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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선아 SIWFF 공동 집행위원장 "차이나타운 경이롭고 매드맥스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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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선아 SIWFF 공동 집행위원장 "차이나타운 경이롭고 매드맥스 놀랍다"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6.03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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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8일 여정...제1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결산

[스포츠Q 용원중기자]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지난달 27일 메가박스 신촌에서 개막한 제1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가 8일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폐막식을 남겨놓고 있다. 올해 영화제에는 여성의 시각으로 삶의 다양한 측면을 바라본 37개국 111편의 영화가 관객과 만났다. 또 해외 게스트 24명이 방한해 역대 최다인 46회에 이르는 관객과의 대화에 나섰다. ‘여성적’ 가치 확산을 통해 새로운 여성문화를 창조하고 있는 SIWFF 김선아(45) 공동 집행위원장 겸 수석 프로그래머를 영화제가 열리는 메가박스 신촌에서 2일 만났다.

 

-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국내 영화제 가운데서도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변천사가 궁금하다.

▲ 1~2회 때는 격년으로 개최되는 비엔날레였다. 3회부터 매년 개최됐으니 햇수로는 19년이 됐다. 10회부터 ‘서울국제여성영화제’라는 명칭을 달게 됐다. 특히 올해 영화제 공식 영문 명칭 변경, 로고 변경, 프로그래밍 등 변화와 혁신을 시도했다. 로고에서 ‘SEOUL’이 맨 앞에 자리한 것은 SIWFF가 서울을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큰 의미가 있다.

- 최근 들어 여성혐오 발언, 페미니즘에 대한 안티테제가 빈발하고 있다. 고려해야 할 부분도 있었을 것 같다.

▲ 여성영화제다보니 ‘페미니즘’ ‘여성혐오 발언’ 등 여성 담론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반 여성혐오 담론과 함께 가거나 혐오를 없애는데 일조하기 위해 함께 가야 한다. 영화제 안으로 초점을 돌린다면, 치열하게 전통과 변화에 대해 고민했다. 여성영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적절히 담고자 했다. 동시대 현상을 여성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영화를 다룬 ‘새로운 물결’ 섹션에서 젠더, 이민자, 성폭력, 나이 등의 주제를 가진 영화들이 선택됐다. 이밖에도 10대 여성 영화감독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아이틴즈(I-TEENS)’ 섹션과 ‘퀴어 레인보우’도 마련했다. 여성영화가 과거 가부장제 사회의 여성 인권과 평등에 대해 부르짖던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권력과 계층, 인종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해 폭넓게 고민하고, 다루고 있음을 전하고 싶었다.

- 올해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무엇인가.

▲ 영화제는 영화라는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다. 타 영화제와 다른 독자성, 콘텐츠 개발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젊은 관객을 타깃으로 한 영화를 많이 초청했으며 스웨덴 등 북유럽에서는 문학적 전통상 성장영화가 강세다보니 더욱 젊어진 측면도 있다. 국내 미개봉작이 82편이나 되는 것도 우리 영화제의 강점이다. 작품의 질 역시 고급화되고 다양해졌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홍보대사인 '페미니스타' 김아중과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모습

- 수석 프로그래머로서 양질의 콘텐츠를 수급하기 위한 노력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 지난해 9월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전 세계 영화제, 화제작들을 스크리닝하고 특히 여성감독 작품들 가운데 독창성과 대중적 화법을 구사하는 영화에 주목했다. 도리스 되리와 마가레타 폰 트로타(독일)의 신작들을 초청하고 신인 감독들 영화 발굴에도 신경을 썼다. 개막작인 스웨덴 영화 ‘마이 스키니 시스터’는 산나 렌켄 감독의 데뷔작이자 아시아 프리미어 작품이다. 세계 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프로그래머들이 집결하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가서 추천을 받았는가 하면 대만여성영화제, 토론토영화제를 방문했다. 스웨덴 영화진흥위원회 CEO를 직접 만나 도움을 얻기도 했다.

- 해외 여성영화제와 비교했을 때 SIWFF의 규모와 수준은 어떤가.

▲ 전 세계 국가에 여성영화제들이 존재한다. 한국은 세 번째 역사를 자랑한다. 해외 여성영화제 관계자들은 규모가 제일 큰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매년 주시한다. 영화 역사가 우리보다 더 길고, 문화 강대국들보다 규모가 더 큰 이유를 질문받곤 하는데, 그만큼 한국사회 여성들이 사회경제적 위치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들의 부글거리는 욕망이 영화제를 통해 분출되는 게 아닐까. 그 갭을 자양분 삼아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무섭게 성장하는 것 같다.

- 올해 영화제를 결산하면서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 내부적으로는 60대 이혜경 집행위원장 및 집행위원들과 40대 집행위원장이라는 세대의 조화를 들 수 있다. 외부적으로는 영화제를 찾은 젊은 여성과 남성 관객들로부터 너무나 많은 변화 가능성을 봤다. 여성 영화인들이 이를 어떤 방식으로 발전시켜갈지 고민하고 뜻을 모으는 게 시급하다.

 

- SIWFF가 자랑하는 게 ‘피치&캐치’다. 여성 영상 프로젝트의 발굴 및 육성을 모토로 여섯 번째 행사를 선보였다. 최근 수상작 및 본선 진출작 가운데 ‘차이나타운’ ‘미쓰GO’ ‘분노의 윤리학’ ‘고양이 장례식’ ‘반짝이는 박수소리’ ‘탐욕의 제국’ 등이 개봉돼 호평을 얻기도 했다. 올해 ‘피치&캐치’는 어떤가.

▲ 총 94편의 응모작이 밀려들면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스릴러, SF 등 장르도 다양하다. 그만큼 여성 감독들이 영화를 만들고 싶어함을,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 대한 욕구가 큼을 방증한다. 여성감독은 전체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상업영화 제작 환경에서 여성이 주인공일 경우, 제작사·투자사들은 대부분 “왜 그래야 해?”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지난해와 올해 개봉작들을 봐라. 여성감독이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는 ‘도희야’ ‘카트’ 밖에 없다. 이러니 성별 불균형이 심화하고, 다양한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관객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거다. 관객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 일방적 이야기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거니까.

- 최근 김혜수 주연의 ‘차이나타운’(감독 한준희), 샤를리즈 테런 주연의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감독 조지 밀러)와 같이 전무후무한 여성 캐릭터들의 국내외 영화가 개봉돼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일 경우 앞서 말한 성별 고착화 현상으로 ‘멜로 아니면 로맨스’로 정해져버린다. 그런 점에서 ‘차이나타운’이 경이롭고, ‘매드 맥스’가 놀라운 거다. 한편으론 상당수 여성 감독들이 ‘경계’를 넘어서 다양한 장르를 실험해보려 하는데 현실의 벽에 가로 막히는 반면 조지 밀러 감독이 그리면 상관없는 건가 하는.(웃음) 한준희 감독은 워낙 “여성들이 더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제1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찾은 해외 여성 영화인들이 포토월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곧 20주년을 맞는다. 성년의 SIWFF가 그리는 청사진은 무언가?

▲ 내실을 갖추면 관객은 반응한다. 프로페셔널하게 운영하고 축제 분위기를 제대로 내는 경험이 켜켜이 쌓여서 20회가 되면 더 완성도 높은 페스티벌이 될 거라 믿는다. 이와 함께 여성감독들을 키워내기 위한 토대와 구조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 우리가 밑거름이 돼서 불평등한 구조를 바꿔나간다면 20회 땐 더욱 당당한 목소리를 낼 것이다.

■ Who’s 김선아?

한국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영화이론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시간강사, 겸임교수, 연구원, 단국대 한국문화기술연구소 연구교수로 17년 동안 학교에 머물다가 연구를 현실화시키고자 영화계로 진입했다. 1997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코디네이터로 시작, 게스트 프로그래머와 집행위원을 거쳐 올해부터 공동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영화라는 낯선 경계에서’가 있으며, 번역서로 ‘여성영화’를 출간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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