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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전] ‘세번 결혼하는 여자’ 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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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열전] ‘세번 결혼하는 여자’ 채린
  • 용원중 기자
  • 승인 2014.02.02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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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노! 욕망에 충실... 보기드문 김수현 캐릭터



▲ ‘세번 결혼하는 여자’의 채린(손여은) [사진=SBS 제공]

[스포츠Q 용원중기자] 김수현 작가의 SBS 주말극 ‘세번 결혼하는 여자’의 채린(손여은)은 남자주인공 태원(송창의)과 재혼한 부잣집 외동딸이다. 일류대를 졸업한 데다 참한 이미지이니 그야말로 ‘청담동 며느리’ 스타일이다. 단지 짧게 살다 헤어진, 이혼 경력이 흠이라면 흠일까. 이것도 천민 자본주의 사회에선 그다지 흠결이 되지 않을 터. 탐욕스러운 예비 시어머니(김용림)의 마음에 들어 첫 눈에 반한 태원과 결혼에 성공하게 됐다.

시월드 입성 이후 깐깐한 노처녀 시누이, ‘요물’ 수준인 의붓딸, 말말이 청산유수인 가사 도우미와 두루 사이가 나쁜 상황이다. 손에 물 한방울 묻히지 않은 채 성장해온, 늘 시키기만 하고 살아왔던 그가 겪어야 할 통과의례임에도 자신을 바꾸려하기보다 상대를 컨트롤하려 든 탓이다.

상대방을 무시하는 말을 천연덕스레 내뱉고, 유리한 상황을 위해 고자질과 이간질도 서슴치 않는 채린은 자상하지만 여전히 곁을 내주지 않는 남편, 친정아버지의 재산기부 소식이 들리자마자 돌변한 시어머니 때문에 불안한 상태다.

채린은 그동안 김수현 작가가 빚어온 숱한 캐릭터들 중에서도 매우 흥미롭다. 똑 부러지게 할말 다하는 점에서 김수현표 여성들과 같다. 하지만 속사포 대사가 아닌 느릿한 말투가 다르고,  '차라리 죽을 지언정 접지는 않는다'던 자존심 영역에서 영판 다르다. 채린의 경우 평소 사리분별 뚜렷하고 자존심 강하지만 욕망이 개입되는 순간, 이런 괜찮은 성향은 까무룩 사라지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채린은 욕망을 향해 직진하는 캐릭터다. 그런데 그 욕망의 실체가 돈ㆍ명예가 아니라 사랑이다. 채린은 자신의 몫이었던 수 백억원 대 유산조차 연연해하지 않을 만큼 쿨한 면모도 보인다. 최대의 관심사는 태원으로부터 온전한 사랑을 받는 것뿐이다. 의붓딸이든, 전처든, 시어머니든 그리고 자존심이든 목표 달성에 걸림돌이 된다면 가차 없이 치워낼 태세다. 그런 점에서 채린은 ‘자존심’이라는 강박에 둘러싸여 본성을 짓눌림 당하곤 했던 김수현 드라마 여주인공 캐릭터에 숨통을 틔우는 역할을 한다. 어찌 보면 김수현스럽지 않으면서 가장 김수현다운 캐릭터가 아닐까.

온갖 비호감 언행에도 불구하고 '지고지순한 인물'로도 읽힐 수 있는 채린. 이런 민낯 연기를 해내는 손여은은 인지도가 높지 않은 경력 10년차 탤런트였으나 녹록치 않은 감성으로 채린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goolis@sports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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