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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진 ‘고려거란전쟁’, 원작자 VS 제작진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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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룩진 ‘고려거란전쟁’, 원작자 VS 제작진 팽팽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4.01.24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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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고려거란전쟁'을 둘러싼 원작자와 KBS의 갈등이 깊어졌다.

'고려거란전기'를 쓴 길승수 작가는 23일 "오늘 KBS에서 해명 보도를 냈더라. 웃기지도 않는다"고 KBS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 제작진을 향한 날선 비판을 보냈다.

'고려거란전쟁'과 '고려거란전기'의 상관관계를 부정한 제작진에 일침을 가한 것. 앞서 '고려거란전쟁' 측은 길승수 작가의 원작네 대해 2022년 상반기 판권을 획득하고 자문 계약을 맺은 뒤 현종을 주인공으로 한 거란과의 10년 전쟁을 드라마화한다는 기획 아래 원작을 "참고만 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진=KBS 제공]
[사진=KBS 제공]

이보다 먼저 지난 14일 방송된 '고려거란전쟁' 16회를 통해 분쟁 불씨가 불거졌다. 해당 방송에서는 현종(김동준 분)이 강감찬(최수종 분)을 파직하고 그가 올린 김은부(조승연 분) 탄핵 상소에 분노하다 낙마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시청자는 현종의 어리숙한 모습과 왜곡된 역사에 의문을 가졌고 길승수 작가 역시 "낙마 장면안 원작 내용에 없다. 대본 작가가 일부러 원작을 피해 자기 작품을 쓰려다 보니 그 안에 있는 역사까지 피하고 있다. 이런 사람이 공영방송 KBS에서 대하사극을 쓴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고려거란전쟁' 대본 작가가 교체된 부분도 지적했다. 그는 "역사적 사실을 충분히 숙지하고 자문도 충분히 받고 대본을 썼어야 했는데 숙지가 충분히 안 되었다고 본다"며 "저도 대본 작가가 교체된 다음에는 전투신 외에는 제 자문을 받지 않아서 내부 사정을 정확히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KBS 측은 길승수 작가의 폭로에 곧바로 반박했다. 연출을 맡은 전우성 감독은 이정우 작가가 대본 집필에 참여하며 거듭 자문을 요청했지만 길성수 작가가 자신의 작품과 방향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사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드라마 자문 경험이 풍부한 조경란 박사를 중심으로 자문팀을 새롭게 꾸렸다고 알렸다.

이정우 작가는 "드라마 작가가 된 후 원작 소설을 검토했으나 저와는 방향성이 맞지 않는다는 판단를 내렸고 처음부터 이야기를 다시 설계했다"며 "처음부터 별개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사실 원작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런데도 원작 소설가가 '16회까지는 원작의 테두리에 있었으나 17회부터 그것을 벗어나 이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의 자질을 의심한 길승수 작가에게 "도를 넘은 행동"이라고 비판하며 "그런 식이라면 저도 얼마든지 원작 소설을 평가하고 그 작가의 자질을 비난할 수 있지만, 제가 그러지 않는 것은 타인의 노고에 대한 당연한 존중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제가 굳이 이런 입장을 밝히는 이유는, 이 드라마에 대해서는 영광도 오욕도 모두 제가 책임질 부분이기 때문이디. 잘못된 정보들이 진실로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사진=KBS 제공]
[사진=KBS 제공]

제작진의 입장이 밝혀진 후 갈등의 골이 더욱 심화됐다. 길승수 작가는 "제가 자문을 거절했다고요?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다"고 날카롭게 반박했고 이정우 작가 교체 이후 자신을 보조 작가 취급한 '고려거란전쟁'의 태도를 짚었다.

전우성 감독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나올 필요가 없다며 길승수 작가의 자문 의지를 꺾고 다른 자문가를 구하겠다고 통보했다는 것. 이에 자문가를 추천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길승수 작가는 "지금이라도 사태를 거짓으로 덮으려고 하지 말고 '대하사극인데 역사적 맥락을 살리지 못한 것을 사과하고 앞으로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하는 게 최선이 아닐까"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제가 2022년 6월 경 처음 참여했을 때 확실히 제 소설과 다른 방향성이 있더라. 그 방향성은 천추태후가 메인 빌런이 되어서 현종과 대립하며 거란의 침공도 불러들이는 스토리였다"며 "화들짝 놀라서 전작 드라마 '천추태후'도 있는데, 그런 역사왜곡의 방향으로 가면 '조선구마사' 사태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천추태후는 포기되었는데 결국 그 이야기가 어느 정도 살아남았더라. 원정왕후를 통해서"라고 주장했다.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기획으로 제작된 '고려거란전쟁'은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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