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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의 희생, 위기의 한국 축구 ‘특급 소방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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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의 희생, 위기의 한국 축구 ‘특급 소방수’ 될까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4.02.28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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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임시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55) 감독의 선택은 희생에 가깝다. 오는 7월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는 U-23(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미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림픽 대표팀은 오는 4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2024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아시안컵에 출전한다. 이 대회에는 16개국이 참가하는데 3위 안에 들어야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낼 수 있다. 4위에 오를 경우 아프리카 국가와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치러서 이겨야 올림픽 진출이 가능하다. U-23 아시안컵까지는 불과 한 달 반가량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황선홍 감독은 성인 대표팀의 임시 사령탑을 맡아 오는 3월 21일(한국 홈)과 26일(태국 홈)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을 이끈다.

황선홍 감독. [사진=KFA 제공]
황선홍 감독. [사진=KFA 제공]

황선홍 감독은 27일 대한축구협회(KFA)를 통해 “대한민국 축구가 위기인데, 전력강화위원회에서 협조 요청이 왔을 때 고심이 많았는데 어려운 상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심 끝에 (사령탑직 수락을) 결정했다”며 “최선을 다해서 대한민국 축구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 예선까지 (기간이) 조금 촉박하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기존에 해왔던 방식대로 코치들과 긴밀하게 협의해서 예선 치르는데 부족함 없이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어 “대표팀도 잘 추슬러서 태국 2연전을 좋은 결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 한국 축구에 우려가 많은 데,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선홍 감독은 내달 11일 태국과의 2연전에 나설 명단을 발표하고 18일 선수들을 소집한다. 이 기간 올림픽 대표팀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는 친선 대회에 출전하는데 황선홍 감독 없이 코치진들이 이 경기를 지휘할 예정이다. 황선홍 감독으로서는 많은 것을 부담하고 성인 대표팀을 이끄는 것이다.

황선홍 감독. [사진=KFA 제공]
황선홍 감독. [사진=KFA 제공]

선수 시절 A매치 103경기에서 50골을 터뜨린 황선홍 감독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한국 축구 최고의 골잡이었다. 역대 한국 선수 A매치 득점 2위에 올라있다. 1위는 58골의 차범근이며 3위가 44골을 터뜨린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다. 황선홍 감독은 선수 시절 2002 FIFA(국제축구연맹·피파)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인 폴란드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리며 한국의 월드컵 사상 첫 승에 이바지했다. 임시지만 이제 자신이 헌신한 국가대표팀의 수장으로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이미 황선홍 감독은 지난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국가대표와 올림픽 대표팀을 겸직한 사례는 황선홍 감독이 역대 3번째다. 허정무 전 감독 감독이 1999년 1월부터 2000년 9월까지 국가대표팀과 시드니 올림픽대표팀을 이끈 바 있다. 이어 핌 베어벡 전 감독이 2006년 7월부터 2007년 8월까지 대표팀과 도하 아시안게임 대표팀 및 베이징 올림픽 예선 대표팀을 이끌었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이 누구를 선발할지 관심을 쏠린다. 특히 2023 AFC 아시안컵 도중 손흥민과 다툼을 벌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을 소집할지 뜨거운 관심사다.

이강인과 황선홍 감독. [사진=KFA 제공]
이강인과 황선홍 감독. [사진=KFA 제공]

이강인은 최근 영국 런던으로 직접 가 손흥민에게 사과했다. 당시 손흥민은 “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저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며 “저도 어릴 때 실수도 많이 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적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좋은 선배님들의 따끔한 조언과 가르침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인이가 이런 잘못된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저희 모든 선수들이 대표팀 선배로서 또 주장으로서 강인이가 보다 좋은 사람,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특별히 보살펴 주겠다”고 화답했다.

둘 사이의 마찰은 봉합됐지만 다툼의 원인이 된 이강인의 선발은 또 다른 문제다. 정몽규 KFA 회장은 “징계 사유에 대해서 조항을 살펴보니 (국가대표) 소집을 안 하는 징계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KFA는 징계보다는 선수들을 감싸면서 그쯤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기색이 뚜렷했다.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호흡을 맞추며 금메달을 따냈다. 누구보다 이강인에 대해 잘 아는 황선홍 감독이 3월 A매치에 이강인을 소집할 지 계속해서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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