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여자축구, 최강 미국과 무승부 '13년 전 히딩크호 닮았다'
상태바
여자축구, 최강 미국과 무승부 '13년 전 히딩크호 닮았다'
  • 박상현 기자
  • 승인 2015.05.31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5경기 연속 무패 미국 맞아 압박 수비 성공…242번째 A매치 치른 웜바크도 지워

[스포츠Q 박상현 기자] 기대 이상이다. 마치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을 보는 듯하다. 평가전이라고는 하지만 세계 최강 미국을 상대로 무실점 무승부는 생각하지 못한 성과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다음달 캐나다 여자월드컵을 앞두고 마지막 공식 평가전에서 미국에 밀리지 않는 선전을 펼친 끝에 득점없이 비겼다.

여자대표팀은 31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뉴저지 레드불 아레나에서 벌어진 A매치 평가전에서 비록 골을 넣지 못했지만 통산 242번째 A매치를 치른 애비 웜바크와 시드니 르루를 앞세운 미국의 투톱을 완벽하게 막아내며 역대 미국과 아홉번째 A매치에서 두번째 무승부를 거뒀다.

한국은 앞선 미국과 여덟 차례 A매치에서 1무 7패를 기록했다. 단 한 번 비긴 것도 2008년 11월 5일 친선전에서 0-0 무승부였다. 그나마 가장 적은 점수차로 진 것이 2008년 11월 8일 0-1 패배였고 나머지 경기에서는 모두 2골 이상으로 패했다.

◆ 2년전 두차례 맞대결서 5골 내줬던 웜바크 봉쇄 '수비 자신감'

특히 2013년 6월 두 차례 맞대결에서도 1-4, 0-5로 패했다. 당시 한국은 9실점 가운데 5골을 모두 웜바크에 내줬다. 0-5로 졌을 당시 무려 4골을 내줬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미국은 월드컵 출정식을 겸해 열린 이날 경기에서 대승을 거두기 위해 웜바크와 르루를 동시에 내보내고 최정예 선수들을 스타팅으로 세웠지만 한국 선수들은 강한 압박으로 봉쇄했다.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선 한국은 지소연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하며 경기를 풀어갔다. 지소연은 허리까지 내려와 공을 받으며 1대1 또는 2대1 패스로 풀어가며 미국의 강한 수비를 뚫어내려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공격보다 더 뛰어났던 것은 수비였다. 미국은 전반 볼 점유율에서 56%로 앞섰지만 유효슛이 단 하나도 없었을 정도로 고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8위인 한국을 맞아 전반에 의외로 고전한 FIFA 랭킹 2위 미국은 후반 들어 공세를 강화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후반 초반에는 르루가 골문 정면에서 강한 슛으로 위협했지만 골키퍼 김정미가 선방으로 막아냈다.

◆ 이금민의 중거리슛, 홈 95경기 연속 무패 미국을 놀라게 하다

한국은 전반에 썼던 포백 대신 스리백으로 전환한 이후 수비와 허리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자주 미국의 빠른 공격을 허용했지만 심서연, 황보람 등이 중앙 수비에서 공을 걷어내며 좀처럼 슛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국은 경기 종료 직전 이금민의 기습적인 중거리 슛으로 미국 골키퍼 호프 솔로를 깜짝 놀라게 했지만 선방에 막혀 골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래도 미국전 무승부는 나름 의미가 있다. 웜바크와 르루는 브라질의 마르타와 함께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꼽힌다. 웜바크는 무려 242차례나 A매치를 치르고 182골을 넣은 최고 골게터다. 르루 역시 한국전 이전까지 A매치 70경기에서 35골을 넣은 골잡이다.

세계 최강을 상대로 무승부를 거두고 자신감을 얻은 것은 마치 13년 전 한국 축구대표팀을 연상케 한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었던 대표팀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압박 축구를 펼쳤고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프랑스 등 만만치 않은 강호를 상대로 한 월드컵 직전 평가전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현재 여자대표팀 역시 강한 체력과 압박을 주로 하고 있으며 세계 2위 미국과 경기에서 자신감이라는 소득을 얻었다. 더구나 미국은 2008년 11월 이후 홈에서 95경기 연속 무패(84승 11무)를 기록해왔다. 이런 미국을 상대로 팽팽하게 맞섰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미국의 연속 홈 무패를 96경기로 늘려줬 미국전 무승(2무 7패)은 깨지 못했지만 의미있는 선전이었다.

◆ 뛰어난 수비 조직력, 포백과 스리백 모두 합격점

윤덕여 감독은 무엇보다도 미국을 상대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은 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윤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을 상대로 그동안 우리가 훈련해왔던 것을 확인했다. 미국에 실점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비적인 부분에서 만족하고 선수들을 칭찬해주고 싶다"며 "전반에 포백, 후반에 스리백을 썼는데 전반에는 우리 수비라인이 미국과 같은 강팀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후반에는 훈련하고 준비한 것 이상으로 선수들 이해도가 뛰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2만6000명 이상의 관중이 꽉 들어찬데다 미국 입장에서는 출정식의 의미를 갖는 경기였기에 우리 선수들에게는 익숙치 않은 어려운 환경이었다"며 "그러나 초반 이를 잘 극복해냈고 후반에도 여러 어려움을 이겨냈다. 이렇게 어려움을 이겨내고 즐겨야만 월드컵에서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윤 감독은 "조소현이 중원에서 많은 활동량으로 팀에 보탬이 됐다. 다만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패스가 정확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전반 초반 박희영의 부상 아웃에 대해서 윤 감독은 "지난 러시아와 친선경기 때와 같은 습관성 어깨 탈골"이라며 "의무팀이 적절하게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며칠 뒤면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올 수 있다. 큰 부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다음달 4일 미국 프로팀인 스카이 블루 FC와 비공개 평가전을 치른 뒤 캐나다로 건너가 다음달 10일 브라질과 E조리그 첫 경기를 시작으로 14일 코스타리카, 18일 스페인과 맞대결을 벌인다.

tankpark@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