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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웡카' 속 티모시 초콜릿, 직접 먹어본 맛은? [인터뷰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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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웡카' 속 티모시 초콜릿, 직접 먹어본 맛은? [인터뷰Q]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4.02.13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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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웡카'(감독 폴 킹)를 관람한 관객이라면 영화가 끝난 뒤 편의점 혹은 마트를 들려 달콤한 초콜릿 하나를 구매하는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특별한 먹방 장면이 없는데도 평소 초콜릿을 즐기지 않는 이들마저 '움파룸파 송'에 홀리기라도 한 듯 군침이 돈다.

영화 속 환상적인 모양의 초콜릿은 섭취가 가능한 '진짜 초콜릿'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은바. '웡카' 개봉을 기념해 쇼콜라티에들이 한 땀 한 땀 제작한 날개를 단 '두둥실 초코', 구름 모양의 '그름 뒤 한줄기 빛', 극중 기린 우유를 사용한 '기린 우유 마카롱' 등이 공개되기도 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지 않던가. 눈으로 보기만 했을 뿐인데 그 맛이 입 안에 맴도는 기분이다.

달콤할까? 씁쓸할까? 과일 맛이 나지는 않을까? 관객 저마다의 상상 주석이 달린 초콜릿을 직접 먹어 본 정정훈 촬영감독은 "팔아도 될 정도로 맛있다"고 경험한 자의 즐거움을 나눴다.

영화 '웡카'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웡카'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그는 "촬영이 끝나면 하나둘씩 모여서 먹었다. 당뇨 수치가 있어서 생각보다 많이 먹지는 못해서 아쉽다"는 재치 넘치는 후기를 전하며 "먹지 말고 보관했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초콜릿 장인분들이 만드신 거라 공이 많이 들었다더라. 만약 판매한다면 공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타산이 안 맞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1일 개봉해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웡카'는 어린이 필독서인 로알드 달의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 뒷이야기를 그려내 주목받았다. 또한 할리우드 최고 주가를 달리는 티모시 샬라메가 청년 웡카 역을 맡아 국내 관객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할리우드에서 맹활약 중인 정정훈 촬영감독이 카메라를 잡았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박쥐'(2009), '스토커'(2013), '아가씨'(2016) 등을 촬영하며 한국영화를 해외에 알리는 데 큰 공을 세운 정정훈 촬영감독은 할리우드 진출 1세대 촬영감독으로 한국 최초 미국촬영감독협회(ASC) 정식 회원에 선정됐다. 최근에는 '오비완 케노비'를 통해 북미 최고 프랜차이즈 '스타워즈' 시리즈 사상 첫 한국인 촬영감독으로 나서 화제를 모았다. 

영화 '웡카'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웡카'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웡카'의 초콜릿 판타지를 구현한 정정훈 촬영감독은 참여 계기에 대해 "가족들이 다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며 "시나리오를 받고 고민하고 있을 때 '언차티드' 루벤 플레셔 감독이 집에 놀러와 '무슨 작품을 보고 있냐고' 물어 '웡카'를 보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선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아이들이 잠들기 전 많이들 읽어주는 이야기라고 하더라. 그가 자기 딸들을 위해서 '웡카'를 찍어달라고 해서 찍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은 자녀들이 처음으로 극장에서 본 자신의 작품이라고. 그는 "너무 좋아하더라. 꼬마 아이들이 영화 속에 나오는 노래를 부르고 다니면서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했다. 가족들이 함께 보기 좋은 영화였다"고 아버지로서 느낀 뿌듯함을 공유했다.

◆ 정정훈 촬영감독이 바라본 '초콜릿 매직'

정정훈 촬영감독의 필모그래피에 뮤지컬 장르가 더해지는 것은 처음. 그는 "이런 영화들은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누가 뭐라하지 않는다"며 "가끔 촬영만 보이거나 조명만 화려하고 이야기는 동떨어진 영화들이 있는데 '웡카'는 관객들이 모든 요소를 느낄 수 있게끔 촬영하려고 했다. 여러 스타일을 넘나들어도 자연스럽게 전환되길 바랐다. 모든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중점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웡카'는 뮤지컬이라고는 하지만 드라마가 주된 영화에 노래를 부른 신이 있는 정도다. 노래가 나올 때 카메라 움직임이 달라지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 평소 찍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가장 좋아하는 장면으로 웡카가 자신의 초콜릿 가게를 오픈하는 신을 꼽고 "그 이후 벌어지는 신들이 '웡카'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장면들"이라고 이야기했다.

영화 '웡카'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웡카'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팀 버튼 감독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두 작품 모두 원작에서 나온 가지라 동일 선상에 있겠지만 연결성은 없다. 폴 킹 감독의 비전이 확실했기 때문에 해당 영화를 신경 쓸 필요가 없었고 그가 만드는 영화에만 집중하면 됐다. 현장에서도 굳이 차별성을 두려고 하지 않았고 '웡카'가 가진 이야기를 어떻게 관객들과 동화될 수 있게 전달할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웡카를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는 배우다. 단순 피사체가 아니라 어느 각도에서 잡냐에 따라 수천가지 표정이 나오는 오묘한 배우"라며 "오히려 제가 운이 좋았다. 평소대로 찍었을 뿐인데 촬영을 잘한 것처럼 보였다"고 대답했다.

"티모시 샬라메는 절대적인 존재감을 가진 핫한 배우이지만 현장에서는 소탈해요. 촬영 당시 아침저녁으로 서로 껴안고 인사하곤 했는데 그걸 부러워 하는 지인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장난 삼아 '오늘은 티모시가 와서 인사했어.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 자랑하기도 했죠.(웃음) 주변 지인들이 말하는 티모시 샬라메의 이야기를 들으면 제가 그의 옆에서 일하고 있는 게 현실감이 없었어요. 그는 제가 본 배우 중 가장 털털하고 열심히 하는 배우예요. '단순히 잘생겨서 핫한 배우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죠."

정정훈 촬영감독. [사진=Matt Kennedy,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정정훈 촬영감독. [사진=Matt Kennedy,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 할리우드 진출 10년, 한국인 촬영감독으로 '살아남다'

10년째 할리우드에서 촬영감독으로 활동 중인 그는 "10년이라는 세월을 어떻게 버텼는지 믿기지 않는다. '신세계'(2013)가 끝나고 아무 계획 없이 미국으로 넘어왔다. 3년만 고생하고 노력하고 시도해 보자 했는데 그 시간이 10년이 됐다"며 "앞으로의 10년이 중요하지 않을까. 미국촬영감독협회 회원 선정으로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니게 된 점만 달라졌지 체감상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과거와 오늘을 돌아봤다.

그는 "할리우드에서는 아직도 살아남아야 하는 입장이다. 한국은 서로 다 아는 사이니까 비교적 촬영이 쉽게 진행되는 반면 여기서는 아직도 잡 인터뷰를 보는 사람 중 한 명이고, 선택받아야 하는 사람 중 한 명이라 (한국과는) 경쟁 면에서 다른 것 같다. 어느 쪽이 편한지는 모르겠다. 할리우드 영화, 한국영화 구분 없이 다 긴장감과 편안함이 공존한다"고 말했다.

"미국으로 넘어갈 때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한국에서 자리 잡고 있는데 왜 굳이 미국까지 가서 아무런 기약 없는 도전을 하냐고. 지금은 그런 걱정이 많이 없어졌어요."

"가끔 소셜미디어를 보다 보면 일반 관객분들이 '왜 정정훈은 이 작품을 했을까. 이상하다'라고 하실 때가 있다"고 말한 정정훈 촬영감독은 "본인들이 기대한 작품을 안 하니까 그 부분에 대한 걱정과 불만이 있으신 것 같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좋은 영화, 나쁜 영화 구분 없이 모든 과정이 똑같다. 실망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아직도 공부하고 시도하는 단계라 멀리 보면서 제 길을 걷고 있다"고 소신을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63년 만의 할리우드 최대 파업을 경험하기도 했다. 미국 작가-배우·방송인 조합 파업 선언에 수많은 작품이 촬영과 개봉을 미뤘다. '웡카' 역시 파업 영향을 받고 개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정정훈 촬영감독은 파업으로 인해 생계까지 위협받았다고. 그는 "모두가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시작한 파업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생계까지 위협받을 정도로 심각했다. 파업이 끝난 지금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부수적인 영화 사업체들이 파업 여파로 직원을 줄이고 폐업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어서 올해 봄이 가장 힘들지 않을까 싶다"며 "파업의 필요성과 함께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노동자의 고민이 더해지니까 '내가 이렇게나 산업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구나' 싶더라. 앞으로 새로운 파업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놨다.

영화 '웡카'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영화 '웡카'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웡카'는 미국 내에서 파업 종료 후 개봉한 첫 상업 영화로 이목을 끌며 북미 누적 수익 2억112만달러(한화 2692억원) 및 글로벌 누적 수익 5억7172만달러(한화 7652억원) 달성했다. 이는 티모시 샬라메의 대표작 '듄'(4억202만달러)를 뛰어넘는 기록으로 출연작 중 역대 최고 흥행작에 해당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파업을 거친 미국은 업계인, 관객 모두가 참여한 '극장 관람 운동'으로 침체기를 돌파하고 있다. 이는 '서울의 봄' 흥행 이후에도 극심한 정체기를 겪고 있는 한국 극장가와 다른 모습이다.

정정훈 촬영감독은 "현재 할리우드는 '오직 극장에서만 볼 수 있다'는 광고 문구를 내세우고 있다. OTT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말고 극장에서 보길 원하는 운동들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그 덕인지 '웡카'는 극장에서 본 관객이 많다"며 "최근 미국에서 '올드보이' 20주년 기념 상영전이 열려서 극장에 갔는데 상영 기간 막바지쯤 갔는데도 극장 안에 사람이 많더라. 이런 움직임이 한국에서도 일어나야 하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영화 작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 때마다 한국영화와 할리우드 영화의 차이점을 질문받는데 저 또한 궁금하다. 10년 동안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어떻게 도움 될지도 궁금하다. 처음 영화를 시작한 곳이 한국이었고 손발이 맞는 팀이 다시 모였을 때 어떤 재미있는 작업이 벌어질까 항상 기대하고 있다. 올해가 될 수도 있고 3년 뒤가 될 수도 있을 거다.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좋은 한국영화가 있다면 찍고 싶다"고 알렸다.

'웡카'는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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