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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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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12.27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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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이 크리스마스 연휴가 한창인 지난 24일 개봉 33일 만에 '기생충'(2019) 이후 단일 작품 최초 '천만 영화' 타이틀을 달았다.

26일 기준 '서울의 봄' 누적 관객 수는 1086만3608명. 신작 공세 속에서도 한 달 넘게 한국영화 좌석판매율 1위를 유지한 것은 물론 누적 관객 1068만명의 '범죄도시3'를 제치고 2023년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여기에 역대 국내 개봉영화 흥행 순위 23위, 한국영화 흥행 순위 17위를 기록했다.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9), '아수라'(2016) 등 함께 영화의 길을 걸어온 김성수 감독과 배우 정우성은 '서울의 봄'을 통해 나란히 천만 감독, 천만 배우가 됐다.

개봉 전만 하더라도 쉽게 점칠 수 없었던 천만 영화 타이틀이다.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얼굴들의 호연, 역사 기반의 탄탄한 서사,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연출 등 사전 시사회 만장일치 호평이 자자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더디게 회복 중인 극장가에서 '대박'을 노린다는 것은 코웃음을 살 일이었다.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렇기에 김성수 감독도 안심할 수 없었다. 시사회 호평에 대해 "좋은 말만 해주셔서 친척들이 쓴 글 같더라"라고 이야기하면서도 "너무 오래된 이야기라 개봉 후에도 재미있게 보실지 모르겠다"며 걱정 어린 얼굴을 했다. 

당시 그의 바람은 "젊은 사람들이 '서울의 봄'을 관람하는 것"이었다. 과거의 비극이 회자되길 바랐고 이를 통해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길 염원했다.

간절한 소원을 안고 출발한 '서울의 봄'은 우려와 달리 2030 세대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다. CGV에 따르면 '서울의 봄' 관람객 26%는 20대, 30%는 30대로 관람객 절반 이상이 2030 세대였다. 김성수 감독이 만들어낸 세계를 마주한 젊은 관객들은 분노했고 울분을 토했다. 무엇보다 전두환의 신군부가 승리한 과거를 바꿀 수 없는 현실에 비통함을 표현했다. '서울의 봄'이 일으킨 거대한 파도는 관객이 느낀 비통함의 파장이었다.

실존 인물이 박제된 커튼콜은 넘실거리는 파도에 바람을 더했다. 김성수 감독은 "신군부 세력이 정권을 장악하고 승리를 기념하며 찍은 사진이다. 그들이 반란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신군부는 대법원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천수를 누리다 죽었어요. 재판장에 섰을 때도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받을 수 없다'고 이야기했죠."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의 봄'은 김성수 감독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영화로 알려져 있다. 늦은 밤 들려오는 총성에 호기심과 두려움을 느꼈을 시민들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지만, 각자의 기억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었다.

"제일기획 건물 앞에서 장갑차가 지나가는 걸 봤어요. 장갑차를 쫓아가려는데 군인들이 막아서더라고요. 그때 서너 발의 총성이 울렸죠. 서울 한복판에 울리는 총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놀란 마음에 주저앉아 앉은뱅이 자세로 돌아가는데 참 가기 싫더군요. 자리에서 빠져나와 친구 집 옥상에서 또 다른 총성을 들었어요. 그것이 납치 사건이었다는 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았습니다."

김성수 감독의 짧은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상상력이 더해졌다. 도대체 그날 용산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성수 감독이 가장 경계한 그림은 '근사한 악당이 등장하는 영화'였다. 신군부의 승리에 당위성을 부여하지 않으려 수없이 고민했다. 그는 "신군부가 군사 반란죄 판결을 받은 배경에는 신군부의 죄를 증명하고 맞서 싸운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을 '진짜 군인'으로 부각해서 이야기를 만들면 12·12 사태를 승리의 기록에서 떨어트려 놓을 수 있겠더라"라고 말했다. 선과 악이라는 전형성을 이용하고자 한 것.

"1979년 12월 12일, 하룻밤 사이 모든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원리를 탐욕과 명분으로 나눴어요. 탐욕은 더 많은 욕심을 자극하게 마련이거든요. 당시 신군부는 떨어지는 떡고물을 받아먹으려는 사람들이 모여 세력을 불렸고, 대세 추종주의에 따라 소수의 사람만 명분을 지켰겠죠."

신군부의 세력 확장이 지혜와 안목으로 이뤄진 것은 아녔다. 그는 "같은 욕망으로 뭉쳤지만 서로를 의심하고,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고, 반대 세력을 두려워하는 과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영화 속에서는 이 과정을 침을 질질 흘리는 늑대처럼 표현하고자 했다. 의기투합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지만 이들의 이면을 보면 그리 대단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했다.

김성수 감독.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성수 감독.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성수 감독이 말하는 '대단함'은 유능과 무능의 의미보다 '군인의 신념'에 가까웠다. 그는 "군대는 국민 합의 하에 살상이 가능한 무기를 지급받고 무력 행사가 가능하다는 대전제가 있다. 때문레 더더욱 자신을 위해서 총과 칼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우성이 연기한 이태신은 김성수 감독이 바라보는 '진짜 군인'이었다. 특정 인물을 향한 증오로 움직이기보다 군인이라는 신분이 지녀야 할 신념으로 움직인다. 궁지에 몰린 마지막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힘겹게 바리케이드를 넘는 모습이 곧 신념이다. 이는 이태신이 전두광에게 '군인의 자격'을 뱉음으로써 완성된다.

"저는 신군부가 무능한 군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좋은 대학을 나왔고 똑똑하고 근사한 최고의 남자들일 거예요. 이러한 최고의 남자들이 욕망을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원리를 사용하면서 국민과 국가가 위험에 빠진 거죠. 1979년 12월 12일 밤은 현대 사회에 문제를 일으킨 악당이 탄생한 순간입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로 전국 영화관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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