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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해준의 스포츠 멘탈코칭] 스키점프 국가대표가 두려움을 이겨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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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해준의 스포츠 멘탈코칭] 스키점프 국가대표가 두려움을 이겨내는 법
  • 소해준 칼럼니스트
  • 승인 2024.02.0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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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에게 꼭 필요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스포츠 멘탈코칭’ 전문가 소해준입니다. 저는 국가대표 선수들부터 유소년까지 다양한 종목의 다양한 선수들을 만나며 그들의 멘탈 및 심리적 성장을 돕는 일을 합니다. 본 칼럼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스포츠 멘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내용 또한 제가 선수들에게 직접 들은 답변만을 싣고 있습니다. 오늘도 대한민국 선수들의 멘탈 강화를 응원합니다! [편집자 주]

[스포츠Q(큐) 소해준 칼럼니스트]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가 지난 1일 막을 내렸다. 올림피언을 꿈꾸는 78개국 1800여 꿈나무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한 스포츠이벤트였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번 대회 7개 경기 15개 종목 중 하나였던 스키점프를 다뤄보려 한다. 지난달 20일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에서 열린 노멀힐 개인전에서 양승찬이 21위, 장선웅이 23위에 각각 자리했다. 

아직 국내에선 생소한 이 종목을 끌어올리기 위해 애쓰는 인물이 김현기 스키점프 국가대표 감독이다. 한국 스키점프의 역사이기도 한 그의 주요이력은 다음과 같다.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 시절의 김현기 감독[사진=본인 제공]
김현기 감독의 현역 시절. [사진=본인 제공]

김현기 현 국가대표 스키점프 감독

- 1998 나가노~2018 평창올림픽 국가대표 (총 6회 국내 최다출전 타이기록)
- 2017 제8회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스키점프 남자 라지힐 단체전 동메달
- 2011 제7회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 스키점프 남자 라지힐 단체전 동메달
- 2009 평창 국제스키연맹 대륙간컵 스키점프대회 남자 K-125 개인전 금메달
- 2009 평창 국제스키연맹 대륙간컵 스키점프대회 남자 K-98 개인전 은메달
- 2009 제24회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 스키점프 남자 K-90 단체전 금메달
- 2009 제24회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 스키점프 남자 K-125 개인전 은메달
- 2009 제24회 하얼빈 동계유니버시아드 스키점프 남자 K-90 개인전 금메달
- 2003 제5회 아오모리 동계아시안게임 스키점프 남자 K-90 단체전 금메달
- 2003 제21회 타르비시오 동계 유니버시아드 금메달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 시절의 김현기 감독[사진=본인 제공]
김현기 감독의 현역 시절. [사진=본인 제공]

스키점프에선 소수만 4년에 한 번 열리는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 앞선 2년간의 대회 성적을 종합해 최종 65명만 초대받는다. 스키점프를 알아보고자 종목의 매력이 무엇인지 물었다. 김현기 감독의 답변이다.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라이트 형제가 첫 비행에 성공했고, 현재는 모두가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여행합니다. 심지어 우주로도 가죠. 스키점프는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는 매력적인 스포츠입니다. 동력을 이용하지 않고 인간의 양발에 묶인 스키를 이용해 추진력을 얻어 하늘을 납니다. 선수가 홀로 120m를 약 3초 동안 날며 끝내는 경기가 스키점프입니다. 정말 짜릿하죠? 더 높게, 멀리, 빠르게 날고 싶은 욕망을 표출하는 스포츠죠. 동시에 스타디움에선 3만명의 관중이 오롯이 나의 점프에 집중하고 환호합니다.”

스키점프는 아주 짧은 시간 내 단 두 번의 점프로 순위가 갈린다. 따라서 선수의 아주 작은 실수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김현기 감독은 "집중력이나 긴장감 및 두려움에 대처하는 마음, 신체 능력 컨트롤은 몸이 아닌 멘탈에서 온다"고 설명한다. 

스키점프에서는 멘탈이 얼마나, 어떻게 중요할까?

스키점프를 보면 위험하고 무서워 보인다. 당연하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스키점프 선수에게는 높은 각성이 필수다. 종목마다 필요로 하는 각성 수준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스키점프에서는 각성이 높아야 부상위험도 줄고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

김현기 감독은 "현역 시절 좋은 성적을 냈을 때를 돌이켜보면 출발 신호등, 지도자의 신호 깃발만 보이고, 경기장의 수천수만 응원 소리나 도구 소리 등은 전혀 들리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그만큼 각성 수준과 집중력이 높았다는 의미다. 

물론 기질도 무시 못한다. 높은 곳이나 빠른 속도, 하늘을 나는 두려움, 부상에 대한 공포심 등이 선천적으로 적어야 유리하다.

그러나 김현기 감독은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선수가 의지를 갖고 반복 훈련하고, 멘탈코칭을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기질적 차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고 그 과정을 뛰어넘는 선수가 기질적으로 강한 선수를 이길 수 있다고 한다.

스승의 철학 덕분인지 제자들은 멘탈에 대한 생각이 정립돼 있다. 

(왼쪽부터) 스키점프 국가대표 장선웅, 양승찬 선수[사진=본인 제공]
장선웅(왼쪽), 양승찬. [사진=본인 제공]

양승찬은 "이번에는 ‘평소 하던대로 해보자!’라고 혼잣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앞으로 멘탈적으로 실전 때 조금 더 여유로운 마음이 생기길 바라기에 관리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선웅은 "이번에는 설령 내가 좀 못하더라도 긴장하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점프를 하고 오자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즐기자는 마음으로 임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멘탈을 관리하며 경기 때 긴장을 덜 하겠다. 포인트를 더 많이 따고, 앞으로 더 많은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기 감독은 2022년부터 과감하게 세대교체를 진행했고 양승찬, 장선웅이 선택받았다. 김현기 감독은 "이번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은 대한스키협회, 종목별위원회에게 보여주는 중간고사 같은 평가 시간이었다"며 "그래서 더 진지하게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 개인별 맞춤 지도는 물론이고 사비를 들여 선수들에게 스포츠 멘탈코칭까지 선물했다. 

“해외에선 어디서든 스키점프를 접할 수 있어요. 가까운 일본만 해도 그렇고 독일,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스위스, 폴란드 등 유럽에서는 스키점프가 겨울 시즌 많은 TV 채널에서 생방송으로 송출됩니다. 그래서 스키점프 선수를 꿈꾸는 어린이들도 많죠. 선수로서 성공은 일본, 유럽에서는 큰 명예입니다. 부도 얻을 수 있죠.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종목입니다. 시작했다가 그만두는 경우들도 많고요. 저는 사랑하는 제자들이 스스로 자랑스러울 수 있는 선수로 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을 노력할 것입니다.”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단[사진=본인 제공]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단[사진=본인 제공]

필자는 여러 종목, 여러 선수들의 멘탈을 지도해봤다. 그런데 이렇게 지도자를 통해 멘탈관리를 접하는 선수들은 극히 드물다. 남다른 철학을 갖고 있는 김현기 감독 그리고 원대한 꿈을 꾸고 지도자를 잘 따르는 두 선수가 큰 무대에서 활약하는 날이 오길 응원한다.

 

소해준 멘탈코치

- 중앙대학교 스포츠운동 심리 및 상담 박사수료
- 한국멘탈코칭센터 대표 멘탈코치
- 한국스포츠멘탈코치협회 협회장
- 2019 K리그 전남드래곤즈 축구팀 멘탈코치
- 2020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전임감독 필수교육 멘탈코칭 강사
- 2021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능력개발 교육 멘탈코칭 강사
- 2021 대한체육회 스포츠멘토링 스포츠심리 멘토
- 2021~2022 부천하나원큐 농구팀 멘탈코치
- 2023 전남도청 근대5종팀 멘탈코치
- 2023~2024 포스코인터내셔널 탁구단 멘탈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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