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7 23:04 (토)
휠체어 무용단 지휘하는 '현대무용 스타' 신창호 [인터뷰]
상태바
휠체어 무용단 지휘하는 '현대무용 스타' 신창호 [인터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5.06.08 0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모레 아모레 미오' 이어 올 하반기 신작 선봬

[스포츠Q 글 용원중기자·사진 박미례 객원기자] 한국 현대무용의 간판스타 신창호(38)는 관록과 실험성을 겸비한 안무가 겸 무용수다. 스타급 현대무용수들을 대거 배출한 LDP 무용단 대표라는 중책을 내려놓고 ‘재야’로 돌아온 그가 무대와 강단에서 더욱 굵어진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은사인 현대무용가 전미숙의 ‘아모레 아모레 미오’ 공연을 마친 그를 7일 오후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했다.

 

◆ 고령화 시대 이슈 ‘노화’ 이어 휠체어 무용단 신작 ‘클러스터’ 안무

지난 2009년 최연소로 LDP 무용단 4대 대표(임기 2년)에 선출된 신창호는 무려 3차례나 연임하며 최장수로 대표직을 마쳤다. 재임 6년간 전국 지방 공연, 유럽투어·북미 진출 등 현대무용의 대중화와 해외 진출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무용예술을 보다 폭넓고 분석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성균관대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지난해부터 모교인 한예종 무용원 실기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요즘 들어서는 강의에 집중하는 가운데 LDP 무용단, 뜻 맞는 사람들과 함께 프로젝트 공연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엔 고령화 시대의 화두인 ‘노화(Graying)’를 초연했다. 6명의 남성 무용수가 등장해 ‘늙어감’을 사회적 현상으로 표현했다. 소멸이 아닌 새로운 생성을 위한 순환으로서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포인트를 삼은 어르신들의 흥에 겨운 동작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오는 11월엔 휠체어에 의지하는 하반신 마비 장애인들로 구성된 ‘빗소리 친구들 무용단’의 공연을 안무, 관객에게 선보인다. 지난해 '클러스터(Cluster)'에 이은 두 번째 작업이다.

“휠체어 무용수 4명은 장애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이에요. 움직임으로 장애를 극복한 , 밝은 성격의 사람들이죠. 이들은 다른 식으로 움직임을 만들어내요. 같다고 생각하지만 다르게 표현되는 문제, 장애와 비장애 이슈를 다뤄보려고 해요. 장애와 비장애라는 두 집단을 같이 바라봐야 하므로 전 안무가로만 참여하고요.”

◆ 강렬한 춤, 사회성 짙은 작품으로 정상 밟은 현대무용계 총아

그의 춤에 대한 평단의 평가는 “강렬하고 열정적이다” “현대무용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깨트렸다” “사회적 이슈들의 작품화” “모더니즘과 미니멀리즘의 대표 주자” “빠르고 직설적이되 반전이 있다” 등 찬사 일색이다. 현대무용 안무가 김보라(아프 프로젝트 보라 대표)는 “조용한 성격과 달리 작품은 에너지가 넘치며 도발적이다. 내면의 많은 자아를 굉장히 이성적이면서 계획적으로, 방법론적으로 뽑아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한다.

'아모레 아모레 미오'에서의 신창호(왼쪽)[사진=전미숙 무용단 제공]

LPD 무용단 전·현직 무용수 8명과 공연한 ‘아모레 아모레 미오’에서 최고참으로 출연, 든든하게 후배들을 이끈 그는 한없이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준다. 슬렁슬렁 하는 듯한 동작과 웃음을 자아내는 코믹한 움직임에서조차 단단한 내공이, 명확한 의도가 읽혀진다.

“창단 때부터 호흡을 맞춰왔던 무용수들, 워낙 어려서부터 저를 봐오신 전미숙 선생님과 함께한느 공연이라 편안하게 임했어요. 누구나 경험해본 사랑이란 주제는 관객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거잖아요. 무용수들의 해석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거고요. 출연진의 중복되는 경험들이 어우러지면서 편안하게 표현된 것 같아요.”

신창호는 이번 공연에서 과거 오랜 시간 동안 기다렸다가 헤어진 여자친구를 연상하며, 기다림에 대한 해석을 시도했다. 그리움과 고독에 초점을 맞췄다. 거기에 맞춰 움직임도 변화를 줬다.

“기존 현대무용 공연은 특정한 테크닉, 움직임으로 프레이즈를 짜는데 ‘아모레 아모레 미오’는 팔 동작, 상체 동작, 스텝 등에서 남녀의 스킨십에서 만들어지는 움직임을 위주로 했어요. 난이도 높은 특이한 동작보다 손을 맞잡거나, 껴안거나, 머리를 맞대는 등의 몸짓이 무용으로 변환되는 거죠.”

공연 도중 "아모레~아모레~아모레 미오"로 시작되는 영화음악 주제가 ‘시노메 모로’가 흐를 때 신창호가 구사하는 반복적 팔동작, 후반부에 피아노 위 여성 무용수의 즉흥 대사에 반응하는 춤동작은 객석의 웃음을 자아낸다.

“팔 동작은 처음에 장난으로 하다가 중독성이 있어서 정식 동작으로 정착이 됐어요.(웃음) 움직임이 아닌 텍스트에 기초한 렉처 댄스는 일종의 제스처이자, 특정 동작에 맞춰 춤을 추는 건데 그날그날에 따라 달라지곤 하죠.”

 

◆ “누군가와 공명할 때 예술의 가치 나타나...예술성·대중성 조화에 고심”

전남 광주 출생의 신창호는 고교에 진학하며 발레를 전공했던 어머니의 권유로 춤을 시작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재학 중이던 1999년 영국 라반센터 트랜지션 컴퍼니 단원으로 활동했으며 귀국 후 한예종 무용원 전문사 과정을 졸업했다. 2005년부터 이듬해까지 스위스 상트갈렌 시립무용단 단원으로 활약했다.

LDP 무용단 단원으로 춤과 안무를 일찌감치 병행한 그는 2002년 이라크 전쟁을 소재로 한 ‘노 코멘트(No Comment)’를 발표하며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중동 음악에 맞춰 14명의 남성 무용수들이 포효하는 듯한 역동적인 움직임과 비보잉으로 무대를 장악한 이 작품은 국내외 평단과 무용 마니아들을 사로잡으며 ‘안무가 신창호’를 각인시켰다. 지금까지도 식을 줄 모르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노 코멘트’와 ‘플랫폼(Platform)’은 독일 인스브루크 무용단 레퍼토리이기도 하다.

“현대무용이 서양예술에서 파생됐기에 작품 내용이 그들과 똑같으면 흥미를 얻지 못해요. 우리 문화가 스며든 걸 현지에서도 좋아하고요. 한국 현대무용의 해외 진출은 오리엔탈리즘을 적절히 퓨전화하는 것,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죠.”

그의 공연은 ‘뜬구름 잡기’ 식 추상성과는 거리가 멀다. 동시대의 사회적 이슈를 옮겨내곤 한다. 컨템포러리 댄스(동시대 춤)라는 장르에 걸맞은 방식이다.

 

“나만의 예술세계에 빠져 지낸다면, 타인은 이해하지 못하는 나 혼자의 얘기에 불과하잖아요. 누군가와 공명할 수 있을 때 예술의 가치가 나타나는 것이겠죠. 누구나 이해하는 주제에서 파생되는 작품은 관객의 관심을 끌고, 현대무용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므로 사회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돼요.”

이를 위해 작품이 무대에 올려지는 순간까지 이슈에 대한 리서치를 면밀하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평소에 인상적인 장면이나 기억에 남는 일을 메모해뒀다가 장면으로 만들어내곤 한다. ‘리서치’와 ‘메모’가 그의 창작활동을 지탱하는 두 축이다.

과거에 비해 훨씬 나아졌으나 여전히 현대무용은 난해함과 불통을 해결 과제로 떠안고 있다. 오늘도 예술가들은 소통을 위한 실험에 공을 들인다. 인터뷰를 갈무리하며 그는 “작업할 때마다 예술적 수준을 유지하며 대중의 흥미를 끌어내는 방법을 두고 고민을 거듭한다. 굉장히 어렵다”고 토로한다. 예술성과 대중성의 중간 지점을 찾기 위한 신창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goolis@sportsq.co.kr

 

 

도전과 열정, 위로와 영감 그리고 스포츠큐(Q)


주요기사
포토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