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이승우뿐 아니라 K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에게 대표팀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망하지 말고 정진했으면 하는 바람이고요.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황선홍(56) 한국 축구대표팀 임시 감독은 11일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 나설 23명의 명단을 발표하며 이승우(26·수원FC)의 탈락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황선홍 감독의 이 짧은 한마디는 낯설게 다가왔다. 우리는 얼마 전까지 K리그에 관심을 두지 않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지휘봉 아래 있었기 때문이다.
위르겐 클린스만(60·독일) 한국대표팀 전 감독은 “대표팀 감독은 국제적인 활동을 해야 한다. K리그 감독이면 국내에 상주하겠지만, 대표팀 감독의 역할은 다르다. 어디에 있던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클린스만 체제에서 설영우(26·울산 HD)의 발탁이 있었지만 사실상 그 외에는 대표팀에 새 얼굴이 없었다. 매번 뽑힌 그 선수가, 또 뽑혀서 선발로 나가 친선 경기를 치렀다. 실험도 없고 전술도 없었다. 그 결과는 우리가 다 알듯이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전에서 체력 고갈에 시달렸고 요르단에 0-2로 졌다.
임시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은 달랐다. 부지런하게 K리그 현장을 누볐다. 지난달 27일 임시 감독으로 선임된 그는 이틀 뒤 마이클 김(한국명 김영민) 수석코치 등 태국전을 함께할 코칭스태프를 꾸렸다.
불과 하루 뒤인 지난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전북 현대-대전하나시티즌전을 관람했다. 이를 시작으로 2일에는 광주축구전용경기장(K리그1 광주FC-FC서울전),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AFC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울산 HD전), 9일 수원종합운동장(K리그1 인천유나이티드-수원FC전),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FC서울-인천유나이티드전)을 찾았다.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는 11일이 되기 전까지 이틀에 한 경기 꼴로 K리그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그 결과는 이번 대표팀 명단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아시안컵에 나섰던 선수 중 12명이 이번 태국 2연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황희찬(28·울버햄튼 원더러스) 등 부상이나 소속팀에서 일부 부진한 선수들이 빠졌지만 대대적인 변화임에 틀림없다.
그 자리를 메운 건 K리그 선수였다. K리그1에서 2번이나 득점왕에 오른 주민규(33·울산)가 긴 기다림 끝에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다. 역대 대표팀 최고령 신기록을 세웠다.
황선홍 감독은 주민규에 대해 "축구는 사실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지만 득점력은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3년간 리그에서 50골 이상 넣은 선수는 전무하다. 더 이상 설명 필요없다고 생각한다"고 확실한 믿음을 보냈다. 주민규는 최근 2021~2023시즌 총 56골을 넣었다.
10년차 수비수 이명재(31·울산)와 지난 시즌 영플레이어(신인상)에 선정된 정호연(24·광주FC)도 처음으로 태표팀에 승선했다.
수비수 권경원(32·수원FC)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 엄원상(25·울산)이 오랜만에 국가대표팀에 성인 복귀했다. 골키퍼 이창근(31·대전하나시티즌)이 3년 4개월여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황선홍 감독의 짧은 말 한 마디는 K리그 선수들에게 희망을 주는 든든함이었다. 실력이 있으면 누구든지 태극마크의 길이 열려있다는 뜻이다.
사실 대표팀에서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 이재성(32·FSV 마인츠05) 등 해외파의 비중이 많은 건 당연하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렇다 하더라도 감독은 꾸준히 새 얼굴을 등용하고 경쟁을 붙여야한다. 자연스럽게 팬들도 신선함을 느낀다.
지금은 해외파인 조규성(26·미트윌란)은 2019시즌 K리그2(2부) FC안양에서 프로에 데뷔해 2022시즌 전북 현대 소속으로 K리그1 득점왕에 올랐다. 2022 FIFA(국제축구연맹·피파) 카타르월드컵에서 2골을 터뜨리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해외 진출에도 성공했다.
세계적인 명문 구단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는 ‘철기둥’ 김민재(28)는 연세대 중퇴 후 가장 먼저 뛴 팀이 내셔널리그(3부) 경주 한국수력원자력이었다. 2017시즌 전북 현대를 통해 K리그1에 데뷔한 그는 대표팀 역사상 최고의 수비수로 성장했다.
이제 남은 건 발탁한 선수들이 보여줄 실력이다. 그 결과는 물론 중요할 것이고 이강인의 어수선한 상황 등을 정리해야 될 일들도 남아 있다.
하지만 대표팀 사령탑이, 그것도 임시 지휘봉을 잡은 감독이 K리그 현장을 열심히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지난 1년 동안 비정상이었던 것들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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