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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의도는 어디로? 경기 망치는 심판들 [E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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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 의도는 어디로? 경기 망치는 심판들 [EPL]
  • 스포츠잡알리오
  • 승인 2023.12.2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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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서명재 객원기자] 종목 불문, 심판이 기억에 남는 경기는 좋은 경기라 볼 수 있다. 심판이 기억에 남지 않아야 판정이 깔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주심들은 경기 종료 후, 선수 못지않은 임팩트를 심어주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2023~2024시즌 개막 전, EPL 사무국은 심판의 권위를 강화하기 위해 판정 관련 규정을 강화했다. 옐로카드를 줄 수 있는 상황 대표적 상황은 △ 선수 2명이 한 번에 심판에게 다가가 항의한다 △ 상대 반칙에 카드를 주라는 제스처를 한다 △ 시간을 고의로 지연시킨다 등이다. 사무국의 이런 조치로 시즌 초반 여러 선수들이 심판의 판정에 적응하지 못하는 장면이 꽤 나왔다. 사소한 제스처로 인해 옐로카드가 나오는 경우가 늘어난 게 체감될 정도다.

아스날전에서 살라(오른쪽)가 불만 섞인 표정으로 심판에게 말을 걸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사무국은 심판진의 권한 강화를 두고 "지난 시즌 선수, 감독, 코치가 경기 관계자에게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르는 횟수가 크게 증가했다"는 이유를 댔다. 심판이 중요한 존재임에도 구단 관계자들과 선수들이 권한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느껴 생긴 조치라고 풀이할 수 있다.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결과가 엉망이다. 팬들과 선수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무국의 본래 의도는 심판의 권위에 도전하는 경우에 엄격한 판정을 내린다는 것이었는데, 몇몇 심판들은 카드를 남발하고 있다. 때로는 권위를 이용해 그라운드에서 선수 위에 군림하는 '神판'의 모습마저 보여주고 있어 실망을 자아낸다. 

최근 안필드에서 열린 EPL 17라운드 리버풀-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은 최악이었다. 후반전 추가시간, 디오고 달로(맨유)와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의 경합 상황에서 볼이 터치라인 밖으로 나가자 달로가 볼 소유권을 주장했다. 그러자 마이클 올리버 주심은 옐로카드를 꺼냈다. 문제는 다음. 달로가 항의하는 제스처를 보이며 주심에게 다가갔다가 또 옐로카드를 받았다. 

경고 누적으로 인한 퇴장까지 걸린 시간은 약 3초. 0-0으로 마무리된 경기의 스포트라이트는 올리버 주심이 독차지했다. 리버풀 레전드 출신 제이미 캐러거는 “달로의 퇴장 판정은 가혹했다”고 말했다. 에릭 텐 하흐 맨유 감독은 "달로의 퇴장에 대해 노코멘트하겠다. 팬 여러분에게 판단을 맡기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토트넘전 막판. 맨시티 선수들이 판정에 불만을 품고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뿐만이 아니다. 향상된 권위에 걸맞은 판정 능력이 있는가라는 의문마저 제기된다. 앞서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14라운드 맨체스터 시티-토트넘 홋스퍼 전 역시 구설을 낳았다. 

양팀이 3-3으로 팽팽히 맞선 후반 추가시간, 엘링 홀란(맨시티)이 에메르송 로얄(토트넘)의 태클에도 휘청하면서 뒷공간으로 침투하던 팀 동료 잭 그릴리시에게 패스를 찔렀다. 그런데 웬걸. 사이먼 후퍼 주심의 휘슬이 불렸다. 어드밴티지가 적용된 에메르송의 태클을 뒤늦게 적용해 경기가 끝나고 말았다.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완벽한 득점 찬스를 창출했다고 생각한 홀란을 포함한 맨시티 선수들은 후퍼 주심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홀란은 옐로카드를 받았다. 맨시티는 판정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제재금 2억원이란 사후 징계까지 받았다. 팬들은 승점 2를 들었다 놓은 판정뿐 아니라 사후 제재에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심판들의 권위 향상을 위한 규정 변경이 진정 리그를 위한 것인지 말이 많은 까닭이다. 

심판은 경기의 흐름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 판단에 중대한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인물이다. 최근의 EPL 심판들은 책임감은 뒤로 하고 권위에 심취한 듯해 우려를 산다. 사무국의 의도가 갈피를 못 잡고 엉뚱한 곳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차후 어떻게 규정이 바뀔 것인지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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