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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틸리티 내야수' 박진만의 현실순응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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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틸리티 내야수' 박진만의 현실순응 생존법
  • 이세영 기자
  • 승인 2015.06.27 2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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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한화전서 4035일만에 끝내기포 발사…"동갑내기 친구들 활약, 경쟁심 생겨"

[스포츠Q 이세영 기자] “팀 분위기가 처져 있어서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홈런을 치면서 이겨 기분이 좋다.”

근심으로 가득했던 베테랑의 얼굴에서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SK 와이번스 내야수 박진만(39)이 11년 만에 끝내기포를 쏘아 올리며 만원 관중에 화답했다. 아울러 성적 부진으로 가라앉았던 팀 분위기를 제대로 띄웠다.

박진만은 27일 KBO리그 문학 한화 이글스전에서 양 팀이 6-6으로 맞선 9회말 권혁을 상대로 끝내기 투런 홈런을 작렬, 팀의 8-6 승리를 견인했다. 전날 무기력하게 졌던 SK는 설욕에 성공하며 공동 6위에서 단독 6위로 도약했다.

▲ 박진만이 27일 KBO리그 문학 한화전에서 9회말 끝내기 투런 홈런을 때린 뒤 환호하고 있다.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참으로 오랜만에 터진 굿바이 홈런이었다. 박진만이 끝내기포를 쏘아올린 건 현대 유니폼을 입었던 2004년 6월 9일 수원 LG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마주한 투수도 좌완이었는데, 서승화를 상대로 끝내기 솔로포를 터뜨렸다. 무려 4035일 만에 끝내기 홈런을 친 박진만은 당당한 포스를 풍기며 베이스를 돈 뒤 홈에서 동료들의 격한 축하를 받았다.

경기 후 박진만은 “권혁이 속구를 자신있게 던지는 투수이기 때문에 이를 노리고 들어간 게 주효했다”며 “어제 완패를 당했기 때문에 오늘 경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친 홈런으로 팀이 이겨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 나이로 마흔. 화려하진 않지만 존재 자체로 빛나는 박진만의 날갯짓은 그가 오랫동안 현역으로 뛰고 있기에 큰 가치가 있다.

전성기 시절 ‘국민 유격수’로 불리며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비롯해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같은 해 도하 아시안게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박진만은 공수를 겸비한 몇 안 되는 유격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세월을 속일 수는 없었다. 2008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기량이 떨어진 박진만은 2011년 SK로 이적한 뒤엔 붙박이 유격수로 나서지 못했다. 체력 저하와 기량 하락 탓에 벤치에 있는 날이 많아진 박진만은 지난해 주전 자리를 김성현에게 내줬다.

▲ 박진만(오른쪽)이 27일 KBO리그 문학 한화전에서 9회말 끝내기 홈런을 친 뒤 김용희 감독으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올해부터 박진만에게 부여된 역할은 유틸리티 내야수. 박진만은 겨우내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자신의 20번째 시즌에 대비했고 3루와 2루, 1루를 오가며 출장 경기수를 늘렸다. 이날은 1루수 미트를 꼈다.

분명 역할이 작아졌지만 박진만은 묵묵히 제 몫을 했다. 일단 출장 경기수가 대폭 늘었다. 지난해 19경기밖에 나서지 못했지만 올해는 팀이 치른 70경기 중 51경기에 나섰다. 2013년 이후 2년 만의 100경기에 도전할 수 있다. 비록 예전처럼 화려한 수비는 없지만 견고한 방어력을 펼치고 있다. 51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실책이 단 2개에 불과하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20년째 프로 무대를 누비는 박진만은 야구를 오래 하고픈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박진만은 “(이호준, 이승엽 등) 동갑내기 친구들이 잘하면 경쟁의식이 생기고 힘이 난다”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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