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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완의 '찌질미', 새로운 미학의 발견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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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완의 '찌질미', 새로운 미학의 발견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12.25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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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한 번은 모르는 분이 저를 보고 밝게 웃으시는 거예요. 단순히 반가워서 나오는 웃음이 아니라 저를 웃긴 사람으로 보는 느낌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요. 이제껏 받아보지 못했던 느낌인데 '소년시대' 이후로 처음 느껴봤어요."

차분한 말투에 진중한 얼굴, 바른 이미지의 정석이라 부를 법한 배우 임시완(35)이 언젠가 '웃긴 사람'이 됐다. 드라마 '미생', '타인은 지옥이다', '런 온', '트레이서', 영화 '변호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비상선언' 등 연기를 시작하고 여러 작품으로 얼굴을 비췄건만 이렇게나 웃기고 친근한 임시완은 처음이다.

임시완의 말대로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임시완이 이렇게 웃긴 사람이었냐"는 반응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발단은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시대'. 1947년 보스턴에서 1989년 충남 부여로 향한 임시완은 바가지 머리의 어리숙한 병태로 시청자를 사로잡고, 쿠팡플레이 시청량을 4배에서 다시 9배로 뻥튀기하는 등 '안나' 이후 쿠팡플레이 최대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이뿐만 아니라 연말을 맞아 영화, 드라마 기대작이 쏟아진 가운데 2023년 12월 배우 브랜드평판 1위를 차지하며 파급력을 자랑했다. 만년 지질이 병태가 하루아침에 '부여 짱'으로 둔갑한 것처럼 임시완 역시 하루아침에 '대중의 최애'로 등극한 것이다.

드라마 '소년시대' 병태 역 배우 임시완 스틸컷.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드라마 '소년시대' 병태 역 배우 임시완 스틸컷.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소년시대' 임시완이 이토록 뜨거운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심리적인 요인에 있다. 사람은 으레 상대의 인간적인 모습에 반하기 마련, 빈틈없어 보이던 사람이 엉뚱한 허점을 보인다면 그것이 바로 반전 매력으로 통한다. 평소 바르고 성실한 이미지를 쌓아온 임시완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세 가득한 병태로 분하니 누군들 그 매력에 빠지지 않겠는가. 그러니 '소년시대' 시청자라면 임시완을 마주한 행인처럼 저도 모르게 미소 지을 수밖에 없다.

최근 '소년시대'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임시완은 병태의 충남 사투리 칭찬에 "그건 성공했네잉. 그럼 된겨"라는 즉석 사투리를 뱉어 현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위트 넘치는 멘트로 포문을 연 임시완은 "평상시에는 개그 욕심이 없다"는 정반대의 대답을 내놓는 동시에 "하지만 코미디와 위트가 삶을 윤택하게 해주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다"고 코미디 장르 도전 배경을 밝혔다.

임시완은 "위트가 나의 말에 더 큰 힘을 실어주는 장치이자 수단이라는 생각을 갖던 찰나에 '소년시대' 제안이 들어왔다"고 출연 계기를 전하며 "'소년시대'를 하면서 코미디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하나 이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관찰력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봐야 남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더라"라고 작품을 통해 느낀 바를 전했다.

드라마 '소년시대' 병태 역 배우 임시완 스틸컷.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드라마 '소년시대' 병태 역 배우 임시완 스틸컷.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병태는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는 존재였지만 연기하는 배우로서는 무거운 감정에 사로잡힌 채 임했다고. 임시완은 "병태가 가질 법한 '진짜 감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선화(강혜원 분)를 잃었을 때 우는 신은 세상이 무너지고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생각을 갖고 찍었다"며 "웃기게 보이는 겉모습과 역설적인 감정을 늘 갖고 있어야 하니까 평소보다 더 딥(Deep)하고 어둡고 슬펐다. 찐따라는 것이 밝혀졌을 때 맞는 모습도 바라보는 관점에서 웃긴 거지 저에게는 정말 슬픈 신이었다. 딥한 감정을 잡고 있는 시간이 그 어느 작품보다 많았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임시완의 바라본 병태의 '지질함'의 바탕은 '순수함'이었다. 그는 "생각하는 바를 숨기지 않고 순수하게 표현하는 모습, 좋아하는 것을 설명할 때 구구절절 이야기를 늘어놓는 모습, 입바른 소리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모습 등이 병태의 지질함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청자들이 병태에게 이입하는 이유도 사회 최약체인 병태를 응원하는 마음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지질함은 나쁘고 착한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 같아요. 어린 시절에는 그 지질함이 놀림감이 되기 십상이고 또래의 사냥감이 되기 십상인데, 점차 성장하고 사회생활을 접하면서 '아, 이게 순수한 거지, 착한 거지'라고 인정하게 되죠."

드라마 '소년시대' 병태 역 배우 임시완(왼쪽), 선화 역 배우 강혜원 스틸컷.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드라마 '소년시대' 병태 역 배우 임시완(왼쪽), 선화 역 배우 강혜원 스틸컷.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드라마 '소년시대' 선화 역 배우 강혜원 스틸컷.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드라마 '소년시대' 선화 역 배우 강혜원 스틸컷.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병태의 순수함이 극대화되는 순간은 '부여의 소피 마르소' 선화와 있을 때다. 선화는 그룹 아이즈원 출신 배우 강혜원이 연기해 만인의 첫사랑 이미지를 탁월하게 그려냈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공통점을 지닌 두 사람의 케미는 '소년시대'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기도 했다.

임시완은 "수치로만 따졌을 때 선화의 분량이 많은 건 아니다. 그러다 보니 한 신 한 신이 소중하게 느껴지고, 배우로서 더 많은 걸 해내고 싶어 하고, 연기 욕심을 내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것이 꼭 좋은 결과를 만드는 건 아니"라며 "이 친구를 보면서 놀랐던 점이 연기적으로 특별한 걸 하지 않는다는 거다. 해당 신이 바라는 바를 큰 욕심 없이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 표현한다. 그 이상 넘어가는 법이 없다. 저는 이것이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욕심내지 않을까?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감탄했다.

"저는 과거에 '응'이라는 1음절 하나도 몇 날 며칠을 고민하는 성격이었거든요. 같이 숙소 생활하던 (박)형식이에게 물어본 적도 있어요. 그런데 혜원 배우는 제가 접근하는 방식과 다르게 필요한 만큼 표현하는 연기라 신기했죠."

임시완.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임시완.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연기 경력 10년을 훌쩍 넘기고 이제는 '연기돌 임시완'보다 '배우 임시완'이라는 수식어가 더 친숙한 그다. 임시완은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연습생 2년, 가수 활동 2년을 하고서 '나는 할 만큼 했어. 미련 없어' 이런 마음으로 시작한 건 아니다. 재능에 노력까지 곁들인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내가 따라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현실을 마주했던 시기에 우연히 연기할 기회가 생겼다"며 "가수로 활동할 때 주목받지 못했던 제가 여기서는 '할 줄 안다'는 인정을 받기 시작하니까 연기를 끝까지 붙잡고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뭐라도 해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한다. 뭐라도 해야지"라고 털어놨다.

이어 "제가 최근 들어 자문하는 질문은 '나의 성장판은 닫혔는가?'다. 이 성장판이 빨리 닫히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성장판이 닫히는 순간은 스스로 한계선을 긋는 순간이 아닐까. 그런 날이 오면 슬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수로든 배우로든 적어도 스스로가 먼저 한계선을 만들지는 말자고 생각해요. 한계를 깰 수 있도록 저 자신을 확장하면서 40~70대에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임시완.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임시완. [사진=쿠팡플레이 제공]

그 한계를 시험하듯 2023년은 임시완에게 참 바쁜 해였다. 지난 2월 팬 콘서트 'WHY I AM'으로 한 해를 여는 동시에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를 공개했고, 배우 정해인과 함께한 여행 예능 '배우는 여행중'으로 예능적인 모습도 선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에 의해 3년간 빛을 보지 못했던 영화 '1947 보스톤' 또한 올가을 세상 밖으로 나왔다. '1947 보스톤'을 계기로 마라톤에 입문해 '2023 서울하프마라톤' 등에 참석하기도 했다.

임시완은 "올해도 건설적으로, 창조적으로, 창의적으로 살았구나"라고 한 해를 총평하며 2024년 계획에 대해 "내년에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차기작을 찬찬히 고민하는 시기가 될 것 같다. 팬미팅도 기획하고 있다. 올해 일반적인 팬미팅 형식이 아닌 팬콘서트 형식으로 이제껏 작업한 드라마, 캐릭터를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했다. 이를 연장해서 만들어가고 싶다. 무대 기획, 연출에도 참여하려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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