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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 해냈다, 전현무·유재석 제치고 기어코 '대상·7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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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84 해냈다, 전현무·유재석 제치고 기어코 '대상·7관왕'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3.12.30 0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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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가 2023 MBC 방송연예대상 영예의 대상 수상자가 됐다. 비연예인이 대상을 수상한 것은 MBC 사상 최초다.

기안84가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열린 2023 MBC 방송연예대상의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했다. 기안84는 '나 혼자 산다'(나혼산)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태계일주)로 대상, 올해의 예능인상, 베스트 커플상(기안84, 빠니보틀, 덱스) 개인상 3관왕과 올해의 프로그램상(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을 수상하며 총 4관왕에 올랐다.

이날 기안84는 '전지적 잠견 시점', '세치혀', '나 혼자 산다' 전현무, '놀면 뭐하니?' 유재석과 대상 자리를 겨뤘다.

기안84. [사진=MBC 제공]
기안84. [사진=MBC 제공]

지난해 12월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를 선보이며 1년간 세 시즌을 이어온 기안84는 이시언, 빠니보틀, 덱스와 함께 MBC 여행 예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신규 예능이 주목받기 어려운 시대에 최고 시청률 6.7%를 돌파한 것은 물론 매 시즌 시청률 상승세를 자랑했다. 이와 함께 '나 혼자 산다'에서 마라톤에 도전하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줘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에 울림을 선사했다.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지상파 고정 예능에 도전했던 방송 초기만 하더라도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비판을 샀지만 그 안에 내제된 순수함이 진정성으로 통하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기안84는 올해의 예능인상을 수상한 후 "'MBC 방송연예대상'에 7번 왔다"고 말문을 열며 "원래 (이)시언 형과 가장 구석에 앉아 있었다. (시상식에) 오는 것만으로 영광이었다. '몇 년 더 나오다 언젠간 나도 사라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상상도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성공적인 만화가가 아니었다. '나혼산'으로 욕을 먹어 힘들 때마다 (전)현무 형이 연락을 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 형에게 버릇없이 굴어 미안할 때도 있었다. 존경하는 형 덕에 여기까지 왔다"고 전현무에게 공을 돌렸다.

이후 대상을 수상한 뒤 얼떨떨한 얼굴로 시상대에 올라 "(이)영자 누님이 신인상을 받을 때부터 TV를 보면서 자랐고 군대에 있을 때도 (유)재석이 형님의 프로그램을 봤다. 요즘도 '무한상사'를 돌려본다"며 "한 번은 아버지랑 TV를 보고 있었다. 집안 분위기가 안 좋을 때였다. 그때 재석이 형님이 방송에 나오셔서 웃고 계시니까 어두운 집안 분위기와 대비되면서 한편으로는 아버지에게 '나도 친구들이랑 있으면 재미있게 할 수 있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더라"라고 회상했다.

기안84(왼쪽), 전현무. [사진=MBC 제공]
기안84(왼쪽), 전현무. [사진=MBC 제공]

돌아가신 아버지에 관한 기억을 꺼낸 그는 "결국 아버지에게 효도 한 번 못하고 용돈 한 번 못 드렸다. 생활비만 받다가 돌아가셨다. 아버지 생각이 난다. 제가 잘 된 걸 한 번이라도 보셨으면 좋겠을 텐데, 살아 생전에 잘 해드렸다면 좋았을 텐데 못 해드려서 아쉽다"고 그리움을 전했다. 또한 어머니께 "저 대상 받았다. 제주도 자주 못 가서 죄송하다"는 애정 어린 말을 건넸다.

뜸을 들이다 "주제 넘는 이야기인데"라고 입을 뗀 기안84는 "어린 아이들에게 사인을 해줄 때 '너 꿈이 뭐니?'라고 물어본다. 축구선수나 의사라고 하면 '축구선수가 돼라', '의사가 돼라' 이런 걸 써 준다"고 설명한 후 "어머니 지인 아드님이 아직 어린데 (아픈 몸이) 나을 수가 없다고 하더라. 아예 어려운 상황이라 사인을 뭐라고 해야 하지 고민했다. '힘내라'도, '화이팅'도 이상한 것 같았다. 30초 동안 고민하다가 네잎클로버를 그려줬다. 클로버는 잎이 3개인데 상처가 나면 거기서 잎 하나가 더 난다더라. 다들 행운이 있는 2024년이 됐으면 좋겠다. 저도 언제까지 방송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있을 때 즐거워해 주신다면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 기안84와 함께 떠나는 여행 예능으로 MBC의 젊은 피 김지우 PD의 연출 입봉작이다. 적은 제작비와 소규모 제작진으로 시작해 고충도 많았지만 시청자들의 열렬한 사랑으로 보답받았다.

기안84. [사진=MBC 제공]
덱스(왼쪽부터), 빠니보틀, 기안84, 이시언. [사진=MBC 제공]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이날 올해의 프로그램상을 비롯해 대상(기안84), 올해의 예능인상(기안84), 베스트 커플상(기안84, 빠니보틀, 덱스), 신인상(덱스), 우수상(장도연), 올해의 작가상(유지혜) 총 7관왕에 올랐다. 특히 시청자 투표로 수상자가 결정되는 올해의 프로그램상과 베스트 커플상 2부문을 모두 수상하면서 명실상부 2023 최고의 프로그램 자리에 앉았다.

김지우 PD는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기안84님과 인사를 했다. 작년 그때쯤 남미를 갔더라.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세 시즌을 하면서 기안84님께서 제가 우울증이 왔을 정도라고 말할 만큼 힘들었는데,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했던 그 시간이 감사하고 선물처럼 느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아마존 정글, 인도 고산, 아프리카 바다를 다니면서 정말 적은 인원으로 다녔다. 출연자들이 현장에서 풀어가고 뒤에서 서포트하면서 최소 인원으로 가자는 말을 했는데 그래서 스태프들이 각자 2인분을 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혹독한 환경이었다. 다들 단순히 일이 아니라 의미있는 걸 하고 있다는 마음으로 함께 움직였다. 이 자리를 대표해 그분들에게 너무 고생했고 감사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싶다. 또 입봉작이니까 세고 독한 날 것을 생각해서 출연자들에게 힘들고 거칠 수 있는 환경이었는데 그런 환경을 따뜻하고 진정성 있게 겪어준 이시언, 기안84, 빠니보틀, 덱스에게 고맙다. 또 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준 장도연, 이승훈, 쌈디까지 모든 출연자들이 계셔서 저희만의 독특한 색깔이 있을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표현했다.

기안84. [사진=MBC 제공]
기안84(왼쪽부터), 이시언, 쌈디, 김지우 PD, 이승훈, 빠니보틀, 덱스, 장도연. [사진=MBC 제공]

끝으로 프로그램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봐준 시청자들에게도 감사를 돌렸다. 그는 "짧은 시즌제라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시청자들이 깊이 성원해 주신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태계일주' 색깔이 있다면 열린 마음의 도전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 주신다면 저희만의 색깔을 가지고 정말 열심히 하는 후배, 동료들과 함께 좋은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보겠다"며 "마지막으로 기획하면서 100번 넘게 생각했던 것을 기안84님이 우유니 사막에서 똑같이 말씀해 주시더라.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보시는 분들이 태어난 김에 행복하게, 후회없이, 하고 싶은 거 하시면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년도 꼭 후회없는 한 해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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