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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농담으로' 감독 제의했는데, 정몽규 말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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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스만 '농담으로' 감독 제의했는데, 정몽규 말과 다르다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4.02.2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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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2022 FIFA(국제축구연맹·피파) 카타르 월드컵 기간 중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을 만났다. 한국이 당시 16강전에서 브라질에 1-4로 지고 파울루 벤투 당시 대표팀 감독이 사임을 발표한 뒤였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FIFA 기술연구그룹(TSG) 소속으로 월드컵에 참여했다. VIP석에서 정몽규 회장을 만난 그는 “몽규, 만나서 반가워요”라고 인사를 건넨 뒤 “감독을 찾고 있나요?”라고 물었다. 농담으로다. 하지만 정몽규 회장의 표정은 완전히 굳었고 "진심이냐?"고 물었다.

이 내용은 지난달 21일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보도한 클린스만 전 감독의 인터뷰다. 클린스만 감독이 먼저 감독직을 제의했다는 게 사실이면, 정당한 절차를 거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다는 정몽규 회장의 발언과는 반대가 된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전 감독.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전 감독.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정몽규 회장은 지난 16일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발표하며 사퇴 의사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해가 있다”고 했다. 그는 감독 선임 절차에 대해 “벤투 감독 선임 때와 똑같은 프로세스(과정)였다”며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하면서 (처음) 61명에서 23명, 이후 최종 5명 후보에서 우선순위를 정했다. 그들을 인터뷰하고 우선순위 1번과 2번을 정해 2차 면접을 진행했고 최종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으로 결정했다”고 말한 바 있다.

슈피겔에 따르면, 클린스만 전 감독과 정몽규 회장은 VIP석에서 만난 다음 날 도하에 있는 한 호텔에서 커피를 마셨다. 클린스만 감독은 정몽규 회장에게 “스트레스받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오랫동안 알고 지냈기 때문에 말해 본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몇 주 뒤에 정몽규 회장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관심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피겔은 “클린스만은 이게 모든 일이 농담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슈피겔은 이 문단 위에 부제로 ‘우연히 취직(Ein Job durch Zufall)’이라고 달았다.

슈피겔은 클린스만 감독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생기면 정몽규 회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이후 만났다고 한다. 클린스만 감독의 숙소는 용산역 부근의 한 호텔이었는데 파주 NFC(축구국가대표훈련센터)에서 고속도로로 운전해서 갈 수 있는데다 정몽규 회장의 사무실이 ‘5분 거리’에 있어 이곳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HDC현대산업개발 본사가 용산역에 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진행된 축구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을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진행된 축구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을 마친 뒤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재택근무와 관련해서도 자기 생각을 밝혔다. 그는 대표팀 경기가 없을 때는 국내 머물기보다는 자택이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근무하는 걸 선호했다. 아시안컵을 마치고 국내 귀국 후에도 불과 이틀 후 캘리포니아로 출국했다. 15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는 화상으로 참석했고 16일 전화로 경질을 통보받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인터뷰에서 “내 노트북은 내 사무실”이라며 “나는 날아다니고, 여행하고, 가끔 유럽에서 선수를 찾고, 열흘 동안 캘리포니아에 있는, 집에 머무는 새일 뿐”이라고 했다.

슈피겔은 “한국 최고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유럽에서 뛰었다. 하지만 전통적인 한국 언론은 국가대표 감독이 한국에 거주해야 한다고 믿는다. 클린스만이 며칠 동안 나타나지 않으면 그들은 ‘어디에 있느냐’고 물어본다”고 했다. 그러면 "다시 언론의 압박이 심해지고 축구협회 관계자는 클린스만 전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비행기가 언제 떠나느냐”고 불안한 질문을 했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지난해 9월 웨일스의 친선경기에서 0-0으로 비긴 뒤 아론 램지(카디프 시티)의 유니폼을 요구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1-0 승)을 마친 뒤 축구협회 관계자가 “우리와 함께 귀국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귀국해야 한다는 걸 이해 못했다고 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축구 대표팀 전 감독. [사진=스포츠Q(큐) DB]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축구 대표팀 전 감독. [사진=스포츠Q(큐) DB]

축구협회 관계자가 “한국에서는 대표팀 감독과 코치가 귀국해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클린스만 전 감독에게 설명했다. 클린스만은 “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나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이미 독일에서 약속을 잡았으나 축구협회 관계자가 “지금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좋을 것 같다”고 말했고 클린스만 전 감독은 대표팀과 귀국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은 한국의 노래방 문화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노래방에서 저녁 시간을 보내는 건 한국의 약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생활의) 좋은 팁을 얻었다”며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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