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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보여준 ‘리더의 자세’ [아시안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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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이 보여준 ‘리더의 자세’ [아시안컵]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4.02.05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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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손흥민(32·토트넘 훗스퍼)은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8강전에서 2-1로 이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많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관심을 받는데 오늘만큼은 벤치에서 경기를 못 한, 그라운드에 들어가지 못한 선수들에게 조금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호주전에서 선발 11명과 교체 투입된 6명 등 17명이 경기에 투입됐다. 이들을 제외한 미드필더 문선민(전북 현대), 이순민(대전하나시티즌), 정우영(VfB 슈투트가르트), 수비수 김주성(FC서울), 김지수(브렌트포드), 김진수(전북), 이기제(수원 삼성), 송범근(쇼난 벨마레)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손흥민이 준비 운동을 마친 뒤 론도 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손흥민이 준비 운동을 마친 뒤 론도 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에 직접 나서지 못했지만 120분을 뜨겁게 응원한 동료들을 손흥민은 잊지 않고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것이다. 국가대표 주장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손흥민이 ‘월드클래스’로 불리는 이유는 절대 실력에만 있지 않다. 경기 외적으로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지난달 조별리그 E조 마지막 경기인 말레이시아전을 마친 후 취재진에 “선수들을 흔들지 말았으면 좋겠고, 보호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많은 팬이 온라인, 소셜 미디어에서 조금 선 넘는 발언을 하는데, 옆에서 지켜보기가 안타깝다"며 “선수들을 조금만 더 아껴주셨으면 좋겠다. 기자 분들께 간곡히, 축구 팬들께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대표팀 손흥민, 김영권이 밝게 웃으며 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대표팀 손흥민, 김영권이 밝게 웃으며 훈련에 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시 조규성(미트윌란) 등 일부 선수들이 부진해 일부 팬과 언론으로부터 과도한 비난과 비판에 목소리를 낸 것이다.

당시 한국은 요르단, 말레이시아와 예상 외로 무승부를 거두면서 여론이 상당히 좋지 않을 때였다. 아무리 손흥민이 대단한 선수라도 그런 상황에서 말 꺼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평소 언론 앞에서 절제된 언어를 통해 자기 생각을 신중하게 밝혀온 손흥민의 스타일이 빛을 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을 앞둔 훈련에서는 팀 분위기를 올리기 위해 직접 ‘몸 개그’를 펼치기도 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도 올 시즌부터 주장을 맡고 있는 손흥민은 지난해 9월에는 셰필드 유나이티드전을 마치고 이날 동점골을 터뜨린 히샬리송의 기를 세워주는 모습이 포착돼 찬사를 받았다.

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손흥민이 훈련 준비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에글라 훈련장에서 손흥민이 훈련 준비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시 히샬리송이 부진에 빠져 있었는데,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의 히샬리송의 등을 떠밀어 다른 선수보다 앞에 서게 했다. 팬들에게 더 많은 축하를 받으라는 의미였다. 등을 떠민 작은 행동이 아주 컸다.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동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먼저 행동으로 품격을 보여주는 손흥민의 행동은 결코 쉽지 않다. 좋은 리더에 대한 갈망이 큰 대한민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금리 고물가에 경제 위기가 닥친 상황 속에 특히 정치계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책 대결보다는 공천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정치의 극단화는 양극으로 분리된 한국 사회를 보는 것 같아 쓸쓸하기만 하다. 이럴 때 일수록 좋은 리더가 필요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손흥민만 봐도 리더의 자세가 무엇인지 인지할 수 있다.

호주전을 마치고 도핑 테스트를 한 뒤 검사실에 널브러진 수건과 남은 간식, 물병을 치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화제다. 김민재는 호주전에서 풀타임을 뛰었고 소변과 피검사를 끝내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한다.

현장에 있던 이재철 대표팀 매니저는 "김민재에게 라커룸 청소해 주는 분들이 있다고, 얼른 씻고 가서 밥 먹자고 말했는데 계속 청소하더라"라며 "김민재가 여기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 먹은 거 치우지도 않고 갔다고 말하고 다닐 수도 있는데, 조금만 치우고 가자고, 외국 나와서 그런 소리 들을 필요 없지 않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좋은 선배 아래 좋은 후배가 있는 법이다.

한편, 한국은 7일 0시 요르단과 아시안컵 4강전을 치른다. 아시안컵 중계 방송은 tvN과 tvN스포츠, 쿠팡플레이, 티빙에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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