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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권 부담금 폐지→국고 연다는데... '영발기금' 향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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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권 부담금 폐지→국고 연다는데... '영발기금' 향한 우려
  • 나혜인 기자
  • 승인 2024.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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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영화 티켓값에 포함된 영화발전기금이 오는 2025년 사라진다. 2007년 첫 도입된 영화발전기금은 시한 갱신을 거쳐 2028년까지 영화 지원 사업 등에 사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약속된 시한을 다 채우지 않고 영화발전기금의 주 조달처인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은 시한이 종료되고 연장을 논의하는 시기가 다가올 때마다 멀티플렉스, 제작사 등 영화 관계자들의 폐지 요청이 잇따랐다. 기업과 개인이 부담하는 형식이 아닌 정부의 지원 즉, 국고를 조달해 한국영화 발전을 도모하자는 골자였다.

영화발전기금은 2007년 스크린쿼터 축소 대책 일환으로 조성됐다. 출범 초기 국고 2000억원을 투입한 후 영화관 입장권 가액의 3%(420~450원)에 해당하는 부과금을 징수했다. 영화관이 가져가야 할 수익의 1.5%와 제작사가 가져가야 할 수익의 1.5%가 영화발전기금에 사용된 셈이다. 이렇게 모인 기금은 독립·예술영화 제작 지원과 인력 양성, 영화제작 펀드 출자, 한국영화 해외진출 지원 등 한국영화 전반의 창작·제작·수출을 촉진하는 데 사용됐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사진=연합뉴스]
영화관 전경. [사진=연합뉴스]

올해는 넷플릭스·티빙 등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에도 기금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재차 논의했다. 재원을 확충하고 단순 스트리밍 서비스를 넘어 드라마·영화 제작업 큰 손이 된 OTT에 대한 업계 형평성을 개선하기 위함이다.

이와 같은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부터다. 앞서 영화발전기금은 팬데믹 직격타를 맞았다. 10여 년간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에 의존해 재원을 충당했지만 개봉 영화 및 관객 수 축소 사태를 겪고 고갈 상태에 달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부과금 수입은 545억원이었던 반면 2021년은 170억원으로 3분의 1가량이 줄어들었다. 지난해에는 잔여액이 40억원 밖에 되지 않았다. 하반기 '서울의 봄'의 흥행으로 완전 고갈은 면했지만 이와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1~2년 내 기금 창고가 텅 빌 전망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영화관 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영화발전기금의 추가적인 재원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에 치중된 현재의 조달 방식이라면 팬데믹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한국영화는 지난해 '범죄도시3', '서울의 봄', 올해 '파묘'와 같은 천만 영화의 등장으로 숨통을 튼 것처럼 비쳤다. 그러나 내부 사정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암흑기다. 눈에 띄는 성적을 낸 흥행작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고 약 3000만 관객을 모았던 여름 성수기는 명성을 잃었다. 명절 대목을 겨냥한 작품들 또한 흥행 참패 딱지와 함께 극장을 떠났다.

설상가상 올해는 영진위 정부 예산까지 축소됐다. 독립·예술영화 제작비 지원사업은 지난해 114억원에서 47억원이 줄어들었고, 영화제 지원사업은 50억원에서 24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이에 국내영화제가 입 모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밖에도 새로운 창작자를 발굴하는 지원사업 예산 대부분이 축소됐다. 영화 관계자들은 "현 정부는 한국영화 발전에 관심이 없다"고 호소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자유홀에서 열린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지난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영화관 관객에게 징수하던 입장권 가액 3%의 부과금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9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급격히 상승한 티켓 가격의 부담을 덜어 주겠다는 이유다.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내년 1월 1일부터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을 폐지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부과금 폐지가 실제 영화 관람료 인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영화관 관계자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물론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 폐지가 영화발전기금의 폐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체부는 기획재정부와 논의해 재원을 정부 예산으로 대체, 기금 운영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알렸다. 문체부의 해명에도 기금 완전 폐지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자 28일 다시 한번 지속 운영 의지를 확고하게 다졌다.

하지만 영화계 불안감은 그대로다. 대책 마련 없이 부담금 폐지를 결정했다는 목소리다. 실제로 문체부가 영화발전기금에 정부 예산을 얼마나, 어떻게 편성할지 명확하게 정해진 바 없다. 폐지가 실시되는 내년까지 9개월의 시간이 있지만 영진위 예산 축소로 인한 혼란이 여전해 영화발전기금 운영 방향을 신뢰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정부가 기금 운영 재원을 쥘 경우 예산 편성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작품은 지원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블랙리스트 사태를 겪은 영화계로서는 당혹감을 내비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 조달과 정부 지원이 함께가는 방식은 환영해도 정부 지원만 믿고 가는 방식은 마냥 긍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2의 '기생충'은 메마른 땅에서 홀로 자랄 수 없다. 비옥한 땅과 물, 비료 등으로 정성스레 가꿔야 한다. 영화발전기금에는 한국영화의 내일이 담겨있다. 전 세계가 한국영화에 주목하는 오늘, 보다 안정적인 재원과 지원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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