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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침묵 말라” 봉준호→윤종신, '이선균방지법' 한 목소리 [SQ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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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침묵 말라” 봉준호→윤종신, '이선균방지법' 한 목소리 [SQ현장]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4.01.1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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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나혜인·사진 손힘찬 기자] 문화예술인들이 고(故) 이선균과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선균방지법' 제정을 요청했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현장에는 봉준호 감독, 이원태 감독, 장항준 감독, 민규동 감독, 장원석 프로듀서, 배우 최덕문, 김의성,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을 비롯해 각 영화단체장들이 참석했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

문화예술인 연대회의는 이선균의 안타까운 죽음을 마주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데 뜻을 같이해 모인 단체다.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 문화예술관련 단체와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 국내 영화제 29개 단체가 뜻을 함께했다.

이선균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입건 후 조사를 받던 중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 세워진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강남 유흥업소 마약 사태를 조사하던 중 이선균에 대한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선균은 세 차례 소환 조사와 마약 정밀 검사 등을 받았다. 이선균의 마약 정밀 검사 반응은 음성으로 나타났다. 이보다 앞서 이선균의 마약 투약 사실을 진술한 유흥업소 직원 A씨가 이선균에게 3억여 원을 요구해 공갈협박 혐의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이선균의 장례가 치러진 27일부터 발인일인 29일까지 수사 보도의 문제점에 대한 대중문화예술업계 내 넓은 공감대가 형성되며 대화의 장이 마련됐다. 이에 30일부터 성명서 초안 작업을 시작, 이달 2일 각 단체의 성명서 명명 작업이 진행됐다. 이후 7일 각 단체들이 명명에 동의했다. 여기에는 배우 송강호도 뜻을 같이했다.

김의성.
김의성.

성명서 발표는 김의성, 봉준호, 윤종신, 이원태 순으로 진행됐다. 김의성은 "지난 12월 27일 한 명의 배우가 너무나 안타깝게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말문을 열며 "지난 10월 19일 한 일간지의 '배우 L씨의 마약과 관련한 정보를 토대로 내사 중이다'라는 인천시경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최초 보도 이후 10월 23일 그가 정식 입건된 때로부터 2개월여의 기간 동안, 그는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이어 "간이 시약 검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을 위한 시약 채취부터 음성 판정까지의 전과정이, 3차례에 걸친 경찰 소환조사에 출석하는 모습이 모두 언론을 통해 생중계됐으며 사건 관련성과 증거능력 유무조차 판단이 어려운 녹음파일이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됐다"며 "결국 그는 19시간의 수사가 진행된 3번째 소환조사에서 거짓말 탐지기로 진술의 진위를 가려달라는 요청을 남기고 스스로 삶의 마침표를 찍는 참혹한 선택을 하게 됐다. 이에 지난 2개월여 동안 그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살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봉준호.
봉준호.

봉준호 감독은 수사당국에 "고인의 수사에 관한 내부 정보가 최초 누출된 시점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2개월여에 걸친 기간 동안 경찰의 수사보안에 한치의 문제도 없었는지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그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보책임자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은 없었는지, 공보책임자가 아닌 수사업무 종사자가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자 등으로부터 수사사건 등의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은 경우 부적법한 답변을 한 사실은 없는지 한치의 의구심도 없이 조사해 그 결과를 공개하기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결과 음성판정이 난 지난 11월 24일 KBS 단독보도에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된 것에 대해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된 것인지 면밀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며 "언론관계자의 취재 협조는 적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3차례에 걸친 소환절차 모두 고인이 출석 정보를 공개로 한 점, 당일 고인의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이 과연 적법한 범위 내의 행위인지 명확하게 밝힐 것"을 요청했다.

윤종신은 언론 및 미디어와 사이버 렉카에 "고인에 대한 내사 단계의 수사 보도가 과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물으며 KBS의 녹취록 보도를 비판, 관련 기사를 조속히 삭제할 것으로 요구했다.

윤종신.

이원태 감독은 정부 및 국회를 향해 "설령 수사당국의 수사절차가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정부 및 국회는 이번 사망사건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형사사건 공개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의 제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입법 개선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는 이선균과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선균방지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입법적 차원으로 성명서를 국회의장에 전달할 예정이다. 불법적인 수사 관행과 황색 저널리즘을 타파하기 위해 경찰청과 KBS 등에도 성명서를 전달할 예정"이라며 "여러 단위에서 '이선균방지법'을 마련하기 위한 협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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