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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통'한 몸짓, 현대무용가 김보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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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통'한 몸짓, 현대무용가 김보라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6.14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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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박미례 객원기자] 김보라(33)는 해외 무용계로부터 연이은 ‘러브콜’을 받고 있는 가장 ‘핫’한 현대무용가다. 그가 2013년 창단한 ‘아트 프로젝트 보라’는 동시대를 반영하는 소재를 독창적이고 위트 있는 드라마와 영화적인 안무, 연출로 빚어내 관객의 감성을 지긋이 자극한다. 소년의 이미지를 지닌 싱그러운 '춤꾼'을 대학로에서 조우했다.

◆ 안무작 ‘혼잣말’ ‘꼬리언어학’ ‘소무’ 해외무대 초청 러시

“미술, 영화, 음악, 무용의 콜라보레이션을 위해 ‘아트 프로젝트 보라’를 결성했어요. 무용에 토킹 혹은 영화를 결합하는 등의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면서 컨템포러리(동시대성)를 지향하고 있죠. ‘노 코멘트’가 분기점 역할을 하면서 해외에서 주목받게 된 거 같아요.”

 

‘혼잣말’은 2011년 싱가포르 CONTAC 페스티벌 초청을 시작으로 핀란드, 일본, 벨기에,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등의 댄스 페스티벌에 연이어 초청받아 왔다. ‘소무’는 내년 5월 프랑스 초청 공연을 앞두고 있다.

또 다른 안무작 ‘꼬리언어학’은 2015년 PAMS 초이스에 선정돼 쇼케이스를 준비 중이며, 깊은 관심을 보인 네덜란드 에이전시가 주선해 오는 10월 멕시코 과나후아토에서 열리는 세르반티노 예술축제에 초청받았다. 1972년 시작된 세르반티노 축제는 전 세계 15만명 관람객이 참관하는 세계 4위 규모의 축제다. 독특한 장르간 융합이 세계 무용계의 관심을 사는 이유다.

“‘꼬리언어학’은 고양이과 동물들의 꼬리 언어를 육체언어로 형상화했어요. 개인주의 성향이 가안 동물 5마리의 본능적 움직임에 초점을 맞췄죠. 제가 분한 인간 1명이 동물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이 익살스레 펼쳐져요. 동화와 같은 판타지로 비쳐지지만 현실세계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싶었어요.”

벨기에 댄스 페스티벌 초청 당시 관계자들로부터 “한국의 현대무용은 종주국인 미국과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김보라의 작품은 장르 불문의 독특한 색깔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 무용계는 안무자의 메소드나 독특한 색깔에 흥미를 느낀다. 이런 면에서 김보라는 줄곧 관심의 타깃으로 떠오르곤 한다.

 

현대무용가 신창호가 실재 무용수에게 있었던 일을 담아낸 ‘This Performance is About Me’에 출연했던 김보라가 자신의 솔로 파트를 작품화한 게 ‘혼잣말’이다. 독립영화 '보라, the Dance Alone' 작업을 하면서 안무로 만들어냈는데 가녀린 몸으로 충격적인 표현을 해내 국내외 무용계의 큰 관심을 샀다. 신창호는 “김보라 안무가는 차분한 모습과 달리 내적으로 도발적인 면이 있다”며 “내면에 가지고 있는 걸 다양한 방법으로 해석해낸다”고 짚었다.

◆ “순수예술 정신 견지하며 대중과의 접점 찾는데 주력”

김보라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뒤 단국대에서 무용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LDP무용단 단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단국대 강사로 강단에 서고 있다.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 그랑프리, 한국춤비평가협회 베스트안무상, 요코하마 댄스컬렉션 심사위원상(혼잣말), 바르나 국제발레콩쿠르 안무상(위대한 독재자)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제가 흥미를 느끼거나 재밌어하는 거를 가지고 작품으로 만들곤 해요. 대중의 기호나 메시지에 천착하면 아이디어가 오히려 잘 안 나오더라고요.(웃음) 내 입맛에 맞는 걸 잘 발굴해서 대중에게 소개함으로써 공감을 확산해가는 게 저한테 맞는 것 같아요.”

케이블채널의 오디션 프로그램 ‘댄싱9’ 등의 영향으로 현대무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김설진 한선천 이선태 최수진 이루다와 같은 스타들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불통과 난해함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현대무용이 변화하고 있는 것일까.

 

“대중의 문화적 수준은 분명 높아졌어요. 저희는 순수예술을 하고 있으므로 모든 대중을 안고 갈 순 없어요. 늘어나는 마니아층이 원하는 이야기를 작품화하는데 공을 들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순수예술이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법, 접점을 찾기 위해 더 많이 공부하고 노력해야죠.”

김보라는 평소 정지된 그림, 사진과 같이 이미지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 특별한 오브제를 봤을 때 샘솟는 아이디어도 많다. 이를 토대로 스토리를 꾸며가는 데서 재미와 희열을 느낀다.

◆ ‘전미숙의 아모레 아모레 미오’에서 위트 넘치는 대사연기 주목

최근 그는 사랑을 주제로 한 현대무용 공연 ‘전미숙의 아모레 아모레 미오’에 출연해 화제를 자아냈다. 현대무용 간판스타 9명이 공연한 이 작품에서 후반부, 그랜드 피아노 위에 올라 서 춤이 아닌 독백(텍스트를 활용하기에 ‘렉처 댄스’라고 분류한다)으로 한껏 주목을 끌었다.

파경을 맞게 된 남자를 향한 절절한 심경과 독설, 실재 입에 착용 중인 교정기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을 활용한 재치 넘치는 대사는 공연마다 내용을 달리하며 객석에 웃음물결을 만들어냈다.

 

“5년 전 ‘아모레 아모레 미오’에 출연했을 땐 7년간 해온 사랑에 마침표를 찍던 단계라 제 춤을 보고 운 사람들도 많았어요. 지금은 결혼을 앞둔 행복한 상황이라 안무가인 전미숙 한예종 교수님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초연 때의 필이 나오지 않을까봐요. 하하. 이번엔 분위기를 바꿔서 위트 있게 처리했죠. 웃음 코드가 강해졌어요. 그날그날 느낌대로 애드리브를 구사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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