으로 사임 대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대한체육회가 체육단체의 의사를 모아 내놓은 성명서. [사진=대한체육회 제공]

체육계는 대한체육회와 문체부 간의 다툼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분위기다. 양측은 올해만 해도 2027 충청권 하계유니버시아드조직위원회 인사 건, 스위스 로잔 연락사무소 설치 건 등 여러 사안에서 대립각을 세워왔다. 국가스포츠정책위 건으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로잔 사무소의 필요성을 놓고 두 조직은 심각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체육부는 “관련 예산 8억원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고 사무소가 들어설 구체적 장소도 확정됐으니 연내 승인을 촉구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유인촌 장관이 이끄는 문체부는 “세계에서 로잔에 사무소를 둔 나라가 없고 요즘 같은 시대에 외교는 온라인으로도 충분하다. 국제대회 유치가 목적이라면 필요할 때 설치하고 철수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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