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01 11:14 (금)
억지에도 ‘굿걸’이어야 하나, 뉴진스 향한 불편한 잣대 [기자의 눈]
상태바
억지에도 ‘굿걸’이어야 하나, 뉴진스 향한 불편한 잣대 [기자의 눈]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4.01.17 0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딸기에 이어 칼국수다. 먹는 것 하나에 진심인 한국인이라고는 하지만 여자 아이돌을 비난하고 힐난하는 '음식 폭력' 반복되니 겸상은 저리 치우고 혼밥을 적극 권하고 싶어지는 시대다.

그룹 뉴진스 멤버 민지(19)는 지난 16일 팬 커뮤니티에 '칼국수 논란'과 관련해 "1월 2일 버니즈분들과 소통하는 라이브에서 저의 말투와 태도가 보시는 분들께 불편함을 드렸다. 버니즈분들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소통하는 라이브에서 좋지 못한 태도를 보여드린 것 같아 놀라고 상처받으셨을 버니즈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는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발단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튜브 채널 '침착맨'에 출연한 민지는 대화 도중 언급된 칼국수에 대해 "칼국수가 뭐지?"라는 물음표를 던졌다. 평소 칼국수를 먹어보지 못한 민지의 단순한 질문이었다. 사람마다, 환경마다 접하지 못한 음식이 있기 마련이니 웃어 넘기거나 적당히 신기해 하며 넘길 일이었다.

뉴진스 민지. [사진=스포츠Q(큐) DB]
뉴진스 민지. [사진=스포츠Q(큐) DB]

하지만 민지는 1년 내내 칼국수에 시달렸다. 칼국수를 먹어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순수함을 노린 콘셉트 행위"라는 조롱을 들어야 했다. 칼국수를 모르면 순수한 것일까.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었다. 조롱은 집요했고 점점 도를 넘기 시작했다. 포털사이트에 '민지' 두 글자를 치면 자동완성으로 '민지 칼국수'가 따라붙었고 유튜브 내에는 '민지 칼국수 사건'이라는 갖은 사이버 레카 영상이 떠돌았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비빔면, 마라탕, 짬뽕 등을 먹어보지 못했다는 말에 대한 비난도 더해졌다.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지난 2일도 '칼국수'가 댓글창을 뒤덮었다. 결국 민지는 멤버들을 향해 "나 이제 안 먹었다는 말 좀 그만하려고"라고 말한 뒤 "여러분, 제가 칼국수를 모르겠어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맛을) 모르니까 모른다고 하지. 여러분들은 칼국수에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뭐가 들어가는지, 어떤 재료가 들어가는 다 알고 계세요?"라고 답답함 섞인 목소리를 냈다.

앞서 민지는 칼국수라는 단어는 알지만 먹어보지 못해 맛을 모른다고 한 차례 해명한 바 있다. 사과문에서도 "작년 겨울 칼국수가 뭔지 모른다는 제 말에 어떤 반응들이 있었는지 저도 알고 있었다. 제가 편식이 심해 칼국수를 먹어본 적이 없어 칼국수의 종류와 맛을 생각하다 저도 모르게 '칼국수가 뭐지?'라는 혼잣말이 나와 버렸다. 혼잣말이라 오해가 생길지 몰랐고, 명확한 해명을 하고 싶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인 것 같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니 "칼국수가 뭐지?"라는 사건의 발단은 "칼국수가 무슨 맛이지?"라고 하려던 이야기가 생중계 도중 다르게 전달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 무엇보다 당시 유튜브 방송은 뉴진스가 데뷔하고 나서 진행한 몇 안 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이었다. 팬과 일반인이 뒤섞인 낯선 공간에서 모든 발언이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상황은 긴장감을 유발하기 쉬웠다. 그렇게 탄생한 신인 가수의 귀여운 말실수는 비수가 돼 돌아왔다.

뉴진스 민지. [사진=스포츠Q(큐) DB]
뉴진스 민지. [사진=스포츠Q(큐) DB]

칼국수를 반복하던 이들은 이제 "칼국수를 모르겠냐"는 민지의 말투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끝이 안 보이는 일방적인 비난이었다.

비단 민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은 거대한 딸기를 두 손으로 쥐고 먹었다며 수년간 조롱에 시달렸고 그 이전에는 수많은 여자 아이돌들이 너무 많이 먹는다, 너무 적게 먹는다 등 '먹는 행위' 자체로 뭇매를 맞았다. 참다 못해 이를 반박하려 하면 "감히 '여자 아이돌'이 반기를 들어?"라는 회초리를 맞았다. 이는 약점 하나를 잡아 군림하려는 명백한 혐오와 괴롭힘이었다.

결국 민지는 일명 '칼국수 사과문'을 올렸다. 민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제 판단과는 다르게 더 많은 말들이 따라붙고 멤버들과의 사이까지 언급되며 이상한 오해를 받는게 일 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를 알게 모르게 괴롭혔던 것 같다"며 "답답한 마음에 해명을 했지만 너무 미숙한 태도로 실망시켜드린 점 스스로도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르는 것이 죄인가. 지속적인 괴롭힘에 그만해달라 호소하는 것이 죄인가. 소속사 어도어는 터무니 없는 조롱을 반복해서 듣는 민지를 보호해야 했건만 사과문을 올리게 뒀다. 사과문 이후 더해질 조롱보다 고소장을 빼드는 게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민지는 "이번 일을 휴가 중에 많이 고민해보겠다"고 약속했다. 2022년 데뷔해 2년간 국내외를 쉴 틈 없이 달려온 후 얻은 달콤한 휴가에도 칼국수를 떠올려야 한다.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