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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현대건설, 흥국생명전 수원 징크스 깼다 [V리그 챔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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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현대건설, 흥국생명전 수원 징크스 깼다 [V리그 챔프전]
  • 김진수 기자
  • 승인 2024.03.28 2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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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Q(큐) 김진수 기자] 2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하마터면 맥이 풀리는 경기가 될 뻔 했다. 1·2세트까지는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압도적인 공격력이었다. 흥국생명은 1·2세트를 50분 만에 따내면서 승기를 잡는 듯했다. 정규리그 1위팀 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뒤늦게 몸이 풀렸다.

1·2세트 범실만 13개를 범하며 흥국생명(3개)보다 크게 흔들렸지만 3세트 주포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의 공격력이 살아나면서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 3·4세트를 연거푸 따낸 현대건설은 기어코 5세트까지 거머쥐었다. 기적에 가까운 경기였다.

강성형 감독이 이끄는 현대건설은 이날 흥국생명에 세트스코어 3-2(18-25 14-25 25-20 25-20 16-14)으로 이겼다. 1·2세트를 내주고 3·4·5세트를 따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로써 현대건설은 52.9%의 챔프전 우승 확률을 잡았다.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역대 17번의 챔프전에서 1차전이 승리한 팀은 9번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챔프전 2차전은 오는 3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양효진이 2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도드람 2023~2024 V-리그(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챔피언결정전 1차전 경기에서 스파이크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양효진이 2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도드람 2023~2024 V-리그(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챔피언결정전 1차전 경기에서 스파이크를 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현대건설의 챔프전 승리는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2015~2016시즌 이후 8년만이다. 현대건설은 2019~2020, 2021~2022시즌에 정규리그 1위로 마치고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포스트시즌이 열리지 않아 챔프전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2위로 정규리그를 마쳤으나 플레이오프에서 3위 김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 시리즈를 내줘 챔프전에 오르지 못했다.

수원체육관을 가득 메운 3244명의 관중들 중 2세트까지만 하더라도 흥국생명을 응원하는 핑크빛 물결이 현대건설을 응원하는 노란 물결이 더 빛나보였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노란빛이 더 강렬해졌다. K리그1 수원FC 스트라이커 이승우(26)도 경기장을 찾아 현대건설 응원에 힘을 보탰다.

현대건설은 흥국생명전 수원 징크스를 깼다. 현대건설은 올 시즌 현대건설전에서 흥국생명에 2승 4패로 열세였다. 게다가 홈인 수원에서 한 번도 흥국생명을 이기지 못하고 3번 졌는데 챔피언결정전에서 마침내 지긋지긋했던 그 징크스를 깼다.

2세트까지만 하더라도 흥국생명의 일방적인 공격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6일 동안 대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와의 플레이오프 세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펼치면서 체력적인 열세가 예상됐으나 경기 양상은 180도 반대였다.

마르첼로 아본단자(이탈리아) 흥국생명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선수들이 체력적인 열세에도 계속해서 경기를 치렀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그걸 할 수 있는지 에너지가 받아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아본단자 감독의 이 말은 엄살에 가까웠다.

김연경-윌로우 존슨(등록명 존슨·미국)-레이나 토코쿠(등록명 레이나·일본)의 삼각 편대가 펄펄 날았다. 김연경은 팀 내 최다인 23득점(공격성공률 42.55%), 윌로우는 21득점(공격성공률 35.42%)으로 펄펄 날았다. 레이나는 20득점(공격성공률 34.78%)로 힘껏 도왔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선수들이 2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도드람 2023~2024 V-리그(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챔피언결정전 1차전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선수들이 2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도드람 2023~2024 V-리그(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챔피언결정전 1차전 경기에서 득점에 성공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스포츠Q(큐) 손힘찬 기자]

반면 지난 16일 광주 페퍼저축은행 AI 페퍼스와의 정규리그 최종전 이후 12일 만에 실전에 나선 현대건설은 좀처럼 동료들의 손발이 맞지 않았다. 2세트까지 범실이 13개로 흥국생명(3개)보다 10개나 많았다. 주포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가 2세트까지 9점에 묶이면서 공격마저 원활하게 돌지 않았다. 목 부상을 안고 있는 양효진이 2세트까지 7점으로 힘을 냈다.

반격에 나선 건 3세트. 모마가 살아나고 김연견과 고예림, 위파위 시통(등록명 위파위)의 리시브가 서서히 안정을 찾으면서였다. 현대건설은 3세트를 따내고 4세트에만 12득점 한 모마의 활약을 앞세워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 5세트. 현대건설은 13-14로 몰리면서 패배 직전까지 갔으나 모마의 서브득점과 윌로우의 범실이 나오면서 짜릿한 역전승을 따냈다.

모마는 양팀 통틀어 최다인 37득점(공격성공률 40.48%)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양효진은 블로킹 5개를 포함해 16득점(공격성공률 44.00%)로 도왔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경기 후 “초반에 경기력이 안 나와서 힘들었는데 후반에 갈수록 우리가 조금 더 (흥국생명보다) 많이 쉬었기 때문에 선수들이 끝까지 물고 늘어진 게 의미가 있다”며 “기선제압 했으니 좀 더 밀어붙이겠다”라고 말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세트스코어 2-0으로 이기고 있었는데 큰 기회를 놓쳤다. 5세트까지 간 건 괜찮은데 중요한 순간에 했던 선택이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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