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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골' 조규성, 비판에 스스로에 더 집중했다 [아시안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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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골' 조규성, 비판에 스스로에 더 집중했다 [아시안컵]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4.01.31 1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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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솔직히 크게 마음고생을 안 해서 똑같아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아시안컵 16강전 영웅 조규성(미트윌란)은 경기 뒤 ‘마음 고생했을 것 같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조규성은 3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와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0-1로 뒤진 후반 추가 시간 9분께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김태환(전북 현대)이 오른편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설영우(울산 HD)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헤더로 올려주자 문전에 있던 조규성이 그대로 헤더로 골문을 열었다.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에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조규성이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별리그 1~3차전에서 골은커녕 유효슈팅 1개에 그쳤던 조규성의 극적인 한 방이었다. 연장 추가시간 종료 1분 전에 터진 조규성의 ‘극장골’(극적인 골을 넣었다는 표현)에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간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사우디를 4-2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조규성은 승부차기에서 3번째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득점을 성공했다.

사실 조규성은 마음고생 했을 법도 했다. 조별리그에 부진하자 일부 팬들은 조규성의 인스타그램을 찾아가 악플을 남겼다. 하필이면 아시안컵 때 쯤 과거에 녹화했던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방영돼 팬들은 ‘방송 말고 축구에 더 집중하라’ 내용의 댓글을 남겼다.

하지만 조규성은 스스로에 집중했다. 그는 “오히려 저한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서 좋았다”며 “바깥의 소음보다는 내면의 저 자신에게 집중하려다 보니까 집중되고 좋았다”고 했다.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에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넣은 조규성이 손흥민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에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넣은 조규성이 손흥민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조규성의 골은 여러 의미가 있었다. 지난 9월 사우디와의 평가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에게 6경기 만에 첫 승을 안겼다. 사우디전 2연속 득점의 주인공이 된 것.

사우디전이 열린 에듀케이션 시티 경기장은 조규성에게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이다. 조규성은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때 이곳에서 열린 가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헤딩으로 2골을 터뜨렸다. 그때까지만 해도 주전이 아니었던 그는 이 경기를 계기로 스타덤에 올랐다.

조규성은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나가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우승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했다.

팀 동료 황인범(FK 츠르베나 즈베즈다)은 조규성을 치켜세웠다. 그는 "내가 만약 규성이처럼 공격수였다면 정말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오늘 그렇게 중요한 순간에 역할을 해줬다는 게 정말 대견하고 멋있다"며 "많은 팬분도 규성이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 같다"고 했다.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에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설영우가 크로스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에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설영우가 크로스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규성의 득점을 도운 설영우는 “오늘 경기에서는 위축되지 않았고 계속 찬스가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계속 제가 집중적으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규성이 형을 본 건 맞는데 제가 그렇게 정확하게 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 못 했는데 운이 좋았다”고 했다.

설영우는 “예선을 치르면서 저뿐 아니라 많은 선수가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생각하는데 유독 저랑 규성이형이 가장 힘들었다 생각하는데 이래서 죽으란 법은 없나 보다”며 웃었다.

선수들은 이날 연장까지 모두 치르는 혈투에도 우승을 향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이날 승부차기에서 4번 키커로 나서 한국의 8강 진출을 확정짓는 골을 터뜨린 황희찬(울버햄튼 원더러스)은 “국가대표로서, 프로선수로서 토너먼트에서 그리고 A매치에서 이기는 게 너무 자랑스럽고 행복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일단 너무 기쁘지만 우리의 목표는 우승이기 때문에 이제 한 스텝 다가섰다고 생각한다"며 "더 큰 목표가 있는 만큼 앞으로 남은 경기 잘 준비해야 한다. 오늘처럼 다 같이 골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는 모습이 한국 팀의 참모습이다. 선발과 교체는 물론 모든 선수단을 칭찬하고 싶다"고 했다.

120분을 모두 뛰며 날카로운 크로스를 선보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은 ”아시안컵에서 쉬운 경기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고, 예상했던 경기였다"고 했다. 이어 "마지막까지 경기를 뛴 선수나 뛰지 않은 선수나 코칭스태프까지 모두 한마음이 됐기 때문에 승리한 것 같다"고 했다.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에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이강인과 사우디아라비아 아이만 야히아가 볼경합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에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기. 이강인과 사우디아라비아 아이만 야히아가 볼경합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승리로 한국은 내달 3일 오전 0시 30분 호주와 8강전을 치른다. 호주는 16강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끈 인도네시아를 4-0으로 격파하고 8강에 올랐다.

한편, 아시안컵 중계는 tvN과 tvN스포츠, 쿠팡플레이, 티빙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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