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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개막전 안타, WBC 같았던 데뷔전 [M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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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개막전 안타, WBC 같았던 데뷔전 [MLB]
  • 민기홍 기자
  • 승인 2024.03.2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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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큐) 민기홍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일전 같은 메이저리그(MLB) 데뷔전을 치렀다. 6년 1억1300만달러(1523억원‧첫 해 연봉 700만달러) 거액 계약을 안긴 구단에 보답하려는 의지가 엿보인 첫 경기였다.

이정후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4 미국프로야구 MLB 정규리그 본토 개막전을 3타수 1안타 1타점으로 마쳤다. 리드오프라는 중책을 맡아 긴장감이 역력한 가운데 무난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이정후가 5회초 빅리그 첫 안타를 치고 더그아웃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이정후가 일본프로야구(NPB)에 진출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샌디에이고 선발이 우완 다르빗슈 유였고 4번째 타석에서 대결한 투수가 일본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좌완 계투 마쓰이 유키였기 때문이다. WBC, 프리미어12, 올림픽 같은 국가대항전 느낌이 난 까닭이다.

옅은 회색 유니폼을 입고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이정후의 첫 타석은 삼구삼진이었다. 정확도 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그가 수싸움에서 밀리면서 KBO리그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패스트볼 루킹삼진을 당했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선 적극성이 돋보였다. 3볼에서 배트를 냈고 결과는 1루수 라인드라이브.

5회초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들어선 세 번째 타석에서 고대하던 안타가 나왔다. 3-2 풀카운트 승부를 벌인 끝에 다르빗슈의 높은 싱커를 받아 쳐 중견수 앞에 떨어뜨렸다. 역대 5호 한국인 MLB 데뷔전 안타다. 이정후보다 앞서 MLB에 진출한 한국인 야수 11명 중 데뷔전에서 안타를 때린 이는 박병호(KT 위즈), 김현수(LG 트윈스), 황재균(KT), 배지환(피츠버그 파이리츠) 등 4명이다.

바로 다음 나온 견제사는 아쉬웠다. 이정후는 다음 타자 호르헤 솔레어 타석 때 2루로 뛰다 걸려 아웃됐다. 3볼 타격이나 견제사에서 첫 경기라서 가진 의욕을 읽을 수 있다.

이정후가 7회초 1사 2,3루에서 중견수 방면으로 뜬공을 날리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7회초 1사 1,3루에서 맞이한 네 번째 타석도 의미가 깊다. 위기를 막기 위해 샌디에이고가 마쓰이를 마운드에 올렸다. 폭투로 1사 2,3루로 상황이 바뀌었고 이정후는 높은 패스트볼을 중견수 플라이로 만들어 3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스코어가 3-2로 변해 결승 타점이 기대됐지만 샌프란시스코가 4-6으로 지면서 이는 없던 일이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정후는 "첫 안타보다 희생플라이가 더 기억난다"며 "투 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이었는데, 루킹삼진은 생각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존에 비슷하면 치자라고 생각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무난한 데뷔전으로 이정후는 스프링캠프에서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게 됐다. 시범경기 13경기 성적은 타율 0.343(35타수 12안타) 1홈런 5타점 5볼넷 OPS(출루율+장타율) 0.911이었다. 일본인 빅리거들의 수준 높은 공을 잘 보고 잘 치는 능력을 입증하면서 기대감을 키운 이정후다.

샌프란시스코 구단 공식 SNS 계정(X)은 이정후의 첫 안타 영상 그리고 '메이저리그 첫 안타'라는 한글 축하 메시지를 띄웠다. 영상에선 아들 이정후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본 이종범 코치가 안타 후 기립박수를 보내며 지인들에게 축하받는 장면도 함께 담겼다. 

이정후의 키움 히어로즈 선배인 김하성(29‧샌디에이고)도 이정후와 약속이나 한 듯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지난해 유틸리티 골드글러브를 탈 만큼 팀 내 입지가 탄탄한 그는 1볼넷 1득점도 축하, 서울시리즈 2연전에서의 7타수 무안타 부진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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