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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선균 수사, 어떻게 언론에 낱낱이 공개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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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선균 수사, 어떻게 언론에 낱낱이 공개됐나"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4.01.1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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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글 나혜인·사진 손힘찬 기자] 고(故) 이선균을 둘러싼 마약 수사 최초 보도부터 KBS 녹취록 보도까지 2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비공개 원칙인 수사 과정은 '단독 보도'라는 타이틀 아래 언론을 통해 세세하게 공개됐고 이와 관련된 사생활 내용까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수사 과정은 어떻게 언론을 통해서 유출됐을까.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가 질문을 던졌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현장에는 봉준호 감독, 이원태 감독, 장항준 감독, 민규동 감독, 장원석 프로듀서, 배우 최덕문, 김의성,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을 비롯해 각 영화단체장들이 참석했다.

이선균은 지난해 10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입건 후 3차례에 걸쳐 조사를 받던 중 12월 27일 세상을 떠났다. 2개월여 간의 시간 동안 이뤄진 수사는 밀폐된 공간에서 나눈 조사 대화까지 공개될 정도로 유출 문제가 심각했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

10월 19일 한 일간지에서 인천시경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배우 L씨의 마약과 관련한 정보를 토대로 내사 중'이라는 최초 보도를 내보낸 후 간이 시약 검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을 위한 시약 채취부터 음성 판정까지의 전과정, 3차례에 걸친 경찰 소환조사에 출석하는 모습 등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19시간 동안 진행된 3번째 소환조사에서 "거짓말 탐지기로 진술의 진위를 가려달라"는 요청을 한 사실도 빠르게 확산됐다.

이선균과 '기생충'으로 함께한 봉준호 감독은 수사당국에 "고인의 수사에 관한 내부 정보가 최초 누출된 시점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2개월여에 걸친 기간 동안 경찰의 수사보안에 한치의 문제도 없었는지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보책임자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은 없었는지, 공보책임자가 아닌 수사업무 종사자가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자 등으로부터 수사사건 등의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은 경우 부적법한 답변을 한 사실은 없는지 한치의 의구심도 없이 조사해 그 결과를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결과 음성판정이 난 지난 11월 24일 KBS 단독보도에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된 것에 대해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된 것인지 면밀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며 "언론관계자의 취재 협조는 적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3차례에 걸친 소환절차 모두 고인이 출석 정보를 공개로 한 점, 당일 고인의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이 과연 적법한 범위 내의 행위인지 명확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故이선균 빈소에 마련된 영정사진. [사진=공동취재단]
故이선균 빈소에 마련된 영정사진. [사진=공동취재단]

'법쩐' 이원태 감독은 "설령 수사당국의 수사절차가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정부 및 국회는 이번 사망사건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형사사건 공개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의 제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입법 개선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정상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대표는 단체 발언을 통해 "소중한 동료를 잃었다. 슬픔과 분노를 헤아릴 길이 없다. 이 비극에 조사 중인 피의 사실을 기정 사실인 것처럼 언론에 노출한 수시 기관과 이를 선정적으로 받아쓰기한 언론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고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이어 "많이 늦었지만 이제라도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 공감하시는 분들은 함께 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힙겹게 말을 이어갔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는 이선균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선균방지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 대중문화예술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법적 안전 장치 마련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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